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부동산 시장의 현 주소
2008년 아파트값 올리기 공약으로 당선되어 출범한 이멍박 정부는 촛불집회로 떨어진 위신을 만회하기 위해 초기부터 대대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홍수처럼 쏟아냈다. 6.11미분양 해소 대책, 8.28재건축규제 완화대책, 9.1보유세 감면 대책, 9.19보금자리주택 대책, 11.3재건축 규제완화 대책, 건설사 지원의 P-CBO발행,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재당첨기간 완화, 표준건축비 인상, 분양권 전매 완화, 주택청약종합저축 시행, 4대강사업 추진, 세종시사업 대선공약 철회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게다가 2008년 말부터 기준금리 2%까지 낮추는 저금리 정책까지 시행되었다.
이로 인해 2009년에는 서울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09년 후반부터 다시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도 침체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만일 2007년 이전에 이러한 투기조장 정책을 펼쳤더라면 벌써 부동산 가격이 2, 3배는 폭등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520조 원이라는 엄청난 공적채무를 쏟아부어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는 것도 한계에 달하고 있다. 정부와 공기업은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있고, 이정도의 전폭적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부동산 시장은 수급이 무너져 있는 상태로 2010년부터 다시 가격하락 압력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한국 경제는 수년 내에 대규모 재정적자와 공적채무 폭증으로 엄청난 경제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2010년 4월 이명박 정부는 급기야 국내 부동산 투기 거품이 붕괴되고 있음을 시인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것은 건설업체들의 무분별한 물량 공세 때문이라고 비난하였다. 참으로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2005년부터 시작된 2차 부동산 투기 거품의 근원인 뉴타운사업을 무분별하게 추진한 사람이 바로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었으며, 2007년 대선에서 당선을 위해 아파트값 올리기를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들을 현혹했던 사람도 이명박 자신이었다.
2009년 이후 은행들의 총 대출 및 기업대출 추이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다. 반면, 신협 등 비은행권의 주택 대출은 2009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이 붕괴되기 시작함에 따라 예금은행이 부실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택대출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예금은행들은 언제 있을 지 모를 주택시장 붕괴로 인한 재정위기에 대비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2011년부터 부동산PF대출 부실로 인해 최대 자산 규모의 저축은행이 파산하는 등 저축은행들이 총체적인 부실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2011년 들어서 건설사들도 연이어 파산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부동산 거품 붕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현 부동산붕괴는 일본식이 아닌 미국식 붕괴 패턴과 유사하다. 미국은 현재 2007년 고점대비 약 33%나 폭락한 상황이다(한국은 현재 약 9% 하락에 불과). 캐이스-실러 지수의 창시자인 실러교수는 향후 5년에걸쳐 미국 부동산 시장은 약 15 ~ 20% 더 하락할 위험이 높다고 평가했다.
2008년 이후 미국의 부동산붕괴 패턴을 보면 한국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2. 전세가 폭등의 원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가 하락 속에 전세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 투기자들의 투기적 행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주택가격 상승 시의 투기자 행태
예를 들어, 자기자본 1억원을 갖고 있는 투기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주택가격 상승기에 주택 가격이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올랐다고 할 경우, 투기자들은 더 많은 주택을 매입하려 할 것이고, 이들은 곧 전세 공급으로 이어진다. 한편 3억원 대에서 주택 구입 능력이 있던 잠재매입수요자들은 갑자기 4억원으로 올라버린 상황에 주택구입을 포기하고 전세 수요층으로 머물게 된다. 따라서 전세가는 매매가 상승분과 같은 비율로 오르지는 못하지만, 그 절반의 비율정도로 상승하게 된다.
이 경우 투기자는 애초 주택가격이 3억원이었을 때 자기자본 1억원과 전세금 1.5억원으로 5천만원을 대출 받아 주택을 매입할 수 있었던데 비해 4억원으로 오른 현재 자기자본 1억원과 전세금 1.8억원(전세가 상승)으로 1억2천 만원을 대출해야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2001년에서 2007년까지 주택담보대출은 급증해왔다.
