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거품”이냐 “비누거품”이냐?
“돌아야 돈(錢)”이지만 돈이 너무 돌면 사고 난다. 그리고 돈은 돌아야 할 곳에서 돌아야지 카지노판에서만 돌면 돈은 카지노 칩에 불과하다. 돈이 회임 기간이 긴 실물로는 안가고 금융시장 안에서만 돌아 주가만 올리면 반드시 버블이 터진다.
미국과 일본의 주가 최고치에 취할 게 아니라 금리의 상승과 고용개선을 함께 봐야 한다. 지금 금융시장의 호황은 실물경제가 아닌, 금융시장에서만 놀고 있는 돈이 스스로 열을 내는(?) 장이다. 돈 찍는 프린터로만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프린터 학과”만 있으면 되지 “경제학과”는 있을 필요가 없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불임산업이다. 실물을 숙주로 사용해야 부가가치를 만든다. 주식을 두 사람이 서로 사고, 팔고 해서 1만 원짜리 주식을 100만 원을 만든들, 돈을 두 사람이 서로 빌려주고 받아 예금과 대출 잔액을 1만 원에서 1,000만으로 올려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국, 기업으로 돈이 들어가 원재료가 되어 생산으로 들어가 부가가치를 창조해야 돈은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
돈이 제조업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맥주 거품”은 맥주 맛을 좋게 하고 잔을 넘치게 하는 기분 좋은 거품이다. 약간의 투자 과잉, 부동산가격의 상승, 물가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작정하고 거품놀이를 하려고 덤비는 “ 억지로 만든 비누거품”은 대기 중에 나가면 바로 터진다. 보기에는 무지개가 영롱한 비눗방울이지만 터지면 모두가 옷 버릴까 피하는 비누의 찌꺼기일 뿐이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자연스러운 거품과 억지로 만든 거품의 차이다.
미국의 “빅맥지수(Big Mac Index)와 소비자물가와의 관계를 보면 미국의 “돈 풀기의 본질”을 알 수 있다. 또한, 미국소비자 물가통계의 허점도 간단히 보인다. 화폐유통속도가 떨어진 것이 물가안정의 본질이고 이는 돈이 실물로 가서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가에서 맴돈다는 것이 주가의 최고치 갱신의 이유이다.
국가 주도형 3차 버블의 시대, 채권에서 터진다.
제조업이 떠난 미국, 그리고 제조업이 떠나가고 있는 늙은 일본 경제는 “빚으로 만든 경제”다. 큰 고기가 작은 고기를 먹는 것이 생태계의 본질이지만 개인의 빚을 은행이 삼키고 은행의 빚을 정부가 삼키는 이상한 금융의 생태계가 지금 미국, 유럽, 일본의 금융구조다.
미국발로 시작된 돈 찍기는 통화전쟁이 아니라 자살골의 전주곡이다. 미국이 만든 최근 20년간의 3번의 주식호황은 결국 프린터와 빚으로 만든 호황이다. 지금 주식 버블, 부동산 버블에 이은 채권 버블의 끝에 있다. 기축통화국의 권리를 남용한 결과지만 통화가치의 폭락은 결국 통화패권의 종말이다. 통화패권은 영원할 것 같지만, 서서히 그리고 어느 순간 급작스럽게 간다. 로마제국이 그랬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영국이 그렇게 갔다.
지금 미국은 세 번째 국가주도형의 버블이 진행 중이다. 가계와 기업은 디레버리징을 했지만, 그 빚이 모두 정부로 몰려간 것이다. 미국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국채 버블, 통화 버블로 이루어진 성장이다. 결국, 이번 버블은 정부 국채에서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음악이 나올 때까지는 무도회는 지속한다. 그러나 일약 스타가 된 신데렐라는 문제가 있다. 유리구두를 신고 온 신데렐라는 새벽이 오면 모든 게 끝난다. 그전에 무도회를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투자가든 정부든 기업이든 음악이 멈출 때가 아니라 새벽이 오기 전에 뛰어내려야 한다. 지금 미국과 유럽의 금리가 속등하고 주가가 속락하는 이유는 바로 눈 밝고 동작 빠른 신데렐라들 때문이다. 버넹키와 아베가 아무리 립서비스를 해도 똑똑한 신데렐라들은 자기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것이고 그런 신데렐라가 많아질수록 버넹키와 아베는 더 초조해진다.
