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융강국으로 부상과 우리의 대응
- '위안화 거래소' 설립의 필요성과 효과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2014.1.7)는 중국의 위안화가 향후 10년 내에 미국 달러화를 대신해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에서 위안화 거래소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14.1.8, 정몽준 의원)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와 우리의 대중 교역관계를 고려해보면 위안화 거래소 설립은 빠를수록 좋아 보인다. 여기다가 한국은행이 우리 기업들이 중국 수출로 벌어들인 위안화를 매입해주면 주가가 상승하고 경제성장률도 높일 수 있다.
중국은 금융 강국과 위안화 국제화 추구
위안화 거래소 설립이 필요한 해외 요인부터 살펴보자.우선 중국은 1978년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들어온 이후, 제조 및 무역 대국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제 그 목표는 달성했다. 2013년 중국의 무역규모(수출입 총액)가 4조 1,603억 달러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무역 1위 국가로 올라섰다. 중국은 앞으로 금융 대국을 또 다른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 상황을 보면 서서히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세계 220여 개국이 위안화로 중국과 거래하고 있으며, 위안화는 국제 무역금융 시장에서 유로화를 제치고 2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통화가 되었다. 이런 위안화의 국제화 추이는 앞으로 더 빠르게 진행돼, 앞으로는 5년 이내에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도 위안화가 달러와 유로화와 함께 3대 채권발행 통화가 될 전망이다. (FT, 2014.1.8)
중국이 금융대국과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자본시장을 자유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국제 무역과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사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다음으로 ‘G2’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 변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경제는 정보통신혁명으로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이를 일부에서는 신경제(new economy)라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신경제를 믿고 미국 가계는 자기 소득과 더불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소비를 늘렸다. 중국 생산자들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물건을 싸게 만들어 미국 소비자들을 충족시켜 주었고, 중국은 수출에서 번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사주었다. 그래서 미국 금리는 더 낮아지고 집값이 급등하는 등 자산 가격 상승으로 미국 가계는 소비를 더 늘렸다. 그러나 이것이 가계를 부실하고 했고,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현재 그 치유 과정이 전개되고 있다.
외국인이 보유하는 미국 국채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에 8%였으나, 2010년에는 26%까지 올라갔다. 2008년부터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미 국채 최대 보유국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해, 2012년과 13년에는 22~23%로 낮아졌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상대적으로 덜 사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2008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중국으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 미 의회 추정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발생한 다음 해인 2009년에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보다 6% 정도 아래로 떨어졌다. 비농업 부문에서 일자리도 2008년 2월에서 2010년 2월 사이에 874만 개나 사라졌다.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각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미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5.25%에서 거의 0%로 인하하고, 3차례에 걸쳐 양적 완화를 통해 3조 달러 정도의 본원통화를 늘렸다. 이에 따라 미국의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미국이 돈을 풀어 디플레이션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이 앞으로도 몇 년 더 진행되고 중국의 위안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무역과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 대중 무역의존도 심화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를 보면 위안화 거래소 시장 개설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우리 국가별 수출 비중을 보자. 2000년에 미국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미국 비중이 지난해에는 11%로 낮아졌다. 반면에 중국 비중은 같은 기간에 11%에서 26%로 2배 이상 늘었다. 홍콩 5%를 포함하면 2013년 우리나라 대중 수출 비중은 31%로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참고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지역별 수출 비중을 보면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아세안(15%), EU(9%), 중남미(7%), 일본(6%), 중동(6%), 동유럽(5%) 순서이다.
대중 수출 의존도가 심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무역수지 흑자는 대부분 중국에서 나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 추이를 보면 2006년부터 중국 한 나라에서 나는 무역수지 흑자가 전체 흑자보다 많다. 예를 들면, 2012년에 전체 무역수지 흑자가 283억 달러였으나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535억 달러로 거의 2배였다. 지난해 12월 20일까지도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606억 달러로 전체 흑자(401억 달러)보다 훨씬 더 많았다. 우리나라 무역 구조를 보면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돈을 벌어 일본에서 소재를 수입하고 중동에서 원유를 도입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은 무역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13년 11월말 현재 중국은 우리나라 상장채권을 12.6조 원 보유해 미국(20.2조 원), 룩셈부르크(16.6조 원) 다음으로 많이 가지고 있다. 외국인의 우리 채권보유 비중을 보면 미국이 20% 안팎에서 정체되어 있는 반면, 중국 비중은 2010년 9%에서 2013년에는 13%로 높아졌다.
중국은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돈의 일부로 우리 국채를 사들일 것이다. 2000년에 우리의 대중 수출 비중이 11%에서 지난해에는 26%로 높진 것처럼, 외국인 채권투자 중 중국 비중이 그와 비슷한 속도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5년 이내에 우리나라 외국인 채권투자 중 중국 비중이 20%를 넘어 미국을 앞설 전망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대중 의존도가 높은데다가 중국 자금이 우리 금융시장으로 들어오다 보니 우리 원화 환율도 위안화 환율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08~2013년 통계를 분석해보면 원화 환율은 엔화 환율(상관계수 -0.03)보다 위안화 환율(0.25)과 더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도 위안화와 더불어 원화도 미 달러에 비해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은 위안화 매입, 경제성장률 높일 수 있어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글로벌 경제환경은 위안화 사용 증가 쪽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은 금융 강국과 더불어 위안화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이미 심화되었고, 앞으로 중국이 국채 매입을 통해 우리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갈수록 중국은 우리 상품을 사가면서 달러 대신 위안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위안화 거래소 개설 논의는 시의적절하다.
우리가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위안화를 받고 그 위안화를 개설될 위안화 거래소에서 거래하면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 것인가? 우리는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600억 달러 이상의 무역 흑자를 냈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받은 달러를 시장에 내놓으니 원화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으로 수출하고 달러 대신 위안화를 받는다면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위안화 거래소가 개설되고 그 시장에서 한국은행이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벌어들인 위안화를 사준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본원통화가 증가하고 통화 승수(M2기준 20배 정도)만큼 시중 유동성도 늘어난다. 이 경우라면 현재 1%대 초반으로 목표치(2.5~3.5%)를 밑돌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라가면서 실질금리는 떨어지게 된다. 실질금리 하락은 원화 강세를 어느 정도 저지하고 우리나라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상당 부분 유지시켜 줄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한국은행의 위안화 매입으로 생긴 통화가 시중에 풀리면 자산 가격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지난해 일본 주가(Nikkei225)가 57% 폭등했고, 미국 주가(S&P500)도 30%나 상승했다, 그런데 우리 주가(KOSPI)는 1% 오르는 데 그쳐 겨우 하락을 면했다. 주식 시장에 이런 격차가 생긴 가장 큰 이유는 통화정책의 차이에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일본과 미국의 본원통화가 전년 말에 비해 각각 44%와 38%씩 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본원통화는 10% 증가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자산 가격의 거품 논쟁이 있지만, 양적 완화를 포함한 과감한 통화정책이 주가와 집값을 올려 부의 효과를 통해 소비 증가를 유도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고용도 늘었다. 한국은행이 위안화를 사준다면 미국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의 위안화 매입은 원화가치 상승을 막아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내수도 부양하면서 현재 잠재 성장력 이하로 성장하고 있는 우리 경제 성장률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필자가 여기서 다룬 위안화 거래소 시장에 대한 논의는 초보단계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 표현했는데, 통일이 된다면 북한 경제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감안할 때 중국의 위안화는 우리 경제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위안화 거래소의 설립과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