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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12. 3. 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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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명숙·임종석의 스텝이 꼬였을까?
(서프라이즈 / 흑수돌 / 2012-03-10)

 


공사(公私) 구분 못 해… ‘MB 프레임’에 빠졌다

 

▲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1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권연대 공동 합의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9일)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임종석 사무총장이 사임했고, 오늘(10일) 새벽 야권연대 협상이 타결되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며, 이제 민주통합당은 다시 지지율을 회복할 모멘텀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때마침 새누리당이 광주 민주화 항쟁을 ‘반란’으로 규정한 무개념 수구꼴통 인사를 공천했고, 기자들에게 1,000만원을 돌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후보자를 그대로 공천하는 등 닭짓 행보를 보이고 있어 4.11 총선을 앞두고 또 한 번 판세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최근 일련의 과정에 대해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또다시 어리석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명숙 대표가 임종석 총장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절실함이 더해졌다. 왜 사퇴해야 했는지 당사자인 임종석도 모르고, 한명숙 또한 전혀 이해하거나 수긍하지 못한다면 이건 정말 큰일 날 일이기 때문이다. 그냥 순간적으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것이면 곤란하다.

 

아마도 역대 대통령 중 MB만큼 전 국민의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인물은 없었을 것이다. 복지부동과 무능의 대명사였던 노태우도, 무개념이면서 일관성이 없었던 김영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가카 헌정 특별방송 ‘나꼼수’ 신드롬 속에는 이와 같은 MB만이 갖는 독특한 사회 현상이 반영되어 있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공사(公私)를 구별 못 하는 권력의 사유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내곡동 사저, 총리실 불법사찰, 방송장악, 선관위 시스템 조작 등 MB를 위기에 빠트렸던 모든 사건들이 요거 하나로 요약될 수 있다. 그걸 포장하고 감추려다 보니 꼼수가 되는 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명숙과 임종석이 정확히 이 같은 ‘MB 프레임’에 걸려버렸다. 임종석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私)’의 영역이고, 사무총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아 공천과 야권연대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공(公)’의 영역인데 본인 판단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개인적인 부분이 공적인 부분에 앞서버린 것이다.

 

공사에 대한 정확한 판단능력이 있었다면 한명숙이 혹 사무총장직을 제안했더라도 이를 고사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총선에서 다시 배지를 달아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받았다.

 

한명숙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검찰의 무리한 조사와 기소로 인해 피해를 받기에 아마도 임종석에 대해 ‘동병상련’을 느꼈을 것이다. 더욱이 이해찬, 문재인 등 친노그룹의 ‘아바타 대표’라는 시선 속에서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486그룹 상징인 임종석의 존재감이 대단히 절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사적인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임종석의 개인적인 욕심과 한명숙의 개인적인 욕심이 결합하여 당직 임명이 이루어지고 공천이 결정되었기에 무서운 상승세를 탔던 민주통합당 지지율이 급전직하한 것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의도 자체가 오해를 받게 된다

 

▲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임종석 사무총장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통합당

 

어쩌면 한명숙과 임종석은 ‘사무총장 사퇴’와 ‘야권연대 타결’로 민주통합당이 위기 국면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안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라는 게 그렇게 쉽게 국면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이번 민주당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한명숙에게서 ‘대권 욕심’을 목격했고, 임수경을 비례대표로 영입하는 등 당내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임종석의 모습 속에서도 ‘서울시장 욕심’을 확인했다.

 

지긋지긋한 MB정부를 종식시키기 위해 올해 총선과 대선이 너무나도 중요한데 그러한 백척간두의 상황 속에서 당 지도부라는 사람이 사욕을 채우려 했다? 이거 무지하게 충격적인 사건이며, 특히 20대와 40대에게는 혐오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2040그룹에서 30대가 점차 고립화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20대의 경우 민주통합당이 검사-판사-변호사 등 현재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있는 법조인들을 대거 영입하고 공천하는 것에 냉소주의적 시각을 보내고 있고, 40대의 경우 민주통합당의 스탠스가 지나치게 통합진보당에게 끌려간다는 우려 때문에 잠정적으로 지지를 유보하고 있다.

