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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11. 12. 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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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영웅인가?

구조론연구소  김동렬슨생  2011.12.06

 

 

스티브 잡스에 대한 입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정리된다. 하나는 스티브 잡스를 억지 신격화 하며 영웅전의 공식에다 끼워 맞추려는 사람이다. 이들은 스티브 잡스가 구루이며 시대를 앞서가는 예언자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지 말을 그렇게 할 뿐이다. 이들은 정작 스티브 잡스 본인에게는 관심이 없다. 단지 자기 생업에 스티브 잡스를 이용할 뿐이다. 그들은 책을 팔아먹거나 혹은 블로그 조회수를 올리려는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둘은 스티브 잡스의 인간성이 영웅전의 공식과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다. 이들은 험담 수준의 자질구레한 에피소드들을 쇼윈도에 진열한다. 이들 역시 스티브 잡스보다는 그저 자기 PR에나 관심이 있을 뿐이다.

 

스티브 잡스를 걸고 자빠지는 형식을 취하지만 들어보면 모두 변형된 자기소개다. ‘나 이런 사람이야.’ 이 한마디를 길게 하고 있다. 누가 물어나 봤나 말이다. 이들은 지식인 흉내를 내며 우쭐대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얼굴 찌푸리고 ‘흥’ 하고 콧방귀 뀌며 시니컬한 표정만 지으면 지식인이 되는 줄 아는 3류들이다. 자기를 개입시키면 실패다. 이들은 스티브 잡스 때문에 화가 난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콤플렉스 때문에 화가 나 있다.

 

◎ 스티브 잡스 영웅파 - 이들은 돈벌이 의도를 가지고 있다.
◎ 스티브 잡스 찌질파 - 이들은 자기과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건조하게 구조를 봐야 한다. 사람에 대한 험담은 금기여야 한다. 스티브 잡스의 방향제시가 인류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논해야 한다.

 

누구나 양면성이 있다. 진짜라면 금과 돌이 섞여있을 때, 금에만 주의가 가야 한다. 매력적인 측면과 찌질한 측면이 섞여 있을 때 그 사람의 매력에만 주의가 가야 한다. 결함은 보고도 못본 척 해야 한다. 그게 군자의 자세다. 구태여 스티브 잡스의 잡다한 결함에 주의가 간다면 그게 콤플렉스다.

 

백 가지 단점보다 한 가지 장점에 주의가 가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제부터 그 장점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점은 우리와 상관이 없다. 인간성의 문제는 굳이 스티브 잡스 아니라도 얼마든지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두 가지 시선과도 같다. 하나는 ‘바보 노무현’을 주장하는 사람인데 하필 ‘바보’를 가져다 붙이는 이유는 그것이 영웅전의 공식과 맞기 때문이다. 고우영 화백이 유비를 바보로 묘사한 것이 다 이유가 있다.

 

◎ 영웅 공식 – 영웅은 바보다. 대표적인 예는 고우영 삼국지의 유비.

 

 

이들은 바보 노무현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노무현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 자신이 친노세력의 대표주자인척 해서 뭔가 얻으려는 것이다. 이들은 본질에서 장사꾼이다. 이들은 노무현 의 노선보다 노무현의 인기에 관심이 많다.

 

그들은 노무현의 자산을 상속받으려 할 뿐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하는데는 무관심하다. 노무현의 길을 가야 진짜다. 그런데 관심도 없다. 알지도 못한다. 감상적으로 접근하여 눈물을 짜는 데만 능하다.

 

◎ 바보 노무현파 – 이들은 노무현의 자산을 상속하려는 의도를 가졌다.
◎ 실망 노무현파 – 이들은 자기 콤플렉스를 보상하려는 의도를 가졌다.

 

 

다른 하나는 노무현에게 실망했다며 인신공격을 가하는 무리들이다. 이들 역시 쇼윈도에 자질구레한 험담을 진열한다. 그들은 수집가들의 행태를 보인다. 문제는 그런 일에 관심이 있다는 거다. 그들의 뇌가 반응한다는 거다.

 

남의 단점에 흥미가 있는 자는 열등감에 빠져 있는 무리다. 뇌가 반응하는게 문제다. 타인의 단점에 대해서는 주의가 가지 말아야 하고 뇌가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증거를 수집하지 말아야 한다. 보아도 못 보아야 한다.

 

중요한건 당신이다. 스티브 잡스가 어쨌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당신이 이제부터 어쩔거냐가 중요하다. 노무현이 어쨌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당신이 이제 어쩔거냐가 중요하다. 노무현의 길을 갈것인가 말것인가?

