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가 먼저 부분은 나중이다.
구조론연구소 김동렬슨생 2011.12.20
밖에서 덧붙이지 말고 안에서 막아라.
세계 최악의 자동차 디자인 랭킹에 항상 들어가는 쌍룡의 로디우스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를 형상화 하고 있다. 배의 닻을 닮았다고도 볼 수 있다. 외국의 어떤 평자는 '과연 물에 뜨는지 바다에 던져보고 싶다'는 평을 남겼다.
재규어가 재규어를 닮아도 재규어의 스피드와 날렵함을 닮았을 뿐 눈코귀입을 닮지는 않았다. 어떤 동물의 신체 일부나 사물의 일부분을 따서 붙이는 플러스가 최악의 디자인이다.
선비의 갓을 닮은 예술의 전당. 그야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최악의 디자인 중 하나다. 과거 독재자들이 한국적인 조형물을 만든다며 전통과 관련있는 사물의 모습을 따다 붙이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이런거 보고 있으면 머리 나빠진다.
방향성의 의미
자전거를 쉽게 배우려면 일단 안장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좋다. 아예 페달을 빼버리고 발로 땅짚고 가는 것도 방법이 된다. 요기서 요체는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다. 타면 탈수록 자전거 타기가 쉬워져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흔히 쓰는 방법은 영어공부, 수학공부와 같아서 갈수록 태산이다. 처음에는 누가 뒤에서 붙잡아주므로 쉽게 탈 수 있지만, 다음에는 혼자서 타야 하므로 무서워서 탈 수가 없다.
◎ 잘못된 방법 – 먼저 자전거의 균형을 잡은 다음 앞으로 나아가라.
◎ 바른 방향성 – 무조건 앞으로 가다가 보면 저절로 균형이 잡힌다.
수영을 배워도 그러하다. 먼저 물에 뜨는 법을 배운 다음 헤엄쳐 나가는 식으로 배우면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간다. 배워서 점차 지식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것을 한꺼번에 생각해야 한다. 뇌가 감당하지 못한다. 이 경우 돌발상황이 일어나면 머리 속이 하얗게 되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
수영을 쉽게 배우려면 얕은 물에서 눈을 감고 잠수를 하는 것이 좋다. 숨을 멈추고 잠수하여 아무렇게나 5초동안 3미터쯤 헤엄쳐 가는 것이다. 이때는 물에 뜰 필요가 없으므로 아무런 부담이 없다. 얕은 물에서 마음대로 헤엄치며 놀다보면 어느새 수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잘못된 방법 – 먼저 신체의 균형을 잡은 다음 헤엄쳐 나아가라.
◎ 바른 방향성 – 무조건 앞으로 가다가 보면 절로 균형이 잡힌다.
방향성의 의미는 정확히 코스를 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눈감고 무조건 가다가 보면 저절로 보조가 맞아지고 내부에 질서가 생겨나서 결국 길을 알게 되는 것이다. 역리가 아닌 순리다. 에너지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결을 따라 간다.
혼자서 가는 길이라면 갈수록 경험치가 축적되어 나중에는 방향을 잘 찾게 된다. 여러 경험들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내부에 질서가 생겨난 것이다. 여럿이 함께 가는 길이라면 시행착오와 오류시정 끝에 내부적인 상호작용이 증가하여 집단 내부에 결이 만들어진다. 동료들 간에 호흡이 맞고 팀웍이 맞으며 차츰 길이 들어서 저절로 길이 생겨난다.
이때 내부에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주류와 비주류의 시소가 생겨난다. 이 시소가 작동을 시작하여 필요한 사람을 태우고 멍청한 사람을 떨어뜨리는 형태로 에너지를 순환시키기 시작하면 내부에 결이 생겨난다. 결을 따라 질서가 생겨나며 그 질서가 나침반 역할을 해서 저절로 길이 찾아진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언제라도 전체에서 부분으로 범위를 좁혀가야 한다는 거다. 먼저 부분을 달성하고 또다른 부분을 훈련하는 식으로 플러스를 하다가는 부분과 부분이 어긋나서 퍼즐이 안 맞게 된다. 내부적으로 호흡이 안 맞고, 팀웍이 안 맞고 불일치가 일어나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게 된다.