 

총론적으로 살펴볼 때 20대는 ‘명분’과 ‘정체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40대는 ‘국정운영 능력’과 ‘대안제시 능력’에 초점을 맞추려는 특성이 강하다.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것은 한명숙 지도부의 최근 행보가 명분, 정체성, 능력에 있어서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이 중 하나라도 해결되거나 극복된 게 있는가? 임종석 사퇴와 야권연대 타결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한명숙에 대해 “검찰 때문에 실제 능력보다 과대 평가했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 충분히 MB 및 박근혜와 맞짱을 떠서 승리할 수 있는 유력 대선후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서울시장 감도 못되고 국무총리 자리도 과분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는 지나치게 한명숙을 폄훼하는 시각이며, 대단히 성급한 측면이 강하지만, 최소한 한명숙 대표와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 같은 여론의 질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들과의 소통이 계속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야권연대와 총선 승리를 위해 온몸을 던져가며 민주당을 진두지휘할 한명숙 대표를 볼 때마다 ‘그녀의 대권에 대한 욕심’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한명숙-민주당-지지자 모두에게 대단히 불행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또다시 야권연대를 통해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사심(私心)’이 앞설 경우 일시적으로 잠잠해졌던 그녀를 향한 의심과 오해가 다시 불길처럼 번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야권연대만큼,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 이해찬-문재인-정동영-문성근-김정길-박지원-박영선-이인영 등 최근 한명숙 대표와 불편하거나 소원한 관계에 있었던 핵심 리더들과 화끈하게 화합하고 손을 굳게 잡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야 깨끗이 털고 갈 수 있다.


임종석, 정몽준-이인제-김민석 전철 밟지 마라

 

▲ 민주통합당 임종석 사무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무총장 사퇴와 총선 후보사퇴를 선언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사실 임종석 사퇴 뉴스를 접하면서 내 마음도 썩 편하지는 않았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그와 자주 술자리에서 만나며 속에 있는 이야기도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웠기 때문이다. 분명 그가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며, 그의 인성을 잘 알기에 상당한 동정심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치라는 것이 ‘명분’과 ‘타이밍’을 절묘하게 결합시켜야 하는 종합예술임을 그가 모를 리 없기에 더욱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것이다. 이번 사무총장 사퇴를 보면 그 시점이 너무 늦어짐으로써 ‘타이밍’을 놓쳤고, 야권연대 협상이 지연되면서 사무총장직을 던질 명분마저도 확보하지 못했다. 정치적 감각을 놓고 보면 낙제점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 그가 정치인으로서 가야 할 세월이 길기에 몇 가지 충언을 해주고 싶다.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하는 일마다 계속 꼬여가고 결국 나의 의도와는 180도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경험하게 되는데 그럴 때에는 어떻게 일을 풀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가진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스텝이 계속 꼬이는 경우 결코 나의 기득권이 될 수 없는 것을 괜히 나 혼자 착각하여 이를 무리하게 끌고 가고자 함으로서 발생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임종석은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과연 사무총작직이 정말 나에게 맞는 것이었으며 진정 나의 기득권이었을까?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잘 나가다가 스텝이 꼬인 대표적 사례로 나는 세 사람을 꼽고 싶다. 노무현과 역사적인 대선후보 단일화에 합의해놓고 불과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합의 철회를 한 정몽준, 유권자와 정치지형의 변화에 눈감고 당내 기득권을 지키려다 자멸의 수순을 밟은 이인제, 그리고 너무 빨리 뜨고 싶다는 조급증 때문에 민주당을 탈당하여 정몽준의 품에 안긴 김민석이 바로 그들이다.

 

물론, 각각 망가진 사연은 다르지만 이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해 냉정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우연히 굴러들어온 행운을 마치 자신이 고생해서 일군 기득권인 것처럼 착각하여 무리수를 거듭했다는 것이다. ‘월드컵 4강’ 한방으로 대권을 거머쥐려 했던 정몽준도, ‘동교동계’만 장악하면 대권을 먹을 것으로 착각했던 이인제도, ‘정몽준 로또’를 가장 먼저 구입하기 위해 잔머리 굴린 김민석도, 모두 동일한 프레임 속에서 몰락의 수순을 밟아갔고 그냥 그걸로 끝나버렸다.

 

현재 임종석에게 닥친 시련이 본인 입장에서는 대단히 아프겠지만 도리어 이를 더 큰 정치인으로 스스로를 다듬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만일 1997년 대선에서 20%를 얻으며 김대중-이회창에 이어 3위를 차지했던 이인제가 최소 2~3년이라도 정치 현장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지는 기간을 가졌더라면…,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에게 패배한 김민석이 조급증을 갖지 않고 그냥 묵묵히 민주당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더라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과 더불어 공동의 승자 자리를 예약해놓았던 정몽준이 24시간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한국의 정치지형은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바로 그들이 놓였던 그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지금 임종석이 서 있다. 아까운 정치인을 잃고 싶지 않기에 그만은 이들과 다르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흑수돌


P.S. 이번 야권연대 협상 결과를 보니 민주당이 상당히 ‘통 큰’ 양보를 했다는 느낌이 든다. 기왕에 통 크게 할 거면 처음부터 그렇게 해서 주도권과 모멘텀이라도 확보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우왕좌왕하고 눈치 보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나서 협상하니 협상 주도권도 빼앗기고,

 

통 큰 양보를 해놓고도 생색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언론에도 그러한 부분이 전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감각이 부족한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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