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_중국] 지방정부 부채 관리에 칼 빼든 중국
부동산 침체로 세수 줄어 상환 비상…10개 지역서 자율 관리 실험
한경비즈니스 | 입력 2014.06.27 19:44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 부채 수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방정부 발행 채권 위주의 융자 체제 구축, 지방 채무 한도 관리 제도 시행, 지방 부채의 예산 관리 대상 편입 등이 핵심이다. 최근 지방정부가 채권을 직접 발행하고 상환 책임까지 질 수 있도록 하기로 하고 그 시범 대상으로 10개 성과 시를 선정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이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것은 2009년이지만 실제로는 중앙의 재정부가 대신 발행해 왔다. 그러다 2011년 10월 저장·광둥·상하이·선전 등 4개 성과 시에 지방채를 직접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채권의 원리금 상환은 중앙정부(재정부)가 책임졌다. 이번 조치는 원리금 상환까지 지방정부가 맡도록 한 것이다. 중앙정부의 암묵적인 보증으로 왜곡된 지방채 금리가 각 지방정부의 신용 등급에 맞는 수준으로 재조정될 전망이다.
중앙정부의 암묵적 보증 폐지하기로
중국이 지방정부 부채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 방지를 별도 항목으로 강조하고 지방 부채를 예산 관리 대상에 넣겠다고 밝히면서 예고됐다. 여기엔 문제 해결을 늦춘다면 거시경제에 충격을 주는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왕바오안 재정부 부부장(차관)이 최근 공석에서 올해 지방 부채의 상환 압력이 가장 큰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지방정부의 부채 가운데 올해 갚아야 할 빚이 21.89%에 달한다는 것이다. 상환 부채 비중은 2015년 17.06%, 2016년 11.58%, 2017년 7.79% 등 갈수록 줄어든다.
중국 심계서(감사원) 수치에 따르면 2013년 6월 말 기준으로 지방정부가 직접 갚아야 할 부채는 10조8859억 위안에 달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지방정부에 만기 도래하는 부채는 2조3800억 위안에 이른다.
문제는 경기 둔화로 재정수입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수입 증가 폭이 지출 증가 폭에 비해 크게 낮다는 데 있다. 5월 중국 전체 재정수입은 1조367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7.2% 증가에 그친 반면 재정지출은 1조2790억 위안으로 24.6% 급증했다.
특히 토지 사용권 매각이 주요 재정수입인 지방정부로선 부동산 경기 둔화로 균형재정을 맞추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게다가 영업세를 증치세(부가세)로 전환하는 세제 개혁도 지방정부의 세수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영업세는 지방정부가 세수권을 갖고 있지만 증치세는 중앙정부가 75%를 갖고 있다. 중국 정부로서는 지방정부 부채 악화가 불 보듯 빤한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지방 부채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관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개혁·개방 직후인 1980년대 초만 해도 지방정부는 세수권과 사업권 확대로 잘나갔다. 하지만 1994년 재정 개혁으로 지방정부로의 사업권 이양이 확대됐지만 세수권은 중앙이 많은 부분을 회수했다.
지방정부로선 사업권과 세수권의 불일치가 구조화된 것이다. 더욱이 최근 중국 정부가 미니 부양책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도시 판자촌 개조 사업과 인프라 사업은 대부분이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수행하는 사업이다.
지역 경제를 키워야 승진하는 지금의 공무원 인사고과 시스템도 지방 부채의 맹목적 확대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재정 개혁과 공무원 인센티브 시스템에 대한 개혁 병행이 지방 부채 해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