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하나마나.. 이통사 불법 보조금 광풍 여전
국민일보 | 입력 2014.06.12 02:19
45일간의 영업정지라는 정부의 '강수'에도 이동통신시장의 불법 보조금 바람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영업정지가 끝날 무렵 정부는 이동통신3사 임원들을 소집해 시장 안정화를 당부했지만 이통사들은 그간 잃은 가입자 되찾기를 위해 오히려 법정 상한선의 4배에 달하는 보조금을 살포해 정부를 비웃는 모양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68일 만에 영업을 재개한 지 곧 한 달이 된다. 영업재개 초기에는 정부 눈치를 보며 선뜻 보조금 전쟁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추가 영업정지 처분을 앞두고 있고, 또다시 불법 보조금 감사에 착수한 상황에서도 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은 요즘 '공짜폰'으로 유통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달 말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G3'는 출시와 함께 0원에 팔리기 시작했다. 지난 9일부터는 삼성전자 '갤럭시S5'와 '갤럭시노트3' 'G3' 등이 공짜로 팔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 제품의 출고가가 각각 86만6800원, 95만7000원, 89만99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통사들이 뿌린 보조금은 법정 상한선인 27만원을 훌쩍 넘어 100만원대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달 들어 지난 열흘간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일평균 2만6000여건, 지난 10일에는 하루에만 10만건에 가까웠다. 정부가 시장 과열 기준으로 삼는 하루 2만4000건의 4배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을 우선 출고가대로 판매한 뒤 나중에 현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페이백' 수법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음성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정보가 빠른 소비자들은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로 사고, 대다수 '호갱님'은 제값에 사는 시장 왜곡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통사들은 서로 경쟁사의 불법 보조금 수준을 폭로하며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영업정지 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SK텔레콤 측은 "LG유플러스가 먼저 보조금을 많이 풀어서 어쩔 수 없이 대응했다"며 경쟁사에 화살을 돌렸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영업정지 기간 중 내려간 시장점유율을 만회하려고 5월부터 보조금을 많이 풀었다"면서 "우리는 가입자가 적어 시장 안정화 상태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순증인데 무엇 때문에 보조금을 풀겠느냐"고 받아쳤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이통시장에서 보조금이라는 수단 없이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선 재산정 문제 등에 대해 제조사와 이통사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