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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6. 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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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밑까지 쫓아온 중국..굼뜨면 죽는다"

[창간기획-체인지 차이나, 찬스 차이나] <1회 ①>대만 추월한 中 IT산업, 한국 맹추격..기술장벽 높여야

 머니투데이 | 베이징|시안 | 입력 2014.06.19 06:41 | 수정 2014.06.19 15:51

 

  

[머니투데이 베이징특파원][[창간기획-체인지 차이나, 찬스 차이나] < 1회 ① > 대만 추월한 中 IT산업, 한국 맹추격..기술장벽 높여야]

 


"많은 사람들이 중국 IT업체가 낙후됐다고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중국 업체들의 성장속도가 워낙 빨라 과거처럼 졸면 죽는 게 아니라 (중국 업체보다) 굼뜨면 죽는 시대가 왔습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에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중국 스마트폰의 경쟁력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신 사장은 특히 고속 성장하는 화웨이를 높이 평가하며 "삼성전자가 업계 1등이라고 자만하지 않고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 전경. 중국 외자유치 사상 최대 규모인 70억 달러가 투입돼 35만 평 부지에 연면적 7만 평 규모로 건설됐다. 최첨단설비로 10나노급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한다./사진제공=삼성전자

 


미국 정부가 스파이 혐의까지 주장하며 견제하는 화웨이는 지난해 2400억 위안(약 39조4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통신장비 분야에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세계 3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87년 44세의 인민해방군 출신 런정페이가 설립한 지 채 30년도 안 돼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화웨이는 중국 IT업체들의 무서운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만 추월한 中 IT기업, 한국도 가시권=

 


한국 IT기업들이 일본 업체들의 독주를 무너뜨리기까지 30년이 걸렸다. 소니와 파나소닉, 도시바 등 도저히 넘볼 수 없을 것 같던 일본 IT기업들은 몇몇 핵심 부품에서만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 매출과 글로벌 마케팅, 브랜드 파워에서 한국에 밀린 지 오래다.

 


그런 한국을 이제 중국이 맹추격해오고 있다. 중국 IT기업들은 이미 대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고, 한국과의 격차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중국이 IT 제조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했고 다만 디자인과 설계 등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면 한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IT시장으로 성장한 중국 내수시장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1992년 수교 직후 2000년대까지 백색가전과 TV 등 중국 IT시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각축장이었다. 조잡한 품질의 중국 업체들은 노동집약적 경쟁력이 통하는 중저가 시장이나 한국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중소도시와 농촌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컴퓨터,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등 백색가전부터 주도권이 중국 업체에게로 넘어갔다. 대형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아직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하이센스, TCL, 스카이워스 등 중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3.9%로 사상 처음 50%를 돌파했다. 마지막 남은 휴대폰 시장에서도 중저가 영역은 이미 중국 업체들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고가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가 화웨이, 레노보, ZTE 등 현지 업체들과 한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中 토종 IT기업, 급성장 배경은?=

 


중국 IT산업의 이처럼 눈부신 성장은 거대 내수시장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의지라는 양 날개가 바탕이 됐다.

 


무엇보다 중국은 거대한 자국시장을 갖고 있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도시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지난해 도시화율은 54%를 돌파했다. 2030년에는 도시 인구만 10억 명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이 10% 이상 인상돼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국 소비자들이 스마트폰과 LCD TV 등 이전에는 쳐다보지도 못했던 고가의 IT제품을 구입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3D TV 등 고급TV 시장규모가 2012년 55억 달러에 달해 북미지역(32억 달러)을 사상 처음 앞질렀다.

 


중국 IT기업의 빠른 성장에는 정부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원과 저리 대출은 물론 직접적인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IT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 정부 지원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충칭시는 지난해 중국의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에 328억 위안 (약 5조 4000억 원)을 투자해 최첨단 8.5세대 LCD 생산라인 구축을 지원했다.

 

대표적인 장치 산업인 LCD는 초기투자에 수 조원의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한데 중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공격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적자에 시달리던 BOE는 2012년 흑자 전환하는 등 선두권으로 도약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안공장을 유치한 시안 까오신(高新) 기술산업개발구. 도심에서 불과 7킬로미터(km) 떨어진 요지에 개발구를 조성해 삼성을 비롯해 IBM, 퀄컴, 인텔 등 하이테크 외국기업 1200여 개 등 총 1만8000여 기업이 입주했다/사진제공=시안 개발구

 


해외자본 유치도 중국 IT산업의 압축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13억 시장을 겨냥해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퉈 중국에 진출하고 있고, 중국 지방정부도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화답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유치한 시안(西安) 까오신(高新·하이테크) 기술산업개발구는 공장부지, 세금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스캉두 시안 개발구 부주임은 "삼성전자를 지원하기 위해 8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고, 매주 개발구 주임 주재로 회의를 열어 삼성의 고충을 우선 해결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서부 내륙에 위치한 시안 개발구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법인세 감면, 창업 투자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도심에서 불과 7킬로미터(km) 떨어진 곳에 총면적 307제곱킬로미터(㎢) 규모로 개발구를 조성해 주거 및 교육, 의료 등 생활환경도 최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IBM, 퀄컴, 인텔 등 하이테크 분야 외국기업 1200여 개를 포함해 1만8000여 개 기업이 입주한 시안 개발구는 중국 전역의 105개 국가급 개발구 중 종합경쟁력 3~4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韓 기업, 핵심 부품사업 진출로 돌파구 찾아=

 


중국 IT기업에 맞선 한국의 대응전략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 핵심 부품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수 년 사이에 SK하이닉스(우시), 삼성전자(쑤저우), LG디스플레이(광저우) 등의 최첨단 생산라인이 건설됐다. 5월에는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도 완공됐다. 시안 공장은 1단계 공사에만 70억 달러(7조1400억 원)가 투입된 중국 외자유치 사상 최대 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차원(3D) 적층기술을 활용한 10나노급 낸드플래시(V-NAND) 메모리를 한국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중국 현지에서 양산한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기술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은 글로벌 IT기업들의 생산거점이자 세계 낸드플래시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판단에서다.

 

스마트폰과 TV, 백색가전 완제품 시장을 놓고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한편 토종 업체들보다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메모리반도체, LCD 패널 등 IT 핵심부품 부문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투자 적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 두 분야 모두 대규모 장치산업인데 2000년대 들어 일본이 투자를 머뭇거리는 사이 선제적 투자로 한국이 글로벌 최강자로 올라선 경험이 있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중국의 대규모 투자공세에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IT기업들이 자신들이 밀어낸 일본 기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이처럼 시장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렇게 '차세대 기술'을 확보해 기술 장벽을 높게 치는 전략이다. 아울러 판을 흔들어 놓을 창조적 제품의 개발도 필수적이다. 제조원가에서 세계 최강이라는 중국 IT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베이징특파원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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