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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예금 투자 재미 보려면.. '은행채, 전자단기채, DLS' 판매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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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10. 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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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예금 투자 재미 보려면.. '은행채, 전자단기채, DLS' 판매 인기

이코노미조선 | 최형석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 | 입력 2014.10.02 18:01

 

 

결제통화를 위안화로 바꾸는 기업이 늘면서 위안화 예금 잔액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 총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4분의 1을 넘겼다. 여기에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이후 양국 간 경제 교류 증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위안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위안화로 자산가들의 돈이 몰리는 것도 위안화 열기에 한몫하고 있다.


위안화 예금 규모가 급증하는 등 '레드백(Redback)'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레드백은 초록색인 미국 달러 지폐를 '그린백(Greenback)'이라 일컫는 데서 비롯돼 붉은색인 '위안화'를 지칭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국내 거주자의 위안화 예금은 200억 달러로 전월의 162억 달러보다 38억 달러(23.5%) 급증했다.

 

총 외화예금 규모도 686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총 외화예금에서 위안화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월 말 29%로, 전월보다 3%포인트 이상 증가하며 3분의 1 수준에 육박했다. 반면 달러화는 총 외화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월 대비 3%포인트 이상 줄었다. 전재환 한국은행 국제국 과장은 "중국계 외은 지점들의 위안화 예금 유치 노력이 이어지면서 위안화 예금 증가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5대 은행 위안화 예금액 8월부터 급증

 

5대 은행의 위안화 예금 잔액은 7월말 1억2337만 달러로 지난 4월 이후 지속적으로 줄다가, 8월 들어 22일까지 하나·외환은행이 각각 3200만 달러, 5500만 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2234만 달러로 전월 대비 600만 달러 이상 증가했다. 우리은행, 기업은행도 비슷하게 늘어나, 5대 은행의 8월 위안화 예금 잔액은 지난 4월 수준(1억3940만 달러)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예금 증가 속도는 국내 투자자들과 중국계 은행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가팔라졌다. 중국계 은행들은 우리나라에서 중국보다 싼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중국 현지에서 높은 금리를 받고 대출을 해줘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중국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도 피할 수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국내의 저금리 상품보다 이자율이 높은 중국계 은행에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 서로 윈-윈 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우리나라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고금리의 '위안화 정기예금 담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조달한 원화를 달러로 스와프(Swap)한 뒤 이를 다시 위안화로 바꿔 국내 중국 외은지점에 예치하는 방식의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증권사가 중국계 은행에 위안화 정기예금 계좌를 먼저 트고, 같은 날 이 계좌를 담보로 ABCP를 만들면, 고객들이 ABCP를 사는 식이다. 고객들의 돈은 위안화 정기예금 계좌로 들어간다.

 

투자자들이 직접 정기예금에 들어도 되지만 ABCP를 사는 이유는 선물환(先物換) 시장에서 환헤지(위험 회피)를 해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직접 위안화 예금상품에 가입하면 환 리스크에 노출돼 환차손의 위험이 있지만 ABCP를 사면 고정금리를 받는 효과가 생긴다. ABCP를 판매한 증권사는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들은 대부분 대기업과 금융사들로 증권사 특정금전신탁·랩어카운트(일임형 자산관리계좌) 등을 통해 ABCP를 매입한다.


 

중국계 은행들은 중국 본토의 긴축 기조로 인해 자금 부족분을 우리나라에서 메우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은행들은 2011년부터 엄격한 규제(예대율 75%)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6월 중순에는 일시적으로 신용경색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 7일물 단기금리가 연 10.8%까지 치솟아 평소 수준(3~4%)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에서 3%대 초반으로 예금을 받아 중국에서 5~6%대 금리로 대출을 해주면 중국계 은행들은 앉아서 2~3%포인트의 예대마진을 챙길 수 있다. 한재현 한국은행 차장은 "중국 은행들로선 대출 자금 조달 통로 확보와 금리 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계 은행들이 위안화 예금 유치 속도를 조절하고 나서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중국계 은행 해외 지점까지 대상으로 확대하여 위안화 예금을 구하고 있다. 동부증권은 올 초 홍콩에 이어 지난 5월엔 중국은행(BoC)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의 위안화 예금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에서 ABCP를 발행했다. IBK투자증권 역시 지난 4월 두바이 위안화 예금을 받아오기도 했다.

 


지난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중국 투자 확대, 위안화 채권 발행 장려 등에 합의했다. 국내 은행에 원화로 대금을 지급하면, 국내 은행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환전한 뒤, 다시 홍콩 등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로 바꿔서 중국 쪽에 보내야 하는 복잡한 단계가 생략된 것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 업무 관계자는 "대중국 교역이 미국보다 많은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 방문으로 위안화 거래에 대한 규제가 많이 풀리게 됐다"며 "중국 측에서도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져 영업점을 통한 위안화 송금에 대한 문의가 대폭 늘었다"고 전했다.

 


 

미래 기축통화로 떠오르는 위안화

 

이미 국내에선 지난 2월 정치권을 중심으로 "홍콩처럼 위안화 금융허브(Hub·중심지)를 국내에 만들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조치) 축소로 신흥국들이 금융 불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래 기축통화로서의 가능성을 가진 위안화 거래를 활성화해 미래의 '방패'를 준비하자는 차원에서였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서울 외환시장)은 원화와 달러화만 직접 거래되는데 위안화도 거래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위안화 표시 채권 등이 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아온 위안화를 투자할 상품도 만들어지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주식·채권 시장에 위안화로 직접 투자할 통로가 될 수도 있다.