2) 주택가격 하락 시의 투기자 행태
투기거품이 정점에 도달하여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상태에서는 아파트와 전세 공급 물량이 넘쳐나게 된다. 따라서 주택공급 과잉이 발생하여 시장수급이 무너져 매매가 하락 압력을 받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처럼 투기적 주택 공급 증가로 인해 전세 공급이 한번 늘어나버리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컨데 4억원으로 올랐던 매매가가 다시 3억원으로 떨어졌다고 하자. 이경우 전세공급은 쉽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전세 수요만이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경우 매매가 하락의 영향으로 전세가도 하락 압력을 받게 되는데, 주택가격이 오르기 전 3억원 이었던 시점보다 4억원으로 올랐다가 다시 3억원으로 되돌아왔을 경우 대체로 전세가는 이전 3억원 때보다 약간 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미 공급된 전세물량은 쉽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수요 공급 곡선).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는 달리, 현재 우리 나라의 상황은 주택시장 붕괴로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가격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이며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매우 과도하게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줄줄이 쏟아내면서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했던 투기자들이 조기에 주택 매도를 하지 못하고 정부의 부양책의 결과를 지켜보다가 끝내 매도할 시기를 놓쳐버렸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투기자들은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유주택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매각하려 하거나 은행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 지난 2007년 이후 투기자들은 혹시나 하는 미음에 은행 대출이자를 부담하면서 버텨왔다. 2008년 말 발표된 보유세 폐지, 기준금리 2%로 인하, 미분양 5만호 매입, 4대강사업을 비롯한 각종 토건사업을 위한 공적채무 남발 등 이명박 정부의 온갖 부양책들로 인해 투기자들은 버텨왔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대다수 사람들은 주택공급과잉과 거품 붕괴로 주택가격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모두가 알아버린 이상 투기자는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보유주택을 매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매매거래가 급감한 것이다.
결국 조기매각의 길이 막힌 투기자는 은행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에 투기자들은 작년 연말부터 '전세가 올리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전세가 올리기가 일시적으로 먹혀들면서 2010년 연말부터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가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없던 전세 수요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 급증했기 때문이 아니다. 다주택보유 투기자들이 일방적으로 전세가를 올려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런 다주택보유 투기자들의 전세가 올리기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세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지역 고착성이 강하여 투기자들의 전세가 올리기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면이 있으나, 전세 세입자들이 전세 물량이 남아도는 외곽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등 가격탄력적 행동을 보이게 되면 머지않아 전세가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가를 계속적으로 높인다면 전세수요자는 주택구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가 인상분에 대한 추가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전세가가 매매가 수준까지 치솟은 경우에도 그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정부는 전세대출자금마련의 문을 활짝 열어놓아 오히려 투기자들로 하여금 전세가를 더욱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전세수요자에게 무리하게 은행대출을 안고 주택을 구입하도록 몰아세운다면 미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결론은, 현재 부동산 거품 붕괴과정에서 전세가가 폭등하는 것은 전세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원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주택 보유 투기자들이 인위적인 '전세가 올리기'를 통해 자신들의 대출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며, 매매가 수준까지 전세가를 올리는 행위는 전세수요자로부터 고가의 주택을 매입하도록 유도하는 계략이다. 즉 투기자들은 전세가 올리기를 통해 주택시장 대붕괴의 낭떨어지 끝에서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면 틀리지 않다. 현명한 사람들은 이런 현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언론에서는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의 전조현상이라며 거짓정보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어제 SBS뉴스에서도 전세가가 지나치게 높게 상승하여 주택매입을 고려할 때라는... 투기자들 편에서 매수자들이 덫에 걸리도록 유도하는 방송을 보도한 셈이다.
[SBS 보도 : "전세가 상승...조금 더 보태 집사자" :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988963
[첨부]
앞으로도 당분간 한국의 주택 시장은 더욱 더 침체로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전세물건을 고를 때 유의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 매매가 3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5000만원 이상의 기존 대출금이 있는 주택으로는 전세입주하지 말것을 당부한다.
예를 들어, 3억원 하는 아파트의 전세가가 1억6천만원일 경우, 대출금 5천만원을 합하면 집주인이 져야 할 총 부채는 2억 1천만원이 된다. 이 경우 아파트가격이 9천만원이 더 하락해도 손해볼 위험은 작다.
그러나 만일 기존 대출금이 1억원인 주택일 경우, 집주인이 져야할 부채는 2억6천만원이 된다. 그런데 아파트 시세가 더욱 더 하락하여 2억6천만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세입자는 전세보증금 일부를 떼이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전세주택을 고를 때, 향후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금보다 약 20 ~ 30%는 더 하락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기존대출금이 매매가의 최대 15 ~ 20%를 넘지 않는 물건들에 한에서 입주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참고 서적 :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 김광수경제연구소 저, (2011.08.05 초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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