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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4. 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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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위안화 평가절하, '2차 쇼크' 방아쇠 당기나

중국판 키코 사태 가능성…차이나 펀드 가입자 등 한국 투자자도 영향권

한경비즈니스 | 입력 2014.04.25 19:25

 

 

최근 들어 중국이 진원지가 될 '2차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총재가 출구전략 추진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이후 아르헨티나 등 외화가 부족한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들은 급격한 자금 이탈로 '1차 테이퍼 탠트럼'에 시달렸다.

 


테이퍼 탠트럼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자금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캐리 자금의 이론적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투자자가 차입한 자금으로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유가증권의 수익률이 차입 금리보다 높으면 '포지티브 캐리', 반대의 경우를 '네거티브 캐리'라고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투자 대상국의 수익률이 통화가치를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으면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일으켜 투자 대상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

 



 

 

예정보다 빨라진 위안화 변동 폭 확대

 


중국 내 유입된 외자의 테이퍼 탠프럼을 일으킬 미국 측 요인은 약하다. 테이퍼링 추진 이후 미국의 시장 금리는 작년 말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의 금리 인상 발언도 '최적 통제 준칙'이 재확인되면서 일단락됐다. 이 준칙은 고용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면 물가가 일시적으로 목표치를 벗어나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달러 가치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6월 이후 달러 평가 지수는 '80'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집권 2기에도 수출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경기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간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줄만큼 큰 폭의 달러 강세를 용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측 요인인 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한 부동산 거품과 그림자 금융 등을 잡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면에서 긴축 기조를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성장률이 잠재 수준인 7.5%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감세와 인프라 확충 등 재정정책을 골자로 한 미니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테이퍼 탠트럼을 일으킬 마지막 중국 측 요인은 위안화 평가절하다. 다른 요인과 달리 일단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 2월 이후 수출이 급감하고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섬에 따라 6월로 예정돼 있는 위안화 하루 변동 폭 확대(±1%→±2%) 조치도 3월 17일로 앞당겨 추진했다.

 

 

그 후 위안화 가치는 2% 정도 떨어졌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 폭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 수 있을 것이냐'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큰 폭의 평가절하는 용인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적으로 시진평·리커창 체제는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가 어느 수준까지 평가절상돼야 한다.

 


현시점에서 더 이상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위안화 환율 파생상품인 'TRF(Target Redemption Forwards)'에 가입한 중국 수출 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TRF는 위안화 가치 절상에 따른 수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 수출 기업들이 가입한 환 헤지 파상상품이다.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면 수익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절하돼 일정 수준을 넘으면 손실이 급증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절상될 것이라는 원화 가치가 대폭 절하대 그 여파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키코(KIKO)'와 같은 상품이다.

 


중국 수출 기업들이 가입한 TRF는 위안화 환율(가입 기업 평균)이 6.2위안 이상 오르면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위안화 가치가 6.29위안에 근접한 점을 감안하면 이미 40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났다. 앞으로 0.1위안 오를 때마다 매달 2200억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고 6.5위안까지 오르면 손실액이 연간 7조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TRF 손실 발생하면 부실기업 폭증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 경로를 보면 초기 단계에는 단순히 투입되는 생산요소만 늘리는 '외연적 성장 경로'를 거친다. 이 경로가 한계에 부딪치면 이후에는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내연적 성장 경로'로 이행된다. 현재 중국 경제도 성장 경로 이행 과정에서 부동산 거품 등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런 후유증을 걷어낼 목적으로 2004년 하반기부터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해 왔다. 특히 2010년을 전후로 1단계에서는 물가, 2단계에서는 부동산 거품을 잡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대내외 여건이 따르지 않아 실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이 금리를 대폭 내리자 중국과의 금리 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됐다.

 


긴축적인 통화정책의 운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국 경기마저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봉착했다. 중국 경기가 경착륙에 빠지면 나선형 악순환 국면에 '경기 침체'라는 한 고리가 추가된다. 이런 상황이 우려되면 중국 내 유입됐던 핫머니 자금이 급속히 이탈되면서 위안화 가치는 더 떨어진다. TRF, 즉 중국판 키코 사태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다.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3조8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말에는 4조5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환율제도도 하루 변동 폭을 2% 내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가 나선형 악순환 고리에 빠지거나 자유변동환율제인 한국의 키코처럼 TRF의 부실 뇌관이 급속히 터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근 들어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는 것은 올 2월 이후 갑작스럽게 급락세를 보인 수출을 독려하고 중국 내 핫머니 유입을 차단하는 성격이 짙다. 테이퍼 탠트럼 현상은 금융 위기의 전조가 아니다. 이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하와 함께 한국 증시에 유?鍍품?있는 외국 자금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 절하세가 지속되면 TRF의 손실 규모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임금 등 생산비용이 급증하면서 부실이 심했던 상하이차이나솔라·하이신철강 등 일부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가 잇달아 발생하는 상황에서 TRF 손실까지 덮친다면 부실기업이 의외로 빠른 속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문제다. 최소자승법 등으로 위안화와 원화 간 동조화 계수를 구해보면 0.57로, 위안화 가치가 1% 절하되면 원화 가치는 떨어지더라도 그 폭은 0.5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경합지수(ESI)로 이미 한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등장한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원화 가치보다 더 떨어지면 수출과 경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차이나 펀드, 위안화 예금 등에 가입하고 있는 한국 투자자에게도 손실이 우려된다. 중국 관련 금융 상품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전제로 가입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8월 말 3억 달러에 불과했던 위안화 예금이 올해 2월 말에는 76억 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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