 



공상·건설·중국·교통·농업은행 등 국내에 영업망을 가진 중국 은행들은 고금리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8월 한국 내 중국계 은행 지점의 외화예금은 36억 달러 늘어나면서 전체 외화예금 증가세를 주도했다.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중국계 은행들의 위안화 예금이 개인과 기업들의 투자처로 부각된 영향도 크다. 중국계 은행들이 제시하는 금리는 3.9%대다. 현재 2%대 중반인 국내 은행의 1년 만기 원화 예금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PB센터에서도 중국 기초자산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의 채권이나 신용과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 만기 1년 미만 단기자금의 화폐를 종이가 아닌 전자로 발행, 유통시키는 금융상품인 전자단기사채(ABSTB, Asset Backed Short Term Bond) 등이 주요 대상이다. 이 상품들의 금리는 2%대 후반에서 3%대 중반에 이른다.

 

박근보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팀장은 "중국계 은행이 부도 등 신용사건에 빠지지 않을 경우 중국 투자 상품은 1년 만기가 3%대 초중반, 3개월 만기는 3%대 초반의 금리를 제공한다"며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중국은행들의 투자 상품 판매량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위안화 가치가 지속 상승해야 투자 수단으로서 의미가 생기지만 이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2005년부터 30% 정도 평가절상(환율 인하)됐지만 최근 그 추세가 주춤해졌다.

 

벙홍 리 도이체방크 아태본부 위안화 상품 부문 총책임자는 "중국 경제에 대해 한동안 비관적 전망이 나돌면서 위안화를 많이 보유할수록 환(換)차익을 얻을 거라는 믿음이 많이 사라졌다"며 "미국이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등극한 후 40년이 지나서야 달러가 영국 파운드화를 대체하는 기축통화가 된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위안화 국제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1. 중국계 은행들은 자국 내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자금을 조달해올 수 있는 데다, 금융당국 규제를 피할 수 있어 해외 위안화 예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2.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4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협력 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인사말이 끝나자 박수하고 있다.

 


중국 신용도 떨어지면 투자금 회수 차질

 

위안화 관련 투자상품의 리스크를 감안할 필요도 있다. 국내 은행이야 예금상환이 안 됐을 경우 국내 감독당국이 해결할 수 있지만 중국계 은행에서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국가 간 문제로 비화돼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은행의 신용도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ABCP를 시장에 내다 팔 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또 1년·6개월 만기 위안화 정기예금을 담보로 잡고 짧게는 1~3개월 짜리 ABCP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어 기초자산인 정기예금과 ABCP 간의 만기 불일치(미스매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ABCP에서 나온 이자·자본 소득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세계 각국 위안화 허브 경쟁]

 


홍콩·영국·싱가포르·일본 각축전 치열

 


위안화 허브(Hub)는 중국이 지난 2009년 7월 위안화 국제화를 선언하고 수입 대금 등을 위안화로 지급하는 방식 등을 통해 세계 외환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을 키워온 것과 관련이 있다. 현재 위안화는 세계 교역에서 일곱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화폐다. 지난해 20위에서 올해 7위로 올랐다.

 

중국은 통화 스와프(교환)를 전략적으로 활용,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아시아·남미·유럽에 걸쳐 총 23개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상태다. 위안화가 전 세계 외환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2004년까지는 0.01%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2.24%로 높아졌다.

 


이처럼 위안화의 힘이 커지지만, 중국은 금융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어 역외(중국 이외의 지역)에 위안화 허브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위안화 결제망을 갖추고, 위안화로 표시된 채권 등이 발행·거래되는 중국 자금의 '저수지'가 되려고 경쟁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주요국의 중국 위안화 허브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앞선 곳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이다. 중국은 2004년 홍콩에서의 위안화 예금을 허용했고, 2007년에는 딤섬본드(홍콩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허용했다. 홍콩 금융가인 센트랄(中環)과 서부 카우룽(九龍)을 포함한 홍콩 전역의 은행·증권사 창구에는 예금·채권·증권투자·환전상품은 물론 리츠(REIT·부동산투자신탁)·금ETF·통화선물(先物) 등 수십 종류의 위안화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피아나 타이푹(大福)증권 침사추이(尖沙咀)지점 과장은 "20~30대 직장인들에게 위안화로 주식을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상품과 월급 일부를 매월 위안화로 바꿔 예금하거나 주식 투자를 해주는 금융상품이 대인기다"고 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에 따르면 위안화 거래를 하는 홍콩 내 금융회사는 2008년 말 39개사에서 2012년 말 187개사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홍콩 내 위안화 예금액(작년 6월 말)도 2009년 말(627억 위안) 대비 10배 정도 급증했다.

 


홍콩 증시에서는 2012년 4월에는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李嘉誠) 홍콩 청쿵그룹 회장이 소유한 부동산투자신탁인 후이센(匯賢)의 사상 첫 위안화 IPO(기업공개)를 실시했다. 또 작년 10월 말에는 홍콩의 인프라·부동산 기업인 호프웰(Hopewell·合和實業)이 두 번째로 위안화 IPO(6320만 달러·약 690억원 규모)를 홍콩에서 성공시켰다. 당시 IPO에는 기관투자자들의 청약이 예상보다 10배나 많이 몰려 호프웰은 IPO 발행 주식을 7000만주에서 1억2000만주로 늘렸다.

 

홍콩의 뒤를 잇는 자리를 놓고선 현재 영국, 싱가포르, 일본, 대만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2년 중국과 "런던을 역외 위안화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합의를 이끌어냈고, HSBC와 홍콩의 뱅크오브이스트아시아 등을 통해 위안화 관련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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