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보다 핫한 쇼핑 천국, 해외 벼룩시장 >>

면세점보다 핫한 쇼핑 천국, 해외 벼룩시장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 나라, 도시의 진솔한 면을 보고 싶으면 반드시 시장에 들러라!”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질문을 하나 해볼게요. 낯선 여행지에서 현지의 모습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곳은 어떤 곳이 있을까요? 한 도시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랜드마크 타워? 2층버스를 타고 돌아볼 수 있는 시티투어? 이런 여행자를 위한 장소도 좋지만, 그 속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시장 여행'이야말로 해외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그 시장이 오래된 물건이나 아티스트의 흔적을 가진 벼룩시장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색다른 여행이 되겠지요. 오늘은 지구촌 곳곳에 숨은 벼룩시장으로 발길을 옮겨 봅니다. Let's Go

타임스퀘어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있는 복잡한 맨하탄은 뉴욕의 5개 구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지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SBS ‘도시의 법칙’에서도 멤버들이 브루클린, 뉴욕 등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곳이죠! 사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문화, 경제, 예술의 집합소는 정확히 말해 '뉴욕' 전체를 가리키기 보다 '맨하탄'의 성격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서울이 번화하며 경기도의 주변 도시까지 그 영향력이 커진 것처럼 좁은 맨하탄의 포화상태가 주변의 다른 자치구들로 영향력을 펼쳐 나갔습니다. 

맨하탄에서 활동하던 젊은 아티스트들은 높아진 임대료에 주변 지역으로 이주해 예술활동을 이어갔고, 맨하탄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역시 가까운 퀸즈 등지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지요. 과거 우범지역으로 악명이 높았던 이곳 브루클린 역시 그 영향으로 예전과는 달리 거리 곳곳에 예술의 위트가 살아있는 뉴욕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홍대와 같은 모습인 듯해요. 처음에는 예술인들이 모여들어 명소가 된 홍대지만, 높은 임대료 등의 이유로 예술인들이 상수, 연남동에 새롭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죠.)

부르클린의 벼룩시장은 계획적이고 체계화 되어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손수 만든 크래프트 작품부터, 엄마의 솜씨를 빌린 쿠키, 케익까지. 상시 오픈하는 실내 공간과 주말만 오픈하는 가설 시장까지 합쳐지면 그 규모 역시 상당합니다. 특히 예술가들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벽화와 그래피티 앞쪽으로 자리한 가판대들은 지금 뉴욕에 있음을 실감케 하는 매력적인 장면입니다. 뉴욕의 아티스트들이 만드는 멋진 벼룩시장으로 여행을 나서보는 건 어떨까요?

런던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포토벨로 마켓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리는 주말 시장입니다. 워낙 많은 여행자에게 알려지며 주중에도 다양한 샵(shop)들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곳 포토벨로 마켓의 진수를 느끼기 위해선 꼭 주말에 찾아가야 합니다. 

입구부터 사람들로 가득한 마켓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만물 상자와 같습니다. 할머니가 60년 전에 할아버지에게 받았다는 목걸이를 파는 악세서리 상점부터, 손뜨개질로 하나씩 엮어 만든 모빌 가게, 먼지와 손때가 잔뜩 앉은 은수저와 은쟁반 가게까지. 30년 동안 카메라만 모아온 할아버지는 '사려면 사고, 아니면 말고' 하는 옹고집마저 느껴지는 듯합니다. 

주말이면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루는 포토벨로 마켓의 끝자락엔- 또 하나의 즐거움, 먹거리 장터가 열립니다. 성인 팔길이 두 배쯤 되어 보이는 거대한 철판에 다양한 해산물을 넣어 만든 스페인식 볶음밥 빠에야부터, 신선하고 달콤한 각종 과일까지. 제대로 된 의자나 테이블도 없이 그저 양쪽 길의 모퉁이에 앉아 각종 시장음식을 맛보는 사람들의 모습 역시 진풍경입니다. 런던의 주말이 선사하는 깨알 재미를 찾으러 포토벨로 마켓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세요!

오래전부터 카페 문화가 발달한 파리. 테라스와 둥근 테이블을 내어둔 노천카페엔 늘 책 한 권과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파리지앵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파리지앵들의 책 읽는 모습을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세느강변의 헌책방 역시 여행자가 놓쳐선 안될 볼거리 중 하나이지요. 

오르세 미술관을 시작으로 노트르담 성당까지. 유유히 흐르는 세느 강변을 산책하다 보면 유난히 자주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헌책 가판대입니다. 일부 구역은 이 가판의 사이즈와 색을 모두 통일하고 있을 정도로 관리도 체계적이며 판매하는 상인들의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예술의 도시답게 크고 작은 프레임의 사진, 크로키 작품들을 만나볼 수도 있고 황토빛 먼지를 가득 머금은 수십 년 전 고서를 찾아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길거리에 놓인 작은 상점이라 해서 방심은 금물! 1유로 (한화 약 1,400원) 짜리 중고 서적부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서까지- 이 작은 가판대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역사를 사랑하는 도시답게 오래되면 오래된 것일수록 그 값어치는 천정부지! 세느강에서 만나는 진귀한 고서점들. 파리지앵처럼 여행해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여행지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만나본 멋진 벼룩시장 이야기. 즐겁게 보셨나요? 여러분들이 생각했던 벼룩시장과 오늘 소개해드린 여행지의 이미지는 얼마나 맞았나요? 단순히 사람들이 북적이고 먹거리를 파는 곳이 아닌 문화와 역사를 판매하고 그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세계의 벼룩시장은 그 나름대로 독특함 때문에 더욱 끌리지 않나 합니다. 

오래된 것이라 하여 무작정 버리고 괄시할 것이 아니라 이처럼 새로운 가치와 이야기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나의 여행도 좀 더 이색적이고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손때 묻은 물건 속 숨은 무궁무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으러, 벼룩시장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