주가는 “재료”와 “수급”, “정책”의 삼박자가 맞아야 제대로 된 지속 가능한 상승이 나온다. 수급은 유동성이고 정책은 통화 당국의 통화방출의 정도다. 재료는 기업이익과 신기술이다. 주도산업이 없으면 주가의 사상 최고치는 무너진다. 주가의 사상최고치가 지속하려면 결국 세상에 없던 신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이를 통해 거대한 부가가치를 창조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지금 미국과 일본의 증시상승은 섹시한 새로운 산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산업의 순환이다. 최근 30년간 주도산업의 변화를 보면 중공업에서 IT, IT산업에서는 가전에서 컴퓨터로, 컴퓨터에서 핸드폰으로 진화했지만 핸드폰 다음의 그림이 안 보인다.
“금리의 볼모”가 된 미국과 일본경제
지금 미국과 일본은 경기가 좋아져서 통화완화를 중단해도 문제이고, 안 하면 더 크게 버블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상황이어서 겉으로는 큰 소리 펑펑 치지만 속으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괴롭다. 전형적인 “금리의 볼모” 신세다.
1930년대의 버블과 지금의 버블을 보면 70년대 이후 기축통화의 힘에 기댄 Credit Bubble은 커지기만 했지 제대로 조정을 하지 못했다. 애초부터 부동산가격을 올리고 물가를 올리려고 작정한 돈 풀기는 필연적으로 터지고 그 후유증은 불 보듯 뻔하다.
일본처럼 거품놀이의 마지막을 쥔 나라는 허망하게 끝나고 오로지 터질 타이밍을 알고 그 전에 뛰어내리는 거품놀이를 즐길 줄 아는 헤지펀드와 선수들의 밥이 될 뿐이다. 일본의 새로운 지도자가 기고만장이지만 언어는 그 사람의 수준이다. 막말과 거친 행동은 결국 그 사람의 인품과 그릇이고 그런 인재를 최고지도자로 뽑은 국민의 수준이다. 막말과 무식한 돈 풀기로 한껏 인기를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베에게 유괴된 일본경제의 끝은 “지옥”이다. 그리고 주변국에서 “왕따”가 기다릴 뿐이다.
최근 기세 좋게 나가던 일본이 패닉이고 주가가 사상 최고치 갱신에 QE를 중단하겠다는 언질까지 했던 미국이 패닉이다. 국채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아베와 버넹키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막는 것은 결국 금리다.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이 제로금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화폐 조작을 했지만 결국 “금리의 볼모”가 되었다.
일본이 국채금리의 상승으로 앗 뜨거우라 하고 있고 미국 국채금리가 작년 4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국채금리상승이 MBS(주택담보대출증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 재앙이다. 그간 애써서 살려 놓은 부동산가격이 다시 속락할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7년 만에 겨우 반등한 집값이 다시 하락하면 금융부실과 소비감소는 불 보듯 뻔한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와 IT가 착시? 본질?
세상을 바꾸는 것은 돈 찍는 프린터가 아니라 “신기술”이다. 정보화시대에 정보를 찾으러 가는 수단인 자동차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인 핸드폰 기술에서 대박이 난다. 그래서 자동차와 핸드폰이 관심이다.
손가락으로 누르던 시대에서 손가락으로 밀어서 사용하는 스마트폰 시장이 변화에 빠른 한국의 기업들에는 호기였다. 그러나 아날로그, 디지털, 디지털 중에서도 폴더형에서 스마트형으로 핸드폰의 세대가 바뀔 때마다 두 세대를 연속으로 제패한 기업은 없었다. 스마트 폰에서 애플을 제친 삼성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미래의 삼성의 경쟁자는 핸드폰 회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안경회사”가, 빅 데이터를 소유한 “인터넷 포탈”이 삼성의 경쟁자일 수 있는 시대다. “구글의 안경”이 삼성 핸드폰의 경쟁자일 수 있다. “촉감”에 의존하는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눈빛”과 사람의 “감성”에 따라 움직이는 미래의 “안경 핸드폰”으로 바뀌면 삼성의 성공은 반드시 보장하지 못한다.