 

스티브 잡스의 단점이 보이면 당신은 이미 실패, 노무현의 단점에 흥미가 가면 당신은 이미 실패. 당신의 실패가 당신이 관심을 가져야 할 진짜다. 자기 구원조차 못 하면서 세상을 향해 발언할 자격은 없는 거다.

 

북극성이 태두인 것은 그 별에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어서가 아니다. 당신이 밤길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당신이다. 북극성은 그냥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 중 하나일 뿐이고 우연히 북쪽에 있었을 뿐이고, 그냥 그랬을 뿐이고.

 

노무현은 그냥 노무현일 뿐이고.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 뿐이고. 중요한건 당신이다. 만약 당신이 밤길을 가야 한다면 북극성을 믿어야 한다. 그게 중요한 것이다. 어쩔 것인가? 당신은 밤길을 갈 것인가 말것인가?

 

이 쯤에서 결론을 내리자. 잡스는 영웅인가 아닌가? 그 전에 영웅이란 무엇인가? 영웅전의 공식은 옳은 것인가? 사실은 영웅전의 공식이 틀렸다. 이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영웅전의 공식이 틀렸으므로 스티브 잡스를, 노무현을 억지 영웅전 공식에 끼워맞추면 안 된다.

 

영웅이니까 당연히 이랬을 것이라는 추측 곤란하다. 소설이나 영화의 영웅상이야말로 잘못된 것이다. 영웅전의 영웅상이 오히려 평면적인 캐릭터다. 문학성을 인정받으려면 결점도 있고 변신도 있고 발전도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여야 한다.

 

영웅전에 끼워맞춰서 안 되듯이 영웅전과 맞지 않다고 화를 내서도 안 된다.

 

왜 유비는 찌질이로 묘사되는가? 나관중이 유비상을 찌질이로 왜곡하기 전부터 거리의 소설가(어린이를 상대로 거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직업.)들이 유비를 찌질이로 묘사하고 장비를 코미디언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영웅전의 공식은 구조론의 마이너스 법칙에 따라 결함있는 캐릭터로 설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 람보는 말을 바보처럼 하는가? 실베스터 스탤론이 태어날 때 돌팔이 의사가 쇠집게를 쓰다가 신경을 잘못 건드려서 왼쪽 눈과 입술이 처져서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영웅이 되는 것이다.

 

왜 록키는 말을 바보처럼 하는가? 같은 이유다. 구영탄의 눈이 꺼벙해야 하는 것과 같다. 당연히 영웅은 결함있는 캐릭터여야 한다. 유비는 바보여야 하고 장비는 코미디언이어야 한다. 실제는 다르다. 삼국지의 거의 모든 전쟁은 유비가 촉발한 것이다.

 

유비는 언론플레이에 능한 인물이었다. 유비는 고의로 자신을 조조의 맞상대로 설정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에피소드들 중 다수는 원작자가 유비 자신이다. 유비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나관중이 아니라, 유비 자신이 자신을 PR하기 위해서 지어낸 것이다. 그의 언론플레이는 보기좋게 성공했다.

 

장비 역시 영리한 인물이었다. 코믹한 이미지는 영웅전의 공식과 맞추기 위해 지어낸 거다. 장비의 지모는 익주를 침공하고 한중을 정벌할 때의 잇다른 승리로 확인할 수 있다. 유비는 의외로 교활한 인물이고 장비 역시 영리한 사람이었다.

 

유비가 알고보니 의외로 교활한 인물이었다고 해서, 언론플레이에 능하고 의제설정에 능한 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할텐가? 아니어야 한다. 오히려 그게 더 멋있다. 그 정도로 실망한다면 어른들의 대화에 낄 자격이 없다. 동화책이나 읽으시라.

 

영웅이 영웅전의 공식과 맞아야 한다는 관념은 그저 편견일 뿐이다. 스티브 잡스의 면모야말로 오히려 영웅의 모습과 맞다. 실제로 역사를 되돌려서 삼국지의 유비를 인터뷰 해본다면 어떨까? 유비에게서 스티브 잡스의 냉혹한 면을 발견하고 실망할텐가?

 

오히려 유비의 냉혹한 점이야말로 결함있는 영웅상과 일치한다. 오히려 스티브 잡스의 여러 인간적 결함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상과 일치한다. 만화의 영웅상 말고 진짜 영웅 말이다. 결함없고 콤플렉스 없는 영웅은 없다. 만화의 영웅은 만화에만 나오는 거다.

