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박병호, 이승엽 '최다 홈런' 넘기 위한 몇 가지 조건들

연예·스포츠

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6. 13. 09:41

본문

박병호, 이승엽 '최다 홈런' 넘기 위한 몇 가지 조건들

출처 오마이뉴스 | 입력 2014.06.12 08:35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6월에 들어서도 박병호(28·넥센)의 홈런쇼에는 거침이 없다. 지난 5월, 14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역대 월간 최다 홈런(이승엽, 1999년 5월 15개)에 1개 모자란 기록을 세웠던 박병호는 6월에도 8경기 만에 벌써 7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식을줄 모르는 타격감을 이어가고있다.

 


박병호는 2012년 31개, 2013년엔 37개의 아치를 쏘아올리며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최근의 페이스를 감안할 때 자신의 역대 최다 홈런 기록 경신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장종훈(1991-1993), 이승엽(2001-2003)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3년 연속 홈런왕 도전도 유력하다.

 


문제는 이제 타이틀이 아니라 박병호의 도전이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롭게 갈아치울 수 있을지에 쏠린다. 2위권과의 격차는 9개 이상 벌어지며 마땅한 경쟁자 없이 독주체제가 굳어진 지 오래다. 이제는 40홈런을 넘어 50홈런 페이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박병호의 최대 경쟁자는 외국인 타자나 동료 선수들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인 셈이다.

 


박병호가 넘어야 할 몇 번의 고비들

 


국내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03년 이승엽이 때린 56개다. 아시아 최다 기록은 지난해 일본에서 활약한 블라디미르 발렌틴(30·야쿠르트)이 60홈런을 터뜨리며 경신됐다.

 


박병호는 현재까지 56경기 248타석 192타수 만에 27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72경기를 남겨놓은 현재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한다고 했을때 약 55~60홈런까지 예상할 수 있다.

 


이승엽과 발렌틴을 넘어 아시아 홈런왕에도 도전할 수 있을 만한 페이스다. 물론 최상의 조건을 가정한 희망사항이고, 장기레이스에서는 부상이나 슬럼프 같은 변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지금의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박병호가 대기록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번의 고비를 넘겨야한다. 첫째는 투수들의 집중견제를 극복하는 것이다. 아직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있지만, 시즌이 후반기에 이르며 각팀의 순위경쟁이 치열해지고 박병호에 대기록에 근접할수록 상대 투수들의 집중견제도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투수들이 좋은 공을 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홈런 기록을 의식하다가 페이스를 잃기 쉽다. 역대 홈런왕 타이틀에 도전했던 많은 선수들이 시즌 후반 상대의 견제에 휘말려 갑작스러운 슬럼프에 빠진 경우가 다반사다. 박병호는 홈런왕에 오른 지난 2년간 국내 타자중 가장 많은 무려 165개의 볼넷을 얻어냈고, 올해도 48개의 볼넷으로 선두에 올라있다. 이중 고의사구는 단 2개 뿐이었다.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찬스도 돌아온다.

 


볼넷과 홈런 개수에 비하여 득점권 타율은 조금 아쉽다. 2할 2푼 4리에 불과한 득점권 타율은 박병호의 이름값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엄청난 홈런 페이스에 비하면 타점(51점. 3위)은 상위권임에도 약간 부족해보일 정도다. 반면 삼진은 54개로 벌써 지난해(92개)의 절반을 넘겼다.

 


홈과 원정의 홈런 격차도 좀 더 줄여야한다. 안방인 목동구장에서 31경기에 20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박병호는 원정에서 25경기 동안 7개의 홈런에 그쳤다. 박병호의 홈런쇼가 최근의 타고투저 바람과, 규모가 작은 목동구장 효과를 본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올시즌 박병호의 홈런 평균 비거리는 약 124m로 역대 최고기록이다. 이 정도면 목동 구장이 아닌 국내 어느 구장에서도 충분히 담장을 넘길 수 있다는 의미다. 홈-원정의 차이는 힘이나 기술보다 심리적인 편안함의 차이가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력자와 경쟁자의 존재도 중요

 


조력자 또는 경쟁자의 존재도 중요하다. 홈런 대기록을 위해서는 안에서 박병호의 앞뒤를 든든하게 받쳐줄 동료들의 지원이 필요하고, 밖에서는 동기부여를 심어줄 수 있는 경쟁자의 존재가 큰 자극이 된다.

 


강정호는 박병호에게 있어서 조력자이면서도 경쟁자다. 강정호는 18개의 홈런으로 박병호에 이어 단독 2위에 올라있으며 타율 .299. 47타점의 맹활약으로 박병호에게 집중된 견제 부담을 분산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강정호가 못해주면 그만큼 투수들이 박병호를 기피할 수 밖에 없다. 팀으로서도 박병호와 강정호가 서로 분발해줘야 그만큼 시너지효과가 더해진다. 현재 외부에서 박병호에게 이렇다할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라 동료들의 지원이 그만큼 더 중요하다.

 


이승엽은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구가할 당시에 팀내에는 마해영, 양준혁 같은 조력자들이, 바깥에는 타이론 우즈와 심정수 같은 경쟁자들이 있었다. 이승엽은 1998년 홈런왕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막판 우즈의 대활약에 밀려 역전을 허용하며 타이틀을 놓쳤다.

 


당시 우즈는 42홈런을 쏘아올리며 장종훈의 기록을 깨고 프로야구 홈런 신기록을 작성했으며 외국인 선수 최초의 홈런왕과 MVP까지 독식했다. 이후로도 우즈는 한국과 일본에 걸쳐 이승엽과 오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당시의 경험이 이승엽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후 이승엽은 1999년 분노의 54홈런을 때려내며 홈런왕을 차지하고 설욕에 성공했다. 1998년의 경험이 이승엽에게 독기를 품게한 계기가 되었음은 자명하다. 이후로 2001년~2003년까지 네 차례나 홈런왕을 차지하며 우즈를 밀어내고 국내 최고의 홈런타자로 성장했다.

 


우즈가 일본으로 떠난 이후에는 심정수가 이승엽의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했다. 이승엽이 56홈런을 때리며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하던 2003년에 심정수도 53홈런을 때리며 역대 2위 기록을 달성했다. 시즌 내내 이승엽과 심정수의 쫓고쫓기는 추격전은 서로를 더욱 분발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현재로서 뚜렷한 경쟁자가 없다는 것은 박병호에게는 오히려 부작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대기록을 갈아치운 블라디미르 발렌틴처럼 별다른 경쟁자 없이도 독주하는 것이 가능하다. 모든 대기록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박병호가 한국야구사에 첫 60홈런 도전이라는 이정표를 개척할 수 있을까.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