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장에 간다, 반드시 투표한다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라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1-10-25)
손목 끌어다가 투표지에 강제로 찍게 하면 도리가 없을 것이다. 두 눈 딱 부릅뜨고 찍으라면 순한 백성들 도리 없이 찍을 것이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이 땅에 독재가 판치던 자유당 이승만 독재시설, 박정희가 총칼로 국민을 억누르던 유신독재 시대, 국민은 싫어도 무서워서 찍었다. 그게 선거고 투표였다.
그런 시절은 지났다. 이제 공포에 질린 강제 투표는 없다. 내가 마음먹은 후보한테 찍는 자유로운 시대다. 저 사람이 우리 국민한테 좋은 일을 하리라고 믿어지면 찍으면 된다.
아무리 입에 달착지근한 말을 하고 간이라도 빼내 줄 듯해도 아닌 것은 금방 안다. 그의 과거가 어땠는가를 잠시만 들여다보면 금방 들통이 난다.
옛날 같으면 알 도리가 없다. 누가 가르쳐 주기 전에는 알 수가 없었다. 별의별 못된 짓 다 한 인간들이 정치판을 더럽혔다. 국민들이 후회를 할 때는 이미 늦었다. 보장된 임기를 채우며 기고만장 온갖 못된 짓을 다 했다.
▲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원순의 경청유세’에서 한 여고생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
이제는 다르다. 인터넷 덕에 초등학교 때 무슨 짓 했는지도 환히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사진과 지금 사진 딱 비교해 보면 코를 뜯어고쳤는지 눈을 고쳤는지 다 알 수 있다. 마음을 어떻게 고쳤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잠시 살펴보면 당장 알 수 있다. 국민을 위할 인물인지 아닌지 알 수가 있다.
조금만 정신 차리면 누군지 잘 몰라서 제대로 투표하지 못했다는 소리는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투표할 의지다. 투표가 자신을 위한 행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데 투표하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가서 투표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이런 사람이 많으면 민주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슬픈 일이다.
나 아니라도 다른 사람들이 다 할 텐데 나 하나 투표 안 했다고 선거 망치나. 이런 태평한 사람은 민주시민 아니고 억압받고 살아도 할 수 없다.
선거에 무관심하고 투표도 안 한 사람이 불평을 잘한다. 정치를 잘못한다고 욕을 한다. 모두 도둑이라고 한다. 그런 도둑을 뽑지 않을 수가 있는데 투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국민들은 지금 대단히 화가 나 있다. 이유는 한 가지다. 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자신이 못 배우고 게을러서 못 산다면 도리 없지만 그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졸업하고 학원 다니며 취직시험 공부했는데도 취직을 못 한다.
등록금이 비싸서 알바를 하고도 등록금 마련은 어림도 없다. 너무 힘들고 서러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식 잃은 부모들 얼마나 한이 맺히겠는가.
노인들은 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푸대접이 말이 아니다. 자식들은 모두 나가 살고 두 늙은이 사는데 모아놓은 재산도 없다. 쥐꼬리만큼 주는 지원금 목에 풀칠하기도 힘들다.
이렇게 못 사는 것도 공평하면 참을 수 있다. 입만 열면 공정과 공평을 떠드는데 어디에 공평이 있고 공정이 있는가. 수백억씩 탈세를 해 가며 떵떵거리고 사는 재벌들. 그런 부모 덕에 외제차나 씽씽 굴리며 사고나 내는 재벌 자식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난히 그런 것은 눈에 잘 띈다.
어려운 국민을 위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22조 원을 들여서 멀쩡한 강바닥 파헤쳤다. 세계 학자들이 모두 잘못이라고 하는데 잘한 일이라고 한다. 4대강 개발 잘한 일이라고 선전하는데 100억을 쓴단다. 선물 줄 테니 기념행사에 나오란다. 눈 안 뒤집히는 국민이 어디 있으랴.
서울의 빚이 25조 원이다. 시민 한 사람이 어린애 어른 할 것 없이 37만 원이라고 한다. 이 빚을 왜 졌는가. 모두 이명박 오세훈이 대통령 발판 만드느라고 잔뜩 일만 벌여 놨기 때문이다.
한강 둥둥섬이 왜 필요한가. 한강 르네상스가 밥 먹여주나. ‘아라뱃길’이 왜 뭐 말라 죽은 것인가. 왜 양화대교는 뜯는가. 하는 일마다 열이 솟는다. 초등학교 애들 밥 먹이는 무상급식 반대를 해서 시장 선거를 하게 됐다. 선거에 500억이 든다.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고 국민은 분통을 터트린다.
▲ 범야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공동선대위원장들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좋다. 어차피 법으로 정해진 선거니까 하긴 한다. 그러면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아무리 선거에는 애비 에미도 몰라본다고 하지만 억지도 분수가 있다. 그놈의 네거티브는 뭔가.
없는 사실 날조해서 폭로하고 아니면 말고다. 이런 거 터트리는 인간을 보면 성추행으로 목이 날아갈 뻔한 국회의원이다. 막사이상을 탄 세상이 다 아는 시민운동가를 천하에 파렴치범으로 몰아간다. 벼락 맞을 짓이다.
자기들 후보는 어떤가. 1억짜리 피부관리를 받는단다. 17개 학교를 가진 친정아버지의 학교가 감사를 받게 되자 동료 의원에게 감사받지 않게 해 달라고 청탁을 한다. 일본 자위대 창건 기념일에 갔는데도 거짓말을 한다. 그 사실을 비난한 네티즌을 고발한 후 처벌을 해 달라고 판사인 남편은 검찰에 부탁을 했단다. 경우가 아니고 말이 아니다.
국민들은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안다. 그러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빈대로 낯짝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결점이 있으면 있는대로 정정당당하게 시민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이제 모든 것이 시민의 손에 결판이 난다. 내일이면 투표다. 날씨도 좀 춥다고 한다. 공휴일도 아니다. 그래서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투표율이 낮기를 간절히 바라는 세력도 있다. 반민주 세력이다. 추위 좀 참자.
귀찮더라도 반듯이 투표를 해야 한다. 서울시장은 부통령이라고 한다. 부통령 뽑는 선거다. 시장을 제대로 뽑느냐에 따라서 서울시민의 행복이 좌우된다.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안철수 교수가 투표율이 60%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높을수록 좋다. 그래야 못된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린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투표율이 70%만 되면 정치인들이 못 된 정치를 할 생각 아예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10월 26일. 아침부터 투표소에 장사진이 늘어선 것을 보면 정치인들은 정신이 아득하고 소름이 돋을 것이다. 기절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동구청장. 그리고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투표. 당당하게 소신껏 투표하고 고개 번쩍 들고 다니자.
2011년 10월 25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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