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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갈등 타고 위안화만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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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9. 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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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갈등 타고 위안화만 '훨훨'

경제제재에 발끈한 푸틴…결제통화로 위안화 사용 확대

한경비즈니스 | 입력 2014.09.04 09:30

 

1950년의 6·25전쟁과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사태. 60여 년 세월의 간극만큼이나 무관해 보이는 두 가지 사건을 관통하는 게 있다. 미국이 러시아(옛 소련) 제재를 단행됐고 그로 인해 불거진 냉전 국면이 세계 금융시장의 구도에 큰 영향을 줬다는 점이다.

 


6·25전쟁을 계기로 미국은 옛 소련이 미국 내에 보유한 자산 동결에 나섰다. 러시아는 미국 영토 밖에서 유통되는 달러를 찾았다. 그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한 곳이 영국이다. 런던이 첫째 역외 달러 중심으로 부상한 배경 중 하나다.

 

역외 달러 중심의 탄생은 규제 무풍지대인 역외 금융 중심의 태동이었다. 이를 토대로 런던은 세계 최고의 금융 도시로 떠올랐다. 금융계에서 냉전의 승자가 영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런던, 1950년 냉전 덕분에 금융 허브로 부상

 


60여 년이 흐른 지금 미국은 또다시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에 나섰다. 냉전 이후 최고 수준의 제재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신냉전의 승자는 누구일까. 최근 중국 언론들이 꼽은 승자는 위안화다. 미국의 칼끝은 러시아의 달러박스인 자원 기업과 국유 은행에 맞춰져 있다.

 

러시아 기업의 대외 채무는 6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3100억 달러는 국유 은행과 국유 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다. 특히 800억 달러는 2015년 이전에 갚아야 한다. 기댈 언덕이 필요해진 러시아에 중국은 든든한 우군이다. 중국은 미국 및 유럽과 달리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 대국인 러시아는 무역 결제통화를 달러 대신 위안화 등으로 다변화하는 한편 해외에서 위안화 표시 회사채 발행에도 나섰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러시아 주요 기업들의 수출입 계약서엔 '필요한 경우 위안화 등 아시아 지역 화폐로 결제한다'는 문구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6월엔 러시아 4위의 석유 공급 업체인 가즈프롬네프트의
알렉산더 듀코프 사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수출 시 결제통화로 서둘러 미 달러를 버리고 위안화를 채택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국 등과 손잡고 달러 기축통화 흔들기에 나선 선례가 있다. 신냉전으로 러시아의 달러 이탈 행보에 속도가 붙었고그 덕을 위안화가 보고 있는 셈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영토였지만 러시아에 합병된 크리미아 지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지 시찰에서 "러시아가 미 달러를 에너지 교역의 단일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것은 러시아 경제를 해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이전부터 위안화와 러시아 루블화를 외환시장에서 직거래하는 등 이미 달러 이탈에 나선 러시아지만 위안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급속도로 키워 가는 데는 견제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러시아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는 힘을 잃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연간 무역액은 지난해 900억 달러에 달했다. 러시아와 미국 간 무역액의 2배를 웃돈다. 더욱이 러시아는 세계에서 넷째로 많은 외화를 보유한 국가다. 외화보유액이 6월 말 기준으로 4783억 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황금 비축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달러 자산을 위안화 자산으로 바꾸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국제화가 빨라지면서 역외 위안화 중심의 가치도 커진다. 정치 사건은 때로 경제의 변곡점을 만들어 낸다. 변곡점은 기회를 잉태한다. 정치 사건에서도 경제 흐름의 변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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