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케미스트리가 방향을 결정한다.
구조론연구소 김동렬슨생 2011.12.19
이기는 포지셔닝
한 번 싸움에 이기고 지는 것은 능력에 달려있다. 실력이 없다면 손자병법도 소용이 없다. 이에 대한 구조론의 해법은 장기전이다. 장기전 수행능력이 있다면 전투에 져도 전쟁에 이길 수 있다.
항우와 유방의 싸움과 같다. 패왕 항우가 싸움마다 이겼지만 최후의 승자는 고조 유방이었다. 유방에게는 장기전 수행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기전을 할 수 있다면 전투력이 없어도 이길 수 있다.
문제는 장기전을 할 수 있느냐다. 이때 중요한건 방향성이다. 애초에 방향이 틀려버리면 장기전이 불가능하다. 전투 중에 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보급이 끊기고 구원군이 끊겨서 말라죽는다.
애초에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궁지로 방향을 잡지 말아야 한다. 궁지에 몰려 죽는 수가 있다. 사지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 어리석게 배수진을 쳤다가 군대가 전멸한 예는 역사에 매우 많다.
궁벽한 곳을 피하고 너른 곳을 얻어야 장기전을 할 수 있다. 방향을 잘 잡으면 한 번 싸움에 지더라도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여 최종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다. 최후에 이겨야 이기는 거다.
항우는 관중을 버리고 팽성을 수도로 삼은 것이 실책이었다. 넓은 곳을 버리고 궁벽한 곳을 택한 것이다. 생지를 버리고 사지로 들어갔다. 스스로 독 안으로 들어가서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되었다.
거시적으로 보고 장기전을 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진나라가 있던 관중은 유목민이 사는 초원을 끼고 있어서 배후지가 넓다. 싸움에 져도 뒤로 물러나 세력을 기를 수 있는 곳이다.
반면 초나라의 수도 팽성의 남쪽은 산악이요 동쪽은 바다라 도망칠 곳이 없다. 중국사의 대부분은 북쪽에서 남쪽을 치는 것이다. 남쪽에서 북쪽을 이긴 것은 명나라의 주원장과 모택동 정도이다.
명나라의 경우 흉년과 전염병으로 붕괴된 몽고가 스스로 초원으로 물러난 것이고 변변한 싸움이 없었다. 모택동도 연안장정으로 먼저 북쪽을 얻어 승리했다. 중국사는 언제나 북쪽이 남쪽을 이긴다.
진보와 보수의 싸움도 마찬가지다. 정치의 배후지는 젊은 세대다. 일시적으로는 남쪽이 북쪽을 이길 수 있고, 가스통 할배가 젊은이를 이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북쪽이 이기고 젊은이가 이긴다.
포지셔닝에서 거의 결정된다. 젊은 유권자는 계속 태어나지만 노인 유권자는 계속 사망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배후지가 넓은 쪽, 새로운 기운이 들어오는 쪽, 독안이 아닌 독바깥을 선택해야 한다.
구한말 개화기와 같다. 일시적으로는 반동이 득세하여 개화파가 진다. 민주화도 마찬가지다. 일시적으로는 독재가 이기고 한나라당이 이긴다. 그러나 방향이 옳기 때문에 결국 민주주의가 이긴다.
왜? 민주주의는 배후지가 있기 때문이다. 개화파는 배후지가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끝없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들어오는 쪽에 방향을 잡으면 언젠가는 승리한다.
어디에 자리를 잡을 것인가? 첫째 마이너스로 가야 한다. 둘째 탑포지션을 차지해야 한다. 셋째 상부구조로 올라서야 한다. 넷째 완전성을 포착해야 한다. 다섯째 크게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 마이너스를 행하라.
◎ 탑 포지션을 차지하라.
◎ 상부구조로 올라서라.
◎ 완전성을 포착하라.
◎ 세력을 형성하라.
