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대 신용 거품'에 숨죽인 세계경제
지방정부 부채·부동산 버블·그림자 금융…제2의 글로벌 위기 부를 수도
한경비즈니스 | 입력 2014.03.21 12:35
최근 중국 경제는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이 많아지면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직전 터진 테러 및 스모그 사태에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경제가 과연 개혁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면서도 안정적 성장을 달성할 것인지에 전 세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정부가 안고 있는 3가지 금융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고 안정시켜 나갈 것인지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3가지 금융 위험은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시장 버블, 그림자 금융의 부실 가능성이다. 만약 이들 3가지 위험이 터져 나온다면 중국이 개혁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것을 넘어 제2의 글로벌 위기로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신탁 상품 디폴트 위기
지방정부 부채의 위험성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간에는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에 대한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억측만 난무했었다. 다행히 한국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중국 심계서(審計署)의 작년 12월 발표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2013년 6월 말 현재 17조9000억 위안에 달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추정치 20조~25조 위안보다 낮은 수치였다. 2013년 6월 말 중앙정부의 부채 12조4000억 위안과 합친 정부 부채 총 30조3000억 위안은 국내총생산(GDP=57조2000억 위안, IMF 추정) 대비 53%로 주요국 중 낮은 편에 속한다. 일부에서는 부채 증가 속도가 연평균 20%를 넘는 데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 비중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집권적 중앙정부가 버티고 있는 데다 부채 상환을 위한 채권 발행 허용을 조건으로 지방정부 세입 및 세출에 대한 엄격한 관리 및 부채 축소 노력을 요구하고 있어 큰 불길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그렇다면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버블과 그림자 금융의 부실 가능성이다. 이 둘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에서 보는 것처럼 부동산 시장과 그림자 금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은행들이 판매한 신탁과 채권 등 고수익 재테크 상품, 즉 그림자 금융의 대부분이 부동산 또는 부동산과 관련된 상품이다.
이코노미스트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주택 가격은 2000년부터 최근까지 정확하게 2배 올랐다. 2011~2012년 잠시 주춤거리기도 했지만 2013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꺾이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관련된 산업,
예를 들어 건설 회사는 물론 부동산 관련 신탁 및 재테크 상품, 전자 제품 및 가구 산업 등 전후방 연관 산업들이 한꺼번에 침체에 빠져든다는 점이다. 주택 관련 상품에서 환매 거절 등 비정상적인 투자금 지급이 아직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그 가능성이 구체적인 상품명과 함께 언론에 언급되고 있다.
탄광 회사 관련 상품에서는 이미 지난 1월 중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중선신탁이라는 소형 신탁회사가 탄광 회사 대출을 기초 상품으로 발행하고 중국공상은행(ICBC)이 위탁 판매한 30억 위안 규모의 신탁 상품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것이다. 공상은행이 투자자를 구제하지 않겠다고 폭탄 선언한 후 그림자 금융발 위기설이 나돌자 중국 정부가 서둘러 원금 상환을 보증해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정부, 그림자 금융 관리 가능"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추정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9조 위안(무디스)에서 36조 위안(JP모건체이스) 사이다. 30조 위안만 잡아도 2013년 중국의 GDP 대비 52%에 달한다. 이나마 2009년부터, 특히 작년 중반 이후 중국 정부가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에 나서면서 은행의 부외거래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그림자 금융을 마냥 규제만 할 수도 없는 게 중국 정부의 처지다. 그동안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긴축 기조에 나서면서 은행의 돈줄을 죄자 풍선효과로 그림자 금융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번 커진 풍선에서 급격히 바람을 빼기 시작하면 그림자 금융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던 기업과 공기업, 지방정부들이 부도 위기를 맞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낙관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 또는 인민은행 간부의 언급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의 제이컵 루 재무부 장관의 말은 귀담아들을 만하지 않을까. 세계 2위의 경제 규모이자 미국의 1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에 그 누구보다 더 민감한 미국이 아닌가. 루 장관은 "중국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중국 정부는 그림자 금융을 관리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그림자 금융은 GDP 대비 150%에 달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3분의 1에 불과한 52% 수준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림자 금융에서 발생하는 부실을 껴안아야 할 정부와 은행들은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GDP 대비 정부 부채 규모는 지방정부 부채를 합해도 53%에 불과하고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12%대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8%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중앙은행 또한 6.0%인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서 돈을 풀 여력도 충분하다. 이에 더해 3조8000억 달러가 넘는 외화보유액도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 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호수가 크다고 해서 절대 범람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중국은 한국으로서도 1대 교역 대상국이 아닌가.
돋보기 | 그림자 금융신탁 상품·대부업 대출 등이 핵심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은 통상 은행과 비슷한 자금 중개 업무를 하면서도 은행과 달리 금융 감독 당국의 엄격한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회사 및 그 같은 금융회사가 판매하는 금융 상품을 포괄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규제와 감독에 비켜 있어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비제도권 금융이라고 해서 그림자 금융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의미의 그림자 금융은 미국의 채권 투자 운용사 핌코(PIMCO)의 수석 매니저 폴 매컬리가 2007년에 처음 쓰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던 중 2008년 9월 영국의 경제 잡지 이코노미스트가 그림자 금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용어로 등장했다.
나라마다 금융회사들에 대한 금융 감독 당국의 규제와 감독의 범위와 정도가 다르므로 그림자 금융의 정의도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그림자 금융은 자산유동화증권(ABS)·머니마켓펀드(MMF)·투자은행·헤지펀드·사모펀드·환매채시장·모기지회사 등을 포함한다.
중국에서는 은행의 장부외 거래, 즉 부외거래(簿外去來)로 다뤄지는 신탁 및 채권 등 재테크 상품과 위탁 대출, 신탁회사의 신탁 상품, 증권·보험·자산운용사의 자산 관리 상품, 민간 대출 업체의 대출 및 온라인 대출-한국 대부업의 대출 또는 사채(私債)에 해당-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은행의 부외거래가 그림자 금융의 핵심 부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ha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