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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中國]메가시티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한반도 면적 도시 개발 뜨거운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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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6. 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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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中國]메가시티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한반도 면적 도시 개발 뜨거운 열기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4.06.09 09:15

 

 

  

중국인들은 스케일이 참 크다고 처음으로 느꼈던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거의 20년 전 베이징의 대표적 관광지 이화원을 찾았을 때였다. 청나라 서태후가 살았던 여름 황궁은 넓은 호수를 앞에 끼고 있는 산에 지어졌다. 멋진 경관에 취한 것도 잠시. "인공호수를 만들기 위해 파낸 흙으로 쌓은 산 위에 황궁을 지었다"는 설명에 혀를 내둘렀던 적이 있다.

 


중국에 와서 직접 살다 보니 이제는 웬만해서 규모에 놀라는 일은 없어졌다. 그러다 최근 들어 "역시 중국이야"라고 놀란 일이 또 있었다. 남한과 북한을 합친 한반도 크기만 한 메가시티 건설 계획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과 톈진, 그리고 두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을 하나의 초대형 도시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바로 '징진지(京津冀) 일체화 발전 프로젝트'다.

 



 

'징진지'라는 말은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을 각각 상징하는 글자를 조합한 말이다. '징'은 베이징, '진'은 톈진을 상징한다. '지'는 허베이성 지역의 옛 이름 '지저우(冀州)'에 연원을 두고 있다. 징진지 세 지역을 합치면 면적이 21만6000㎢로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 면적(21만9000㎢)과 엇비슷하다.

 


징진지 개발은 요즘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개발에는 항상 돈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징진지 개발 중심지에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전체적으로는 경기 둔화와 반부패 정책 여파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급둔화되고 있지만 징진지 개발 호재 지역은 완전히 딴판이다.

 


중국이 중서부와 동북부 등 저개발 지역을 제쳐두고 이미 대도시가 몰려 있는 지역에서 통합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수도권 과밀화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한국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만큼 중국의 스케일이 크다는 사실이 재차 입증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징진지 지역은 면적이 한반도만 한 데다 인구는 1억2000만명에 달한다. 웬만한 나라의 국가급 개발 프로젝트보다 더 큰 규모다. 그럼에도 중국은 징진지 개발을 도시 개발 프로젝트로 바라볼 정도로 배포가 크다.

 


베이징·톈진·허베이성 다 합쳐 징진지 지역 인구 1억2000만명 과밀화 해소·지역 균형발전 목표

 


그렇다고 징진지 개발의 내용을 과밀화를 부추기는 '통합 도시 개발'의 개념으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징진지 일체화를 통한 '분산 개발'이 중국 정부의 실제 목적이다. 한국이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균형발전 전략을 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시진핑 주석이 징진지 개발 이슈를 들고나온 것은 허베이성을 활용해 베이징의 과밀화와 대기오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자면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공장을 허베이성 등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

 

 

허베이성 입장에서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닐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베이징시가 1차로 207개 오염공장을 외곽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허베이성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런 반발을 무마하는 데 징진지 개발 개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징진지 개발을 통해 오염산업만을 이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대가로 베이징의 좋은 기능 중 일부를 함께 옮겨주겠다는 당근책이다. 베이징이 독점해온 행정기능 중 일부가 허베이성으로 이전될 계획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허베이성에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베이징 외곽을 돌면서 허베이성을 통과하는 900㎞ 길이의 순환도로가 내년에 개통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의 성도(省都) 스좌장을 연결하는 3개의 신규 고속도로도 완성될 예정이다.

 

 

베이징과 허베이성을 연결하는 지하철과 경전철도 도입된다. 허베이성 전화 지역번호를 베이징과 같은 '010'으로 통일하는 작업도 곧 추진될 예정이다.

 


징진지 개발의 핵심인 베이징 남쪽 신공항 건립 계획도 최근 확정됐다. 톈안먼 광장에서 남쪽으로 46㎞ 떨어진 곳에 위치할 신공항은 허베이성 랑팡시와는 불과 26㎞ 떨어져 있어 더 가깝다. 신공항이 허베이성 발전의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수도권 광역화라는 역발상을 꺼내든 시진핑의 묘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 moneyj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60호(06.04~06.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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