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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5. 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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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직거래 물꼬 텄지만..

수요 확보 못 하면 걸음마도 못 뗄 판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4.05.15 15:19

 

 

 

올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위안화를 품으려는 국가 간 쟁탈전에 불이 붙었다. 각국 정부가 저마다 '위안화 허브'를 만들겠다며 두 팔을 걷어붙였다. 덩달아 위안화의 국제화도 가파르게 진행 중이다.

 

 

중국 의존도가 유달리 큰 우리나라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도 분위기를 띄우고 나섰다.

 



↑ 세계 1위 경제대국을 넘보는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국제화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경DB>

 

 

위안화 직거래(잠깐용어 참조)의 개념은 간단하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이 중국과 교류를 할 때 기축통화인 달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위안화를 이용해 각종 투자와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이나 시장을 만들자는 것"이라 설명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기업의 수입대금 등을 위안화로 지급하는 비중을 늘려가는 식으로 세계 외환 시장에서 위안화의 위상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왔다. 중장기적으로 위안화를 달러처럼 국제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중국 정부가 통화 스와프(교환) 체결 국가를 지속적으로 늘려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중국은 아시아·남미·유럽 등 모두 23개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상태다.

 


아직 중국 본토 금융 시장의 접근성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때문에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은 역외 지역(중국 이외 지역) 허브를 구축하는 데 집중되는 모습이다.

 

 

조익연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위안화가 아직 '투자통화'로서의 위상은 제한적인 단계"라 진단한 뒤 "반면 높은 성장률을 앞세운 중국의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이 점차 상승하는 등 '결제통화'로서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위안화는 스위스 프랑과 결제량 기준 세계 화폐 순위에서 7위 자리를 놓고 경합을 펼치는 중이다.

 


위안화 허브국가로 입지를 다지면 직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이점이 적잖다. 중국과 교역하는 기업들은 위안화로 표시된 채권 발행이 가능해져 환전 등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금융사도 위안화로 표시되는 예금, 채권, 파생상품 등 관련 비즈니스 기회가 대폭 확대된다. 신흥국들은 결제통화의 달러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주식 시장이나 외환 시장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각국이 위안화 허브 유치에 발 벗고 나선 데는 무엇보다 앞으로 국제금융 질서가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될 거란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익연 연구위원은 "2020년 중국 금융 시장의 단계적 개방이 완료되면 위안화는 달러, 유로화와 더불어 글로벌 3대 기축통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 자본의 '저수지'가 되려는 국가 간 물밑 경쟁은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다. 위안화 허브 경쟁에서는 홍콩의 입지가 단연 압도적이다.

 


중국은 2004년부터 홍콩에서 위안화 예금을 허용했다. 2007년에는 위안화 표시 채권(딤섬본드) 발행도 허용했다. 저금리 예금에 한정돼 있던 기존 위안화 운용처도 채권, 펀드, 외환 같은 고수익 금융상품으로 다원화되는 모습이다.

 


2위 자리를 두고는 영국, 싱가포르, 일본, 대만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특히 영국은 미국 뉴욕에 빼앗긴 글로벌 금융 중심지의 위상을 되찾겠다며 단단히 벼르는 중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2000억위안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은 데 이어 10월엔 위안화 직거래 협정도 체결했다.

 


또 중국 외환관리국으로부터 800억달러 규모의 '위안화 적격 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한도도 부여받았다. 이 자격을 획득한 국가는 향후 중국 주식·채권 시장에 위안화로 직접 투자가 가능하다. 이 외에 대만 은행들은 지난해 2월부터 위안화 거래·예금 업무를 시작했다. 호주와 싱가포르도 지난해 4월과 10월, 위안화 직거래를 각각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올 들어 정치권에서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만들자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이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이 금융위기에 몰렸으니 위안화 거래소를 만들어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정 의원 생각이었다.

 



 

한은, 위안화 자금 수요 조사 나서 위안화 청산결제銀 지정 서둘러야 '위안화투자적격' 자격 획득도 급선무

 


이후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기획재정부가 올 3월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중 하나로 원/위안 직거래 시장 기반 조성을 제시한 데 이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원/위안 직거래 시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영국 런던 '한·영 금융협력 포럼'에서 위안화 허브 구축을 공론화했다.

 


시동은 걸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위안화 직거래 시장 안착은 관련 수요가 얼마나 확보되느냐에 달렸다.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갈수록 늘고는 있지만, 기축통화인 달러 결제 비율이 여전히 압도적이어서 위안화 결제 비율은 아직 크게 낮은 수준이다.

 


때문에 자칫 과거 실패했던 원/엔 직거래 시장의 전철을 밟을 거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일본과의 무역 규모에 비해 엔화 통화 결제 비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해 원/엔 직거래 시장은 1996년 설립된 뒤 4개월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2007년에도 원/엔 직거래 시장 개설을 재차 추진했으나 제대로 열어보지도 못한 채 끝났다.

 


한국은행이 코트라(KOTRA)에 의뢰해 수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위안화 자금 수요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설문에는 한·중 통화 스와프 자금 활용 등 현행 제도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전반적인 위안화 자금 수요 관련 문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지난해 1월부터 한·중 통화 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무역결제 지원제도를 시작했지만 아직 실적은 미미하다.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에서 일부 취급하지만 위안화 대출 수요가 없어 해당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은행도 상당수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원/엔 시장도 수요가 없어 실패했는데 현재 같은 수요라면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도 건지기 힘든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얼마나 호응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일단 수요 기반을 제대로 다진 뒤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여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조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유화 연구위원은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기 위해 중국계 은행을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이 들어서면 해당 은행은 위안화를 원화로, 원화를 위안화로 바꿔주는 결제 기능을 맡는다. 지금은 중국 수출 기업이 결제대금으로 위안화를 받으면 달러로 바꾼 뒤 다시 원화로 내야 한다.

 


청산결제은행이 생기면 기업은 환전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게 된다. 유럽에서는 올 들어 독일과 영국이 잇달아 청산결제은행 설치 협정을 체결하는 등 위안화 수요를 늘리는 데 잰걸음 중이다.

 


'위안화 적격 기관투자가' 자격을 얻는 것도 숙제다. 이 자격을 얻어야 국내에서 위안화 예금을 적극 유치해 중국 채권과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고 관련 비즈니스도 많이 생겨날 수 있다.

 


"위안화의 국제화에 적극 대응하려면 국가 차원에서는 관련 금융감독 규정이나 관행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위안화 환율 변동성 증대를 감안해 환차손 관리 역량을 높이려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의 조언이다.

 


잠깐용어

*위안화 직거래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거치지 않고, 기업들이 위안화를 이용해 바로 거래가 이뤄지게 하는 시스템. 직거래장이 열리면 중국 수출기업들은 위안화 관련 거래비용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57호(05.14~05.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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