무조건 먼저 전체를 관통해야 한다. 자전거를 탈 때에는 안장을 낮추고 페달을 빼버리는 방법으로 난이도를 낮춘 상태에서 처음부터 전체과정을 경험해야 한다. 무조건 제 힘으로 앞으로 가는 것이다. 가장 낮은 레벨이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누가 붙잡아주지 않아도 비틀비틀하며 혼자서 타고 가는 것이다.
수영을 배우더라도 마찬가지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아기새의 첫 비행처럼 처음부터 바로 헤엄을 쳐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므로 잠수를 하는 것이 좋다. 눈감고 딱 3미터만 헤엄치면 된다. 3미터 정도는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다. 어떻게든 헤엄을 치다보면 나중에는 물 위에 떠서 잘 헤엄치게 된다.
◎ 먼저 전체과정을 마스터 하라.
◎ 처음부터 전체를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최대한 난이도를 낮추라.
먼저 전체를 완성하고 다음 부분을 보강하는 것이 바른 방법이다. 퍼즐을 맞추더라도 전체의 윤곽을 잡은 다음에 빠진 부분을 채워넣는 것이 바른 수순이다. 그림을 그리더라도 처음부터 전체를 그려보는 것이 스케치다.
색칠하기가 어렵지 스케치는 쉽다. 난이도를 낮추어 쉬운 목표를 제시 한 다음 무조건 전체를 다 해치워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봐야 한다. 완전성의 동그라미를 완성시켜야 한다. 전체가 먼저고 부분은 나중이어야 한다.
건물을 지어도 먼저 전체를 장악하는 땅고르기를 하고, 다음 전체의 중량을 책임지는 기초를 세우고, 다음 전체를 버티는 골조를 세우고, 다음 전체의 벽체를 채운 후 인테리어로 마감한다. 항상 전체가 먼저여야 한다. 부분을 먼저 하는 것이 플러스고 전체를 먼저 해치우는 것이 마이너스다.
◎ 대지 전체를 장악하는 평탄작업을 한다.
◎ 건물 전체의 중량을 부담하는 기초를 놓는다.
◎ 건물 전체를 외력으로부터 버티게 하는 골조를 세운다.
◎ 건물 전체를 막아주는 벽체를 세운다.
◎ 건물 전체를 덮는 인테리어를 한다.
항상 전체를 따라가는 것이며 부분은 나중에 손대야 한다. 일을 배울 때도 무조건 전체과정을 한번 따라해보는 것이 좋다. 의사가 의학을 배울 때도 전체를 다 배운다. 치과의사라 해서 치아에 대해서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글자를 배울 때도 오늘은 기역을 배우고 내일은 니은을 배우는 식이 아니라 무조건 전체 한글 자모를 한번씩 다 써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자모들 서로간의 연관관계가 파악되어 쉽게 배울 수 있다. 항상 전체에서 전체로 가야 공명이 되고 증폭이 되고 소통이 되어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반면 부분에 뛰어들면 미로에 빠져버린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원리를 안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리더가 되면 전체를 건드리게 된다. 집단 전체에 스트레스를 주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집단 전체의 주목을 끄는 결정을 내린다.
대한민국 5천만 전체가 하나의 지점을 바라보게 하려면 무엇이 가장 좋을까? 그래서 이명박은 취임하자마자 전봇대 두 개를 뽑았다. 그것이 가장 쉬운 전체 건드리기였던 것이다.
