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스승' 김성근도 인정하고 키운 지도자
[OSEN=이상학 기자] LG 지휘봉을 잡게 된 양상문(53) 감독과 함께 떠오르는 화제의 인물이 있으니 바로 김성근(72) 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양상문 감독에 앞서 LG가 먼저 접촉한 인물이 김성근 감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011년 8월 SK에서 중도 퇴임한 뒤로 거의 매년 각 팀들의 감독 교체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무너진 팀을 재건하는데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 검증된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런 김 감독이 인정하고 키운 지도자가 바로 양상문 감독이라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김 감독이 집필해 지난해 3월 출간한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책에는 그의 제자 10명에 관한 이야기와 김 감독을 향한 편지가 나온다. 당시 기준으로 10명의 제자 중 유일하게 현역에서 은퇴해 지도자의 길을 걸은 이가 바로 양 감독이었다. 이 책에서 김 감독의 '제자' 양 감독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김 감독과 양 감독이 사제의 연을 맺은 건 1977년으로 당시 고교대표팀에서 코치와 선수로 처음 만났다. 김 감독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양상문은 고등학생답지 않게 침착했다. 그 차분한 성격을 눈여겨봤다. 무엇보다도 야구를 제대로 알았다. 변화구와 직구 컨트롤도 뛰어났다. 척보니 다른 선수보다 한 단계 위였다. 이선희를 잇는 한국 대표 좌완의 재목으로 봤다'고 첫 인상을 떠올렸다.
이어 김 감독은 '그 이후 프로에서 감독과 선수의 관계로 다시 만났고, 그 인연이 이어져 마침내 감독과 코치의 관계로 만나게 된 것'이라고 적어놓았다. 1989~1990년 태평양에서 감독과 선수로 함께 했고, 2002년에는 LG에서 감독과 투수코치로 호흡을 맞췄다. 특히 2002년 LG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두 사람이 만든 최고의 합작품이었다.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 양 감독의 능력도 높이 샀다. 그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도 투수 쪽은 양상문에게 맡겼다. 아마 내가 LG에서 2~3년을 더하고 그만뒀으면 양상문에게 감독을 줬을 것이다. 그 정도로 양상문을 믿었고, 처음부터 그를 제대로 된 리더로 키우고 싶었다'며 그 이유로 그에게 한 가지를 배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2002년 LG 감독일 때 양상문을 투수코치로 쓰고 싶었다. LG로 오고 하니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몇 시간 만에 서울에 나타나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온 것이다. 나는 당연히 하겠다는 말을 하러 온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러 서울까지 올라온 것'이라고 놀라워했다.
김 감독은 "넌 꿈이 뭐냐?"고 물었고, 양 감독은 "감독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 감독은 "그래? 그럼 LG 말고 롯데로 가야겠네"라며 돌려보냈다. 김 감독은 '보내주면서도 감탄했다. 거절에도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거 하나로 양상문이 어떤 사람인 줄 깨달았다. 진국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때부터 김 감독은 양 감독을 차기 감독감으로 키우고 싶었다. 김 감독은 '양상문한테는 감독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인연이 닿아서 LG 코치로 오게 됐다. '어떻게든 감독으로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기회를 주려고 했다. 그가 성장하는 걸 보고 싶었다'고 적었다.
당시 김 감독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양 감독도 '2002년 LG에서 감독님을 투수코치로 보필할 때 자주 리더의 길을 연마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다'며 '감독님이 투수운용을 맡기셨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비로소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거의 모든 결정과 판단을 감독님이 직접 챙기시는데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은 일종의 메지시를 보내셨다는 것이다. 리더로서 준비해보라는 뜻이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양 감독은 2004~2005년 2년간 롯데 감독으로서 성적과 리빌딩에 성공하며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쉽게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이후 해설위원과 LG-롯데 투수코치를 거쳐 9년 만에 다시 감독직에 올랐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김성근 감독이 인정할 정도로 능력과 신망을 갖춘 양 감독이 LG에서 어떤 스토리를 써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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