포지셔닝이 결정한다. 구조론의 정답은 마이너스다. 그런데 마이너스를 하려면 먼저 탑 포지션을 차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상부구조로 올라서야 한다. 문제는 상부구조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 세력≫완전성≫상부구조≫탑포지션≫마이너스
완전성을 포착하는 눈을 얻어야 한다. 이는 훈련으로 가능하다. 깨달음으로 가능하다. 완전성은 세력 형태로 존재한다. 세력은 모든 것을 낳는 자궁이다. 복제하고 증폭되어 널리 공명하는 것이다.
구조론의 최종결론은 시스템의 건설이다. 시스템은 내부에 시소 ┻를 가지고 있어서 진보와 보수, 음과 양, 정과 반의 대칭되는 둘을 동시에 통제하며 세력을 형성하고 크게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 필승의 방법 - 세력을 형성하거나 세력에 편승하여 장기전을 수행하라.
시스템 건설이 어렵다면 자연의 에너지 흐름에 올라타는 방법도 있다. 이미 형성되어 있는 자연의 세력에 묻어가는 거다. 편들기 방법으로 가능하다. 진리의 편에 서고 역사의 편에 서야 한다.
어느 쪽이든 장기전이다. 밑바닥에서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올리기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동안의 노력과 경험을 헛되지 않게 한다. 방향이 바르면 실패해도 경험치가 축적되어 재도전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애초에 이에 대한 언어가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부구조가 보이지 않으니 명명할 수 없고 그래서 그것을 나타낼 언어가 없다. 개념정립이 어렵다.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거다. 상부구조는 바운더리로 존재한다. 장(場)이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통일하는 자기장과 같다. 수요와 공급을 통일하는 시장과 같다.
자기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다. 남대문시장은 눈에 보이지만 이는 보이도록 사람들이 연출해놨기 때문에 보이는 거다. 프로야구의 트레이드 시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K리그는 보이는데 스토브리그는 보이지 않는다. 왜? 진짜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경과 같다. 휴전선에 철책을 쳐서 보이는 경계도 있지만 그것이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 나가 있어도 마음이 한국에 가 있으면 한국인이다. 반면 한국에 살아도 마음이 일본을 추종하면 매국노다. 장(場)의 바운더리는 평소에 보이지 않다가 특정한 시점에 명확하게 나타난다.
남대문 인력시장은 평소에 보이지 않다가 새벽에 갑자기 만들어진다. 바다 위의 파시는 평소에 없다가 조기철에 갑자기 생겨난다. 계 내부에 긴장이 걸렸을 때 시장은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공동체 내의 긴장과 갈등이 시장을 만든다. 계에 밀도가 걸릴 때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는 이렇게 응수하겠다'는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이 성립하는 것이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 순간에 게임의 법칙이 탄생하는 것이다. 서로의 전략과 전략이 충돌하면서, 꼼수와 꼼수가 대결하면서 ‘합리성’이라는 손이 끼어들어 ‘효율’이라는 형태로 조정을 시작한다. 뒤에서 주무르는 거다.
서로 간에 거래할 마음이 있는데 그 정보가 새나가서 제 3자가 끼어들어 경쟁을 붙이면 갑자기 트레이드 시장이 달아오른다. 남녀간에도 그렇다. 삼각관계가 이루어지면 갑자기 드라마가 호흡한다.
스토브리그니 트레이드시장이니 하는 것은 언론사가 그런 단어를 만들어 퍼뜨렸기 때문이고 애초에 언어가 없다는게 문제다. 입자는 이름이 있는데 질은 이름이 없다. 바운더리는 이름이 없다.
노자가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으로 말씀을 시작하는 뜻이 거기에 있다. 진짜는 이름이 없으므로 말로 설명하여 전달하기 어렵고 의식적으로 훈련하여 상부구조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남녀간에도 장(場)이 있다. 바운더리가 있다. 그것을 가리키는 단어는 없다. 최근에 밀당이라는 말이 유행하여 이를 살짝 표현하는 정도다. 그러나 밀고 당긴다는 두 단어로 표현하면 이미 좋지 않다.
