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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점심값 1만원 시대…직장인들은 괴롭다

생활경제·연금. 자동차일반

by 21세기 나의조국 2011. 7. 1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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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점심값 1만원 시대…직장인들은 괴롭다

뉴시스 | 류난영 | 입력 2011.07.10 06:04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회사원 이정민(30·여)씨는 얼마전부터 집에서 도시락을 싸 와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그는 "한달에 20만원이 훌쩍 넘는 점심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밑반찬 등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게 됐다"며 "동료들 2~5명씩 모여서 먹다보니 식당에서 먹는 것과 큰 차이가 안나고 더 맛있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변 동료들 가운데도 점심시간에 편의점 도시락을 애용하거나 맛도 좋고 저렴한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회사 인근 식당의 음식값이 500~2000원 정도 올랐는데 직장인이다 보니 500원만 차이나도 큰 차이로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가 서민들의 생활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고물가로 점심식사 한끼에 웬만한 음식값은 1만원에 육박하는데 월급은 안 오르고, 지갑만 얇아지고 있다며 한숨만 늘어놓는다. 저렴하고 맛도 좋은 음식점은 점심시간대에는 손님이 늘 몰리기 때문에 바쁜 직장인들은 돌아서기 일쑤다.

직장인들이 모여있는 식당가 상인들도 구제역과 한파로 인해 식재료 값이 오르자 '울며 겨자먹기'로 음식 메뉴를 10~30%씩 올렸으나 매출은 예전만 못하거나 크게 달라지지 않아 울상이다.

서울 인사동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심모(49·여)씨는 "식재료 값 인상을 견디다 못해 3개월 전부터 부대찌개, 제육볶음, 삼겹살 등의 메뉴를 평균 2000원씩 올렸더니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가격을 올린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2명이서 음식을 3~4개 시켰다면 요즘은 각자 하나씩 2개만 시켜먹고 간다"며 "손님도 예전에 비해 덜 오는데 오는 손님마져 적게 주문을 하니 죽을 맛이다. 임대료와 인건비 주기도 빠듯하다"고 하소연 했다.

서울 명동에서 순대국집을 운영하는 한근성(60)씨도 3~4개월 전에 6500원짜리 순대국을 7000원으로 올렸지만 마진을 겨우 맞추고 있어 걱정이 크다.

그는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 값은 두배로 뛰어 9000원하던 돼지머리가 지금은 1만6000원에 판매되고 있어 500원 올린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식재료값 상승폭을 생각하면 1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올리면 손님이 오지 않을까봐 못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가게에 비해 가격 인상폭은 500원으로 적은 편이지만 가격에 민감한 직장인들의 발길이 줄면서 매출도 가격을 올리기 전보다 10%정도 떨어졌다.

실제로 외식비는 1년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외식비는 전년 동월보다 3.5%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평균 외식비 상승률(3.0%) 보다 높은 것이다. 이 중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삼겹살과 돼지갈비가 각각 16.6%와 15.3% 상승해 전체 외식비 상승을 주도했다. 이어 돼지갈비 15.3%, 탕수육 11.6%, 죽 10.5%, 냉면 9.0%, 설렁탕 8.5%, 짬봉 8.3%, 자장면 8.2%, 돈가스 8.2%, 칼국수 7,7%, 볶음밥 7.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외식가격이 고공행진을 보이면서 직장인들의 생활 패턴까지 변화하고 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도시락이나 김밥, 분식 등으로 간단하게 때우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유성목(29)씨는 "이제 5000원짜리 밥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며 "점심값이 올라 구내식당을 찾는 빈도가 예전에 비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민모(28)씨도 "회사 주변에는 최소 6000~7000원은 줘야 한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 대부분 구내식당을 이용한다"며 "구내식당은 푸짐하게 먹어도 4000원이면 되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명동의 모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는 황모(34.여)씨는 "점심값이 많이 올라 감당이 안돼 4월부터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 시작했다"며 "밖에서 사먹으면 남는게 없을 정도라 사정이 생겨 도시락을 못 싸와도 밥대신 과자나 라면으로 때우거나 떡볶이 같은 분식을 사먹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식비가 오르면서 편의점 도시락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서일호 GS25 홍보팀 과장은 "점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도시락 같은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100%나 늘었다"며 "3000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아침 출근 시간대와 점심 시간대에 판매되는 도시락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조윤정 세븐일레븐 마케팅팀 대리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과 삼각김밥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5%와 20%정도 늘었다"며 "최근 외식비가 오르면서 가격이 저렴하고 인접성이 좋은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점심값이 오르면서 식후에 먹는 디저트 값을 줄이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명동에서 근무하는 김모(30·여)씨는 "밦값이 올라 디저트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며 "예전에는 5000원짜리 밥을 먹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셨다면 지금은 7000원짜리 밥을 먹으면 1000원짜리 편의점 커피를 마시곤 한다"고 말했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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