 

◎ 징기스칸의 일대기를 읽는 독자들은 그의 이중성에 놀라게 된다. 너무나 냉혹한 일면과 반대로 너무나 인간적인 일면이 한 인물에 공존한다. 그런데 역사상의 진짜배기 영웅들은 원래 그러한 입체적인 캐릭터다. 반면 만화의 영웅상은 너무나 지루하고 평면적이다. 만화가 틀렸고 실화가 더 멋었다.

 

 

정리하자. 스티브 잡스의 방향제시가 인류에 유익한가? 유비의 방향제시가 인류에 유익한가를 논해야 한다. 정답은 ‘그렇다’이다. 조조가 많은 업적을 이루었지만 인류문명차원의 스케일 큰 기획은 없었다. 단지 개인의 업적일 뿐이다.

 

유비는 선비들을 끌어들여 공론을 통한 정치를 주장했고, 유비는 중국을 통일하지 못했지만 유비의 이념은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다. 역사는 유비가 제시한 방향대로 간 것이다. 이후 선비들이 유비를 칭송하고 조조를 격하한 이유는 하나다.

 

언론플레이의 달인 유비는 언론공작을 하느라 선비들을 앞세웠고 그래서 선비들이 유비를 띄워준 것이다. 조조는 선비들을 무시했고 이에 열받은 선비들이 조조를 미워해서 깎아내린 것이다. 어쨌든 역사는 유비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왔다.

 

진실은 조금 복잡하다. 유비는 영웅 맞다. 그러나 의외로 교활한 인물이다. 전통적인 영웅상과 맞지 않는 특이한 인물이다. 조조는 의외로 순진한 인물이다.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영웅은 아니다. 그저 개인적 역량이 뛰어난 인물에 불과하다.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 인간성에 집착하지 말고 역사의 흐름에 주목하라. 그것이 정답이다. 역사는 유비의 손을 들어주었다. 유비가 역사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또한 이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인격은 사적 영역이다. 그가 제시한 방향을 봐야 한다. 그게 진짜다.

 

가장 위대한 창의는 시스템을 만들고 세력을 만들고 계통을 만드는 것이다. 왜 공자가 추앙받는가? 선비집단이라는 세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자 이전에 사(士)라는 무리들은 임금에게 잘 보여서 출세하려는 자에 지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 이전에 지식인은 재능을 팔아 먹고 사는 소피스트에 지나지 않았다.

 

공자에 의해 사(士)가 세력화 된 것이며, 소크라테스에 의해 지식이 세력화 된 것이다. 지식이 먹고 사는 직업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신분이 된 것이다.

 

에디슨과 테슬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업적으로 말하면 당연히 테슬라가 위대하고 에디슨은 암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테슬라에게 배울 수 없고 에디슨에게 배워야 한다. 에디슨은 발명공장을 차렸고 세력을 이루었다. 그게 더 구조론적이다.

 

테슬라가 한 일은 단지 테슬라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에디슨이 한 일은 당신도 할 수 있다. 조조가 한 일은 오직 조조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유비가 한 일은 당신도 할 수 있다. 공자가 했고 소크라테스가 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징기스칸이 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징기스칸 사후 징기스칸의 부하들이 모두 징기스칸 이상의 역량을 보였고 그의 아류인 티무르도 제국을 만들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모범적으로 해낸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본받았고 다들 성공했다.

 

◎ 잡스만이 할 수 있다. 잡스는 위대하다. ( X )
누구나 할 수 있다. 잡스는 별 것 아니다. ( X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 ( O )

 

 

무엇인가? 잡스 역시 팀을 만들었다. 이 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잡스가 한 일을 두고 ‘사실은 그거 내 아이디어인데’하는 이야기 숱하게 들었을 것이다. 이거야말로 잡스를 높이 평가해야 할 점이다.

 

손정의가 잡스에게 ‘아이팟에 전화기 기능을 넣어달라. 이건 잡스 당신만이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뭐야? 스마트폰은 손정의 아이디어잖아’ 하고 말한다면 넌센스다. 이 점이 도리어 잡스의 위대성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순간에 팀이 만들어진 것이며 그 팀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 시점, 그 장소에서 손정의와 잡스 사이에 형성된 신뢰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진짜다.

 

징기스칸은 뛰어난 전투력을 가졌지만 20세에 일어나 40세가 될 때까지는 고난의 강행군이었다. 무수히 많은 전투를 했지만 라이벌 자무카에게 쫓겨다니는 신세였다. 그런데 왜 징기스칸은 탁월한가? 그가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그 시스템에만 올라타면 손쉽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사후에 제국이 더 팽창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류인 티무르도 징기스칸 덕에 무수히 공짜먹었다. 우리도 티무르처럼 공짜먹어야 한다.