더위와 추위라고 말하지 말고 기온이라는 한 단어로 나타내야 한다. 필자는 이를 ‘친연’으로 설명한다. 밀당은 서로의 친연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애초에 친연이 있어야 하며 밀당이면 이미 실패다.
친연은 남녀간의 궁합처럼 원초적으로 화음과 앙상블과 팀 케미스트리가 갖추어진 것이다. 콜라와 햄버거가 궁합이 맞듯이 애초에 서로의 바운더리에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냥 성격이 맞고 사회적 신분이 맞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원초적인 끌림이 있어야 한다. 자기장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때 사랑의 자기장은 작동한다.
친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밀당은 눈에 보인다. 시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거래는 확실히 눈에 보인다. 친연은 한 단어고 밀당은 두 단어다. 시장은 한 단어고 거래는 수요와 공급, 두 단어다.
한 단어라야 진짜다. 훈련하여 그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두 단어로 된 것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보인다. 남대문 시장이 눈에 보이는 이유는 그곳에서 거래가 계속하여 반복되기 때문이다.
반면 남녀간의 사랑처럼 스쳐가는 일회성의 장(場)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 지표와 구름 사이에 강력한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미세한 전류가 흐른다. 벼락이 치고 천둥이 뒤따른다.
벼락이 치기 전에 장(場)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밀당을 하기 전에 친연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반복되면 보이지만 남대문 시장처럼 내 눈에 보였을 때는 남들도 이미 다 보았다. 먼저 봐야 이긴다.
김어준처럼 남들이 인터넷을 보기 전에 한 발 먼저 뛰어들고, 남들이 팟캐스트를 보기 전에 한 걸음 먼저 뛰어드는 자가 승리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면 완전성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한다.
완전성은 에너지 순환의 사이클이다. 사건의 기승전결이다. 시작에서 끝까지, 원인에서 결과까지, 입력에서 출력까지, 인풋에서 아웃풋까지, 출발점에서 종점까지 전체과정을 한 줄에 꿰어내기다.
전체를 한 줄에 꿰어 하나의 논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통짜덩어리로 이해하고, 입체적 모형으로 이해해야 한다. 동영상형 모형으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
완전성의 자궁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세력으로 존재하고 내부에 ┻의 대칭구조가 있으며 에너지의 입출력이 갖추어진 시스템이다. 그것은 보통 팀플레이 형태로 작동한다. 그것이 보이는가?
나가수는 하나의 자궁이다. 시스템이고 세력이다. 7명의 가수와 PD와 매니저와 자문위원과 청중평가단과 관객이 거대한 팀을 이루고 있다. 그 안에 ┻구조가 세팅되어 있다. 시소가 움직이고 있다.
우승자와 탈락자가 팽팽하게 대결하여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고 탑 포지션을 차지한 청중평가단이 막귀로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 거기서 엄청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류가 번성하고 있다.
성공하고 싶다면 이 구조의 완성도 높은 팀을 만들어야 한다. 혹은 만들어진 팀에 가담해야 한다. 김어준은 팀을 만드는데 성공했고 진중권은 실패했다. 김어준은 방향이 옳았고 진중권은 틀렸다.
진중권이 말은 맞는데 싸가지가 없다는 통념은 틀렸다. 방향성이 틀리면 아주 고약한 건다. 친일파가 왜 나쁜가? 방향성이 틀렸기 때문에 나쁜 거다. 친일파도 제 가족 챙기며 나름 열심히 살았다.
각자 자기 인생 열심히 사는거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왜 욕하고 손가락질 하는가? 방향이 틀리는 역주행은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불행하게 패배했기 때문에 악당인 것은 아니다.
방향이 틀리면 악당이다. 히틀러는 방향이 틀렸으므로 이겨도 악당이고 져도 악당이다. 인류가 가는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방향이 틀렸기 때문에 잘해도 나쁘고 잘못해도 나쁘다.