두목 침팬지 자리를 노리는 젊은 침팬지 수컷은 쓸데없이 히스테리를 부리며 소동을 피워 무리 전체가 그 소동을 알게 한다. 어떻게든 무리 전체에 정보가 전달되기만 하면 자신이 탑 포지션을 잡은 셈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침부터 꼴통을 부린다. 어린이가 밥을 안 먹고 말도 안하고 삐쳐 있는 것도 역시 전체에 스트레스를 주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크게 울어서 전체에 스트레스를 주지만 그것도 힘이 들므로 나중에는 말을 안 하는 방법을 쓴다.
어떻게든 전체를 건드리면 집단 내부에 상호작용이 증가하여 맞는 답을 찾아내게 되어 있다. 물론 그 방법은 그 멍청한 초보리더를 집단에서 퇴출시켜버리는 것일 때가 많다.
팽이를 돌릴 때는 먼저 균형을 잡은 다음에 팽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돌려서 일정한 속도가 붙으면 저절로 균형이 잡아진다. 왜인가? 균형은 전체 안에서 파악되기 때문이다. 전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균형이 찾아지지 않는다.
균형부터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먼저 리더를 찾은 다음에 집단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집단이 움직여야 리더가 찾아진다. 먼저 리더를 뽑아놓고 집단의 운명을 맡기자는 것이 진중권류 무뇌좌파이 주장이고 먼저 대중의 마음을 흔들어 버리면 저절로 리더가 출현한다는 것이 김어준의 생각이다.
◎ 방향성은 전체≫부분이다.
◎ 전체에서 부분으로 좁아지므로 마이너스다.
처음부터 전체를 하는 것은 무리다. 농사를 배워도 봄에는 모심기를 배우고 가을에 수확을 배워야 한다. 모심기와 벼베기를 동시에 배우기는 불능이다. 여기에 딜렘마가 있다. 그래도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야 한다.
불가능하면 난이도를 낮추어야 한다. 어떻게든 전체를 먼저 얻어야 한다. 그것이 질이고, 세력이고, 시스템이고, 상부구조다. 정치를 해도 어떻게든 대한민국 전체를 한번 들었다 놓았다 해본 사람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다. 비좁은 강단에만 서식해 본 책상물림 지식인들은 원초적으로 자격이 없다. 그들은 대중과의 정서적 반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원의 질이 낮다. 종자가 불량하다.
나쁜 길로 가라
구조론은 나쁜 길로 가라고 말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나쁜 길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나쁜 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구조론은 윤리 빼고 도덕 빼고 감정 빼고 건조하게 사실을 규명한다.
나쁜 길은 내부 상호작용의 밀도가 높은 길이며, 궂은 길이며, 반응이 빠른 길이다. 먼저 전체를 건드리고 환경 전체를 장악해서 그 반향을 널리 공명시키고 증폭시키는 길이다. 세상을 시끄럽게 하여 세상이 스스로 답을 찾아내게 만드는 길이다.
집단 전체에 스트레스를 주어 집단지능을 끌어내는 길이다. 집단 내부에 긴장을 걸어 정신차리게 하는 길이다.
자기 자신의 알량한 지식으로 끌어낸 판단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집단 내부의 밸런스 원리에 의해 자동항법으로 가는 길이다. 집단에 강한 스트레스를 걸었을 때 집단 내부에 숨은 대칭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구조의 결이 성립되어 저절로 답이 찾아진다. 그것이 나쁜 길로 가라는 아포리즘의 의미다.
노무현 대통령 말씀에 ‘목수가 오전 내내 연장만 벼르고 있더니 오후가 되자 금새 집을 한 채 뚝딱 다 지어놓았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먼저 완전성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낳음의 자궁을 만드는 것이다. 집단이 저절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내부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이는 대칭구조를 세팅해야 한다.
집단에서 그것은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주류와 비주류가 대결하는 시소 형태로 작동한다. 그 시소가 움직여서 끝없는 갈등과 긴장을 연출함으로써 집단 전체의 지능을 뽑아낸다. 집단 구성원 전체의 아이디어의 총합을 끌어내는 것이다. 소통지능의 지혜를 퍼올리는 자동펌프가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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