“석유 먹는 자동차”가 “태양을 먹는 자동차”로 바뀌면 현대차의 경쟁자는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가 아닐 수 있다. 배터리를 만드는 전자재료회사와 더 이상 무거운 엔진이 필요 없어진 자동차의 내부는 전자부품으로 가득 차면서 전자부품회사가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철판이 아니라 철보다 강한 고강도의 가벼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차의 외관을 장식하면 화학회사들이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이게 기술이고 첨단산업에서 변화다. 최근 중국의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와 나스닥에 상장된 전기차 업체 “Telsa”의 주가상승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은 참 운 좋은 나라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이 경기 부진으로 헤매고 있을 때 바로 옆에 중국이 있어 대박이 났다. 중국과 일본이 조어도 문제로 치고받는 것이 한국의 자동차업계에는 기대 않던 큰 호재다. 핸드폰의 거인 노키아를 대신 쓰러뜨린 애플이 창업자가 세상을 떠나고 주인 없는 회사가 되어 헤매는 것도 한국의 핸드폰회사에게는 기대 않던 일이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고 전 세계 11억 인구에게 한글을 가르친 것처럼.
일본을 모방하고 기술을 배운 한국의 자동차와 IT가 선방하고 있다. 자동차는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일본을 넘어서고 있고, IT에서는 세계적인 기업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 폰 시장에서 1등을 하고 있다. 한국이 지금 돈을 버는 것은 정확히 “MCT(Motor, China, Tech)”다.
자동차와 IT의 최대 격전지이자 시장이 지금 중국이다. 한국의 기술은 미국과 일본에서 왔고 시장은 중국이다. 핸드폰에서 미국을, 자동차에서 일본을 따라잡은 한국기술의 전쟁터는 중국이다. 중국에서 성공한 회사는 주가가 계속 가고 중국에서 실패한 회사는 주가가 속락이다.
중국은 지금 미국의 1,400만대를 제치고 연간 1,900만대의 자동차가 팔리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이고, 11억대의 핸드폰가입자, 연간 4,000만원에서 18억원까지를 쓰는 소비자가 1억 명 이상이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의 1억 명의 부자소비자를 홀리는 상품만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최근 4년간을 보면 한국증시의 주가상승 꽃은 “차화정”에서 “화장품, 패션, 음식료”와 같은 소비재로 바뀌었다. 이미 한국의 철강, 화학, 기계 등의 중공업은 중국의 시장포화와 투자축소로 좋은 시절이 지나갔다. 최근 2년간 대박 산업이었던 한국의 소비재 기업도 브랜드가 약하고 제품의 특성상 모방에 약해 이미 몇 개의 주문자상표 전문기업을 제외하고는 맛이 가고 있다. 중국에서도 이젠 브랜드 없으면 장사가 안된다.
지금 중국은 성장이 미국을 닮아간다. 부동산과 자동차 그리고 핸드폰이 성장의 중심이다. “아베 버블”, “버넹키 버블”이 터지면 정작 일본과 미국보다 더 크게 울어야 하는 것이 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한 한국이다. 한국 투자가는 “유리구두를 신은 신데렐라”처럼 보인다. 새벽이 오기 전에 잘 뛰어내려야 한다. 지금 중시의 상승은 버블이 터지기 전까지는 무도회를 즐기고 유동성 파티의 마지막이 오기 전에 누가 먼저 뛰어내리는가의 게임이다.
한국 상장기업의 실적을 자동차와 IT를 빼면 마이너스라서 한국경제의 착시가 있다고 한다. 정말 착시일까? 아니면 한국경제의 대세일까? 대세다. 지금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정보다. 정보사회의 핵심 수단은 자동차와 핸드폰이다. “정보를 찾으러 가는 수단”이 자동차이고 찾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핸드폰이다. 이 두 가지 핵심수단에서 한국이 선방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천운이다. 새벽이 오기 전까지 관심 두고 투자할 업종은 착시가 아니라 대세인 자동차와 I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