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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숨은 키워드 '셰일가스'

자연환경·국방. 통일

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3. 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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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숨은 키워드 '셰일가스'

러시아 가스관 지나는 요충지…셰일가스 개발 나서자 푸틴 위기감

한경비즈니스 | 입력 2014.03.28 15:40 | 수정 2014.03.28 15:42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방에 있던 우크라이나의 정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 친러시아 성향을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경제협력을 폐기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더니 급기야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실각하며 러시아로 도피했다.

 

 

이에 따라 서쪽의 친EU와 동쪽의 친러시아로 갈라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크림반도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미국이 경고에 나서는 등 서방과 러시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마저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경제적 취약성을 더욱 가중시키며 우크라이나를 디폴트 위험으로 몰고 가고 있다. 경상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8%에 이른 가운데, 환율 방어로 외화보유액을 소진하면서 대외 부채가 외화보유액의 600%를 넘어서고 있다. 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아르헨티나 등 신흥 시장의 취약 국가들과 체력적으로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통화인 흐리브니아의 가치는 연초 대비 17%나 급락하며 글로벌 통화 중 가장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채권시장 역시 2년물 국채 금리가 한때 19%를 넘나들었고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시 1000bp(1bp=0.01% 포인트) 내외로 확대되는 등 우크라이나의 금융시장은 사실상 디폴트를 반영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우크라이나의 경제 규모는 세계경제에서 0.4% 비중에 불과하다. 하지만 터키·폴란드·헝가리 등 신흥 시장의 취약국으로 지목되고 있는 주요 동유럽 국가에 인접해 있고 서방과 러시아 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경제적 비중 이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다.

 

 

결국 미국에 이어 글로벌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있는 유럽에도 자칫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셰일가스 매장량 유럽에서 3위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계가 전체 인구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크림반도는 러시아계가 60% 이상을 차지하면서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민족·정치적 갈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는 가스 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과 러시아 신구(新舊) 세력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볼 수도 있다.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국영기업인 가즈프롬(Gazprom)을 앞세워 유럽 가스 시장의 3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는 이 중 절반 이상이 우크라이나의 송유관을 통해 유럽에 공급된다.

 

 

러시아는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가스 가격과 물량을 조절하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역시 자국의 에너지 수요를 러시아 가스를 통해 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천연가스로 러시아에 종속된 우크라이나의 처지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즉 독일·헝가리 등으로 가스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한편 서방 자본을 끌어들여 셰일가스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는 유럽에서 셋째로 많은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인 쉘(Shell) 및 셰브런(Chevron)과 100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최근 EU도 차기 에너지원의 방향을 신·재생에너지에서 셰일가스로 선회하며 셰일 혁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외환위기와 군사 충돌 가능성으로 한정하기보다 미국발 셰일가스의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보다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셰일가스로 유발된 역학 구도 변화가 기저에 깔려 있다면 우크라이나를 돈 문제나 지역적인 문제로 국한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해석한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들을 가지고 있다.

 


물리적 충돌·디폴트 가능성은 낮아

 


첫째, 우크라이나의 자금 조달은 우려하는 것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서방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올해 250억 달러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가운데 150억 달러의 구제자금을 국제통화기금(IMF)에 요청한 상태다. 유럽의 가스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서방이나 러시아 양쪽 모두에게 필요한 우크라이나는 어떤 측면에서는 꽃놀이패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현재 EU에 친화적인 우크라이나의 임시정부가 일단 제 모양을 갖추면 IMF와 EU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유동성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최대 외국인 직접 투자국인데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주변국으로 점염된다면 위험 노출도가 큰 남유럽이 다시 위기에 접어들 수 있어 유럽 선진국들도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독일의 주택 버블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 완화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의 잠재적 위험은 자산시장 과열 논란에 노출된 독일의 통화정책 정상화 압력이다. 이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와 맞물려 글로벌 유동성 흡수에 대한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

 

 

실제로
분데스방크는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25% 정도의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히는 등 ECB의 통화 완화에 제동을 거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역시 남유럽에 위기가 다시 노출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ECB는 자산 매입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완화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잠재적인 비용 부담이 너무 커 서방과 러시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적어도 5월 선거까지 우크라이나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가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인 만큼 자기 진영에 유리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서방과 러시아의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과거 중동·
북아프리카(MENA)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동유럽에서 주기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이는 올 들어 굵직한 선거 이벤트가 있는 신흥 시장 취약국에 대한 투자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셰일가스가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가져오고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프런티어 마켓을 대표하는 중동 등에서도 향후 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넷째,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적어도 미국발 셰일 혁명이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는 보다 저렴한 에너지원 확보와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글로벌 경제가 무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생산국이 아니라면 각국 정부는 글로벌 비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전비용 등을 낮추기 위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소비자들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융합 기술들을 가지고 있는 기업과 산업들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디폴트나 서방과 러시아의 물리적 충돌과 같은 극한 상황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가스 시장을 둘러싼 패권 다툼이 시작되는 신호로 보여 적어도 선거가 예정된 5월까지 우크라이나의 마찰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경계감이 선거 이벤트에 노출된 취약 신흥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입면 ECB의 통화 완화를 정당화하는 빌미가 될 것이고 셰일 혁명의 영향력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선진국에 대한 선호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에너지 비용을 절감시키는 산업에는 중·장기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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