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죠?
대통령님,
잘 지내시죠? 정신없이 시간에 밀려 멍하니 있다, 잠시 돌아보니 오늘이 23일이네요. 왜 그러셨어요. 왜. 이해가 안가는 바는 아니지만, 얼마나 힘드셨을지도 알겠지만, 그 방법밖에 없다라고 생각하셨을 것도 알겠지만, 당신 한 몸 던져 다 구해내자고 생각하신 거 알겠지만, 그게 아마도 우리에게 더 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셨겠지만, 그래도 왜 그러셨어요? 왜.
삼 년이 지났네요. 그 날. 토요일 새벽. 황망함을 잊지 못합니다. 설마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생각했지만 터져 나오는 보도 앞에서의 무너졌던 무력감을 잊지 못합니다. 덕분에 많이 울었네요. 일주일 내 내.
네. 지금도 울고 있습니다. 방법이 없네요. 이해해 주세요. 제가 대통령님을 이해하듯, 이해해 주세요.
벌써 3년 전이네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흐르겠죠. 그래도 항상 저의 기억은 3년 전 토요일 새벽에 남아있을 겁니다. 또 울겠죠, 뭐. 시간이 많이 흘러도.
복잡하실테니, 어지러운 이야기 하지 않으렵니다.
감사했습니다. 평안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미안해요. 노무현…
난 당신을 [빠]하지는 않았죠.
허나 내 마음 저 깊숙한 곳에서 당신은 그나마
미안해요… 노무현…
이젠 다시…당신의 인간적 풍모와 기개를 닮았을
노통 3주기에…
당신이 밉습니다.
이 짓밟히고 울부짖는 무지렁이들을 늑대가 풀어놓은 살쾡이 앞에 내팽개치고 홀로 부엉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날갯짓이 가볍습디까?
이 햇살 싱그럽고 푸르른 5월 즐거워하기도 모자랄 이 시간, 왜 우리 눈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합니까?
더 이상 미워할 여유도, 눈물 흘릴 틈도, 흘릴 눈물도 없나이다.
그렇게 해서 내년 오늘 이 자리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모든 풀뿌리, 무지렁이, 농투성이, 가난뱅이들이 함께 어울려 떡 접시 돌리며 흐트러진 춤판을 벌이며 입이 찢어져라 웃어 제키는 한바탕 웃음의 잔치마당으로 만들 것입니다.
당신이 바보였듯이, 우리는 약삭빠르지 못한 무지렁이입니다.
2012. 5. 23 바보와 무지렁이들이 대한문 앞에서 맺은 약속입니다.
(알림) 대한문 앞에는 어제(5월22일)오후에 생각을 같이 하는 시민들이 아주 작고 초라한 노무현 분향소를 차리고 조문객을 맞고 있습니다. 23일 자정까지 운영됩니다.
시간이 있으신 분은 발걸음을 대한문 앞으로 옮기시어 밀짚 모자 눌러 쓰고 활짝 웃는 바보의 사진 앞에 국화꽃 한 송이 바치고 잠시 고개를 숙이고 노무현의 회상에 잠겨보시기 바랍니다.
꺽은 붓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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