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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림 칼럼] 중국과 길게 같이 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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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2. 12. 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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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림 칼럼] 중국과 길게 같이 가려면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2.12.03 10:19

 

 

 

당나라 때부터 중국이 뭘 만들면 맨 먼저 벤치마킹해서 귀신같이 비슷한 걸 만들어 내놓는 게 조선이었다.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는 고려청자도 그렇게 만든 것 중 하나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 '짝퉁대국'으로 불리는 중국은 역사의 긴 시간 동안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국가였다.

 

중국 쪽에서 보면 한국은 자신들을 베끼기 바쁜 민족이었다. 중국은 종이, 화약, 나침반을 발명한 인류문명의 개척자였다. 이웃한 우리에겐 오랫동안 열등감을 심어준 나라다.

 

공산주의 한다고 문을 닫아걸어 버린 통에 여러 분야에서 발달이 지체된 중국.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겠다는 듯이 달걀에서 자동차까지 왕성하게 짝퉁을 만들어온 중국. 그 중국이 이제는 자신들이 베끼기 대상으로 삼아온 나라의 턱밑까지 추격해왔다고 자부하는 것 같다.

사실 짝퉁 만들기는 기술진보를 앞당기는 길이다. 그림 그리기든 자동차 제조든 기본기를 닦는 데는 앞서간 사람들 것을 똑같이 따라 해보는 게 최고다. 5000년 역사에서 잠시잠깐 중국에 잘난 척했던 우리도 그랬다. 현재 세계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3위에 오른 현대기아차삼성전자 LG전자 할 것 없이 처음엔 모두 일본 기업을 베끼고 따라 했다. 우리의 모델이 된 일본 또한 네덜란드 포르투갈 독일 미국을 베끼며 성장했다.

그런 베끼기 사슬의 끝 부분에 있는 중국의 추격 속도가 매섭다. 포스코는 스승 격인 일본 신닛테츠 기술 수준이 100이라면 포스코가 97, 중국이 93 수준에 와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에 따라잡힐 시간도 5년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주 무기인 TV, 휴대폰, 가전에서 자동차, 조선, 기계, 화학까지 망라해서 급속히 따라잡고 있다. 기술만 엇비슷해지면 가격 우위를 앞세워 우리 산업에 융단폭격의 피해를 줄 수 있다.

중국은 앞선 나라들이 그어 놓은 트랙을 답습해서는 절대 그들을 앞지를 수 없다고 봤다. 인수합병을 통해 선진기술을 통째로 이식받거나 기술이전을 강제하는 건 그런 이유다. 레노버는 2006년 IBM PC 부문을 인수해 올해 HP를 제치고 세계 1위로 키웠다.

 

경영이 어려워진 소니가 최근 전지사업 부문 매각을 검토하자 일본인들의 눈은 중국에 쏠린다. 일본에는 20년 불황 끝에 한계 상황에 몰린 기업이 많다. 소니, 파나소닉사 협력업체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찾아오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이런 기업 중 알짜배기를 중국이 거둬갈까 일본인들은 조바심 내고 있다.

 

이미 중국 국부펀드는 파나소닉, 미쓰비시중공업, 도시바, 혼다, 미쓰이화학, JAL, NTT를 포함한 145개 기업 주식을 많게는 2%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다. 일본인들은 이를 단순한 투자목적이 아닐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단기간에 기술 습득이 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자기 땅에 공장과 연구소를 짓도록 외국 기업에 강제할 수 있는 거대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LCD 같은 첨단기술은 삼성, LG가 아니더라도 공장과 연구소를 지어 기술이전 하겠다는 업체가 많다. 자동차는 이미 전 세계 업체들이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대차도 중국 내 연구소를 짓는 조건으로 공장을 허가받았다.

중국은 11월 중순 시속 100㎞로 달리는 무인자동차를 만들어 고속도로 주행시험에 성공했다. 중국의 관심은 이제 차세대 기술로 옮겨가 있다. 세계 모든 자동차업체들이 중국 땅에서 코를 박고 먹이 쟁탈전을 벌이는 새 그들의 전진을 막을 화공법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거리를 누비는 중국인 관광객을 보면 어떨 땐 겁이 난다. 우리가 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면, 지속적인 우위를 만들어 리드하지 않으면 13억 중국에 파묻혀버릴 것이다. 거대한 코끼리 떼에 밟혀 죽지 않으려면, 다시 고려청자 시기처럼 중국 베끼기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코끼리 떼보다 앞서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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