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준금리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위안화로 자산가들의 돈이 몰리는 것도 위안화 열기에 한몫하고 있다.
총 외화예금 규모도 686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총 외화예금에서 위안화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월 말 29%로, 전월보다 3%포인트 이상 증가하며 3분의 1 수준에 육박했다. 반면 달러화는 총 외화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월 대비 3%포인트 이상 줄었다. 전재환 한국은행 국제국 과장은 "중국계 외은 지점들의 위안화 예금 유치 노력이 이어지면서 위안화 예금 증가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5대 은행 위안화 예금액 8월부터 급증
5대 은행의 위안화 예금 잔액은 7월말 1억2337만 달러로 지난 4월 이후 지속적으로 줄다가, 8월 들어 22일까지 하나·외환은행이 각각 3200만 달러, 5500만 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2234만 달러로 전월 대비 600만 달러 이상 증가했다. 우리은행, 기업은행도 비슷하게 늘어나, 5대 은행의 8월 위안화 예금 잔액은 지난 4월 수준(1억3940만 달러)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직접 정기예금에 들어도 되지만 ABCP를 사는 이유는 선물환(先物換) 시장에서 환헤지(위험 회피)를 해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직접 위안화 예금상품에 가입하면 환 리스크에 노출돼 환차손의 위험이 있지만 ABCP를 사면 고정금리를 받는 효과가 생긴다. ABCP를 판매한 증권사는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들은 대부분 대기업과 금융사들로 증권사 특정금전신탁·랩어카운트(일임형 자산관리계좌) 등을 통해 ABCP를 매입한다.
중국계 은행들은 중국 본토의 긴축 기조로 인해 자금 부족분을 우리나라에서 메우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은행들은 2011년부터 엄격한 규제(예대율 75%)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6월 중순에는 일시적으로 신용경색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 7일물 단기금리가 연 10.8%까지 치솟아 평소 수준(3~4%)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에서 3%대 초반으로 예금을 받아 중국에서 5~6%대 금리로 대출을 해주면 중국계 은행들은 앉아서 2~3%포인트의 예대마진을 챙길 수 있다. 한재현 한국은행 차장은 "중국 은행들로선 대출 자금 조달 통로 확보와 금리 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 업무 관계자는 "대중국 교역이 미국보다 많은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 방문으로 위안화 거래에 대한 규제가 많이 풀리게 됐다"며 "중국 측에서도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져 영업점을 통한 위안화 송금에 대한 문의가 대폭 늘었다"고 전했다.
미래 기축통화로 떠오르는 위안화
이미 국내에선 지난 2월 정치권을 중심으로 "홍콩처럼 위안화 금융허브(Hub·중심지)를 국내에 만들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조치) 축소로 신흥국들이 금융 불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래 기축통화로서의 가능성을 가진 위안화 거래를 활성화해 미래의 '방패'를 준비하자는 차원에서였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서울 외환시장)은 원화와 달러화만 직접 거래되는데 위안화도 거래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위안화 표시 채권 등이 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아온 위안화를 투자할 상품도 만들어지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주식·채권 시장에 위안화로 직접 투자할 통로가 될 수도 있다.
박근보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팀장은 "중국계 은행이 부도 등 신용사건에 빠지지 않을 경우 중국 투자 상품은 1년 만기가 3%대 초중반, 3개월 만기는 3%대 초반의 금리를 제공한다"며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중국은행들의 투자 상품 판매량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벙홍 리 도이체방크 아태본부 위안화 상품 부문 총책임자는 "중국 경제에 대해 한동안 비관적 전망이 나돌면서 위안화를 많이 보유할수록 환(換)차익을 얻을 거라는 믿음이 많이 사라졌다"며 "미국이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등극한 후 40년이 지나서야 달러가 영국 파운드화를 대체하는 기축통화가 된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위안화 국제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1. 중국계 은행들은 자국 내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자금을 조달해올 수 있는 데다, 금융당국 규제를 피할 수 있어 해외 위안화 예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위안화 관련 투자상품의 리스크를 감안할 필요도 있다. 국내 은행이야 예금상환이 안 됐을 경우 국내 감독당국이 해결할 수 있지만 중국계 은행에서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국가 간 문제로 비화돼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은행의 신용도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ABCP를 시장에 내다 팔 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중국은 통화 스와프(교환)를 전략적으로 활용,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아시아·남미·유럽에 걸쳐 총 23개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상태다. 위안화가 전 세계 외환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2004년까지는 0.01%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2.24%로 높아졌다.
피아나 타이푹(大福)증권 침사추이(尖沙咀)지점 과장은 "20~30대 직장인들에게 위안화로 주식을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상품과 월급 일부를 매월 위안화로 바꿔 예금하거나 주식 투자를 해주는 금융상품이 대인기다"고 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에 따르면 위안화 거래를 하는 홍콩 내 금융회사는 2008년 말 39개사에서 2012년 말 187개사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홍콩 내 위안화 예금액(작년 6월 말)도 2009년 말(627억 위안) 대비 10배 정도 급증했다.
홍콩의 뒤를 잇는 자리를 놓고선 현재 영국, 싱가포르, 일본, 대만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2년 중국과 "런던을 역외 위안화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합의를 이끌어냈고, HSBC와 홍콩의 뱅크오브이스트아시아 등을 통해 위안화 관련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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