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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무장한 新요우커, 그들의 쇼핑 따라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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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2. 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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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무장한 新요우커, 그들의 쇼핑 따라가보니..

머니투데이 | 하세린 기자 | 입력 2014.01.31 15:57

 

 

 

[머니투데이 하세린기자]-스마트폰·위챗으로 중국과 실시간 가격 비교

-면세점 쇼핑 '큰 손'이면서도 택시비 환급까지 챙기는 꼼꼼함

-경제硏"8.1조 생산유발…10.6만명 고용창출 효과"

 


그녀의 손가락은 쉴 틈이 없었다. 중국 서남부 쓰촨성 청도에 있는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위챗'(WeChat·중국 모바일 메신저)하는 중. "너가 사진으로 보낸 M가방, 53만원이래. 중국보다 훨씬 싸다. 어때?" "그래? 싸긴 한데…일단 생각 좀 해볼게." "알았어. 2일날 한꺼번에 사러 올거니까 그 전까지만 연락줘." "응. 고마워!"





30일 오후 서울의 한 면세점 화장품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루 야싱씨(23·여). 중국 남서부 쓰촨성에서 온 루씨는 춘절을 맞아 고등학교 동창 3명과 함께 한국여행을 왔다. 그는 쇼핑을 하는 내내 스마트폰으로 중국에 있는 친구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물건을 샀다. 할인율과 환율을 반영해 최종가격을 계산하고 있는 루씨의 모습. /사진=하세린 기자

 

30일 오전 11시 루 야싱씨(23·여)는 고등학교 동창 3명과 함께 비 내리는 명동길을 걷고 있었다. 이들은 일명 요우커(游客)로 불리는 중국 관광객. 요우커는 명품가방 등 비싼 제품을 대량구매하기로 유명하다. 관광업계는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절 연휴에 8만여명의 요우커가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2% 높은 수치다.

 


이제 관광버스에서 내려 단체 관광만 하고 가던 요우커의 시대는 끝났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국내에서 쇼핑을 즐기는 '신(新) 요우커'들이 등장한 것이다. 전날 오후 7시쯤 비행기에서 내린 루씨 일행은 인천공항 서비스센터에서 '에그 단말기'를 하루 6500원에 빌려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었다.





 

중국 최대 명절 춘절을 맞아 친구들과 한국여행을 온 탄 멩 샤오씨(24). 그는 서울의 한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는 내내 중국에 있는 친구와 실시간으로 문자·음성메신저를 했다. /사진=하세린 기자

오전 11시 30분. 명동 L호텔 면세점에 도착한 루씨는 쇼핑에 '신이 들린 듯' 움직였다. 설날 연휴로 백화점은 닫고 면세점만 열은 터라 입구도 하나뿐이었다. 루씨는 골목 깊숙한 곳에 있는 입구를 용케도 찾아냈다. 중국어로 쓰여진 '면세점'(免稅點) 표지판을 읽고 바로 엘리베이터 11층을 눌렀다. 11층에서부터는 한국이 아닌 중국이었다. 점원들은 유창한 중국어로 요우커들을 맞았다.

 


이들은 우선 국내 가방 브랜드를 살펴본 뒤 화장품 브랜드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루씨는 피부색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분크림이나 마스크 시트, 마스카라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친구가 미리 보내준 사진과 실물을 비교하며 점원에게 할인율과 가격을 물었다. 특정 카드를 사용하면 10% 할인이 되는지 여부도 재차 확인했다.

 


루씨는 판매대 위에 올려져 있던 계산기를 몇 번 치더니 환율을 반영해 중국 위안화로 환산한 다음 친구에게 메신저를 했다. 위챗은 문자뿐 아니라 문자 중 음성 기능도 갖춰 이들은 마치 국경을 넘어 무전을 하듯 실시간으로 쇼핑정보를 교환했다.





 

루 야싱씨(23)가 서울의 한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는 도중 스마트폰으로 중국에 있는 친구들과 메신저를 하고 있다. 친구가 사다달라고 부탁한 한 국내브랜드의 가방 사진들로 대화창은 꽉 찼다. /사진=하세린 기자

그러나 결국 루씨 일행은 이곳에서 단 하나의 물품도 사지 않았다. 루씨는 "오늘은 정보만 수집해서 친구들한테 가격을 알려주고, 떠나기 전 마지막 날에 와서 한꺼번에 다 사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가방, 화장품 등 한국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달라고 한 친구가 10명도 넘는다"며 "이제 장충동에 있는 S호텔 면세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면세점에서 나온 루씨 일행은 곧장 도로변에서 택시를 탔다. S호텔까지 나온 택시 요금은 5100원. 기사에게 영수증을 받고 택시에서 내려 안내 데스크를 찾았다. 그는 기자에게 중국여행사에서 가져온 쿠폰을 보여주며 "택시 영수증을 가져 오면 면세점에서 2만원 내 택시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루씨 일행은 이 모든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알고 왔다. 어느 면세점에서 어떤 카드가 몇 퍼센트 할인이 되는지, 어디 음식점이 맛있는지를 검색해 할인 쿠폰까지 출력해왔다.

 


오후 12시30분. S호텔 면세점에서도 이들은 화장품 매장을 집중공략했다. 약 2시간30분 동안 쇼핑을 하면서 루씨는 I브랜드 젤타입 달팽이 마스크 시트 100장, L브랜드 수분크림 8개와 비비쿠션 4개, B브랜드 CC크림 4개, T브랜드 볼륨 마스카라 20개 등 하루 동안 약 77만원을 썼다.

 


루씨는 "중국에도 한국 화장품 브랜드 판매점들이 많지만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며 "한국에서 사면 거의 4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어서 친구들이 많이 사달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쇼핑 스타일을 '평범하다'(normal)고 규정했다. 또 "젊은 중국 여성들이 해외에서 쇼핑을 하면 이 정도는 산다"며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30일 오후 3시쯤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 면세점 앞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루 야싱씨(맨 왼쪽) 일행. 이들은 3시간30분 동안 면세점 2곳을 돌아다니며 약 120만여만을 썼다. 구입한 상품은 대부분 국내 화장품이었다. /사진=하세린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 수는 2007년의 약 3.6배, 이들의 지출규모는 약 7배 증가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 경비는 2012년 약 2150달러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3000달러 넘게 지출한 중국인은 2010년 약 10% 수준이었으나 2012년에는 약 29%까지 급증했다.

 


또 같은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총 지출 경비 중 약 43%를 쇼핑비에 지출한 반면 중국인 관광객은 약 61%를 쇼핑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요우커들이 한국을 방문해 2012년 약 8조1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조8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10만6000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머니투데이 하세린기자 i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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