 

공짜먹으려면 오직 자기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을 성공시킨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러나 로마교범과 같이 체계적인 사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일을 한 꾸준히 시도해서 성공시켜낸 모범이 필요하다.

 

◎ 공자는 세력을 만들었다.
◎ 소크라테스는 학문을 직업과 분리했다.
◎ 유비는 선비의 공론을 통한 세력화를 꾀했다.
◎ 스티브 잡스는 팀을 만들었다.
◎ 징기스칸은 시스템을 만들었다.
◎ 카이사르는 로마를 확대하여 세계국가 개념을 제창했다.
◎ 알렉산더는 그리스 문화를 세계에 퍼뜨려 일종의 세계국가 개념을 고안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일을 했다. 무엇인가? 자기 대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가는 기승전결의 기에 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이어받아 계속 간 것이다. 공자의 일을 맹자와 주자가 이어받았다. 소크라테스의 일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어받았다.

 

유비의 일을 선비들이 물려받아 송나라 이후 선비집단이 큰 세력을 이루고 공론정치를 시작했고 그 문화는 조선에서 꽃을 피웠다. 징기스칸의 정복은 징기스칸의 사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카이사르가 죽고 난 뒤에 로마의 정복이 계속되어 카이사르의 꿈은 이루어졌다.

 

알렉산더가 지식인을 동쪽으로 데려갔기 때문에 그리스의 조각술이 한국에 전해져서 석굴암 본존불을 일으켰다. 만약 알렉산더가 지식인들 데리고 인도로 쳐들어오지 않았다면 석굴암의 본존불은 없는 것이다. 유비가 선비세력의 나팔수를 자임하지 않았다면 고려시대의 무신정치와 같고 일본의 사무라이 시대와 비슷하게 혼란한 시대가 계속되었을 수 있다.

 

징기스칸은 단지 전쟁을 잘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잘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전쟁터에서 군대가 흩어지면 곧 패배다. 징기스칸은 군대를 흩어놓고도 이기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불리하면 분산해서 도주했다가 다시 집결해서 집요하게 공격하는 군대를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약속이 지켜지는 군대, 신뢰를 중시하는 군대가 필요하지만 유목민 세계에 신뢰는 원래 없다. 징기스칸 스토리의 9할은 배신 이야기다. 그런데 징기스칸의 부하 중 누구도 징기스칸을 배신하지 않았다. 이건 대단한 거다. 반면 징기스칸의 라이벌 자무카와 옹칸은 무수히 배신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배신당했다.

 

◎ 유목민의 인생은 배신에서 시작하여 배신으로 끝난다. 징기스칸이 멈추게 했다.

 

잡스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능력을 빨아들이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 더 중요한 거다. 잡스는 손정의의 재능을 빼먹었고 손정의도 잡스의 재능을 빼먹었다. 이런게 멋진 거다. 근데 잡스보다 손정의가 더 뇌구조가 구조론과 비슷하다.

 

잡스가 세계의 천재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아이디어를 흡수할 수 있는 베이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 점수를 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천재들은 편협하고 고집불통이라 대화가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재능을 소화하지 못한다.

 

징기스칸은 부하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원래 이익은 군주 1인이 독식하는 구조였고, 군주는 삼성이 그러하듯이 폐쇄구조에 가둬놓고 이익을 독점하며 충성을 요구하는 방법을 썼다. 이에 부하들은 전쟁 중에 슬그머니 민간인을 약탈하여 제 몫을 챙기는 수 밖에 없었다.

 

잡스가 앱 생태계를 만들어 개발자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징기스칸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징기스칸의 성공공식은 분산도주 후 재집결이다. 삼성은 가둬놓기 때문에 분산도주도 없고 재집결도 없다. 잡스는 개발자를 세계에 흩어놓고 각자 이익을 위해 필요한 때에 집결하게 한다.

 

징기스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했기 때문에 그의 사후에 제국이 더 번성했고 심지어 티무르라는 아류도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공자가 한 일도, 예수가 한 일도, 소크라테스가 한 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팀을 만드는 일이고 신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신뢰를 얻는 데는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죽어서야 신뢰를 얻은 경우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팀이다. 나꼼수도 4인의 팀으로 떴고, 왕년의 서프라이즈도 7인의 팀으로 뜬 것이다.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베이스를 만드는 것이 진짜배기다. 평생이 걸려도 우리가 신뢰의 시스템을 건설해야 한다. 사람이 좋아서 믿는다면 가짜다. 사람은 장단점이 있지만 각자 이익의 밸런스가 맞아서 그 시스템을 믿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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