‘전쟁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방향이 틀리면 어떤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다. 인신매매범이 특별히 중형에 처해지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남의 물건을 훔친 죄는 약하나 인류의 존엄을 해친 죄는 무겁다. 인류의 케미스트리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팀 케미스트리가 있고 진중권은 없다. 경계실패는 케미스트리를 해치는 거다.
구조론의 질은 계에 걸린 밀도다. 밀도는 입자간의 결합된 정도를 나타낸다. 팀원을 끈끈하게 결합시키는 접착제가 팀 케미스트리다. 그것이 바운더리를 이루고 장(場)을 성립시키고 자궁을 세팅한다.
훈련하여 그것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호흡이 맞는가? 손발을 맞출 수 있는가? 팀플레이 되는가? 복제되고 공명되고 증폭되는가? 아류가 만들어지는가? 세력이 형성되는가? 방향이 보이는가?
한국인은 언어와 피부색과 문화에 강한 친연성이 있다. 정보전달과 의사결정의 속도가 빨라서 방향설정이 뛰어나다. 문제는 한국 안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과 세계와의 팀 케미스트리도 좋아야 한다는 거다.
*** 추가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실력이 받쳐줘야 되는 거고 구조론은 포지셔닝만 잘 해도 공짜먹을 수 있다는 거다. 그러려면 애초에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역주행은 곤란하다.
전체적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케미스트리다. 케미스트리가 우수해야 좋은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다. 목 좋은 자리만 차지하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자연의 흐름을 슬슬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케미스트리가 약한 팀은 단기전을 할 수 밖에 없고 거기서 방향이 빗나가는 것이며 이후 모두 잘못되고 만다. 동학군의 좌절, 중국사에서 무수한 농민반란군이 실패, 잔다르크군의 패배가 그렇다.
정규군이 아니면 장기전을 못한다. 병력이 적어도 로마교범의 마인드를 가지고 엄정한 군기를 보이며 정규군처럼 장기전을 기획해야 한다. 싼 입을 놀려 당장 한 포인트 따고 싶은 욕망을 견디기다.
케미스트리는 인간의 내면에도 있다.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를 비교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손정의와 대화를 하면 어떨까? 서로 속 깊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된다. 거기서 고급정보가 만들어진다.
이건희와 대화를 한다면? 혹은 이재용이라도 마찬가지다. 검은 옷을 입고 양쪽으로 도열하여 진을 치고 있는 비서들의 모습에 질려버릴 것이다. 아마 아프리카 추장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 들 것이다.
추장은 이렇게 말한다. ‘내 인생의 신조는 검소함이다. 그래서 부인이 40명 밖에 안 된다. 당신은 몇이냐?“ 대화는 끝났다. 케미스트리가 약한 것이다. 질이 낮은 것이고 반응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소통은 불발이다. 거기서 방향성은 결정되고 만다. 이후 모두 잘못되고 만다. 애초에 좋은 전략을 세울 수 없다. 장기전은 생각할 수 없고 당장 실적을 내는 분위기로 가게 되며 그 방법은 표절이다.
케미스트리가 강해야 방향을 잘 잡을 수 있다. 단결을 강조하고 정신무장을 강조한데서 될 일이 아니다. 원초적으로 자원의 질이 우수해야 한다. 반응성이 좋아야 한다. 예민하게 긴장을 잘 해야 한다.
명박처럼 노동자가 죽어가도 ‘뭔 상관이야?’ 하고 눈의 흰자위를 드러내어 쳐다보는 자들은 케미스트리가 약한 것이다. 노숙자를 보고도 ‘저 게으럼뱅이들 보라구!’ 하며 눈살을 찌푸리는 자들 말이다.
그들은 반응성 떨어지는 저질이다. 양질의 자원을 확보해야 팀이 꾸려진다. 반응성이 좋다면 자연의 울부짖음도 들어야 하고, 우주의 목소리도 들어야 하고, 신의 음성도 들어야 한다. 반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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