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부동산시장, 4% 공포에 떤다
머니위크 | 지영호 기자 | 입력 2011.06.24 10:15 |
[[머니위크 기획]금리인상기 재테크/ 부동산]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더니 최근 부동산시장이 딱 '그 꼴'이다. 어느덧 기준금리가 연 3.25%까지 올라버렸다. 가뜩이나 거래부진으로 위축된 부동산 시장은 거의 울상에 가깝다. 매수세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했다. 줄곧 2%의 초저금리를 지속하던 금통위는 지난해 7월을 시작으로 11월, 올해 1월, 3월, 그리고 이달까지 1년간 모두 5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4%대를 상회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고려,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 대응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한은의 결정이 반갑지 않다. 거래 실종으로 숨죽여 있던 부동산중개업소는 사실상 '백기'를 들고 폐업신고에 나설 판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에서만 거래 실종을 이유로 폐업한 중개업소가 5개월 동안 80곳을 넘었다.
국토해양부의 '2011년 4월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5만5586건이다. 전달보다 6% 줄었다. 거래량 감소는 수도권이 주도했다. 전달 대비 서울이 24.6%, 경기가 18.2%, 인천이 20.4% 각각 감소했다. 5개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거래량도 28.6% 줄었다. 최근 5년 평균 거래량의 절반 수준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금리인상이 주택시장 활성화와 거래 정상화 측면에서 악재로 작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전보다 거래가 더 어렵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연말까지 두세번의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연말까지 4% 진입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여전히 실질금리는 낮은 상황이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진다.
◆하반기 약세장 가능성 높아
부동산시장은 이번 금리 인상을 통해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우선 타이밍이 좋지 않다. 이사 시즌을 넘기고 수도권 주택시장이 잠시 숨고르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거래량 감소가 예상되고 있어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니다.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주택소유자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대출금리 이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지금까지 근근이 버텼던 이자부담도 슬슬 무거워지는 시점이다.
내집 마련에 인생을 저당 잡힌 하우스푸어는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꼬박 은행에 월세를 바치고 처음 구입한 비용이라도 건지면 다행이다. 1억원을 낮춰도 팔리지 않는 집값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대출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많지는 않지만 처분 매물이 출몰할 가능성이 있으며, 출시 매물을 매수할 수요시장이 충분하지 않아 가격은 약세를 띨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쁘지 않은 지방시장도 장기간 호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분양시장과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신규공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이 같은 판단을 내리는 이유다.
김 본부장은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회복이 선행되지 못한다면 지방시장의 나홀로 독주도 오래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하반기에도 주택 거래시장보다는 소액 투자가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 경매 등 저가 매입이 가능한 상품시장이 상대적인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장기전세주택, 저가 공공주택 등이 내집 마련의 대안으로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가격 더 오를 듯
금리 인상 조치에 따라 하반기 전세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주택소유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데다,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이유다.
지금까지 전세시장은 강남, 분당, 용인 등 국지적으로만 문의가 증가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여름방학 이사철이 시작되는 7월쯤이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으로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지역이나 보금자리가 공급되는 지역, 전통적인 학군 수요지역이 오름세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연 부동산114 팀장은 "주택시장 매수심리가 더욱 위축될 전망이어서 전세시장의 국지적인 수요 증가가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고, 김 본부장은 "상대적으로 전·월세 임대시장의 수요 쏠림과 물건 부족, 임대료 상승 가능성이 하반기에 다분하다"며 "전세시장 안정화 대책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설상가상 건설업계 자금악화 우려
주택건설업계도 금리인상이 달갑지 않다. 주택사업을 하려면 PF(프로젝트 파이낸싱)자금이 필요한데 금리인상의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PF를 통한 대출금리는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와 사업자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로 결정되는 데, CD금리는 기준금리와 연동돼 움직인다.
게다가 저축은행의 잇따른 부실 운영과 구조조정으로 대출 통로를 잃은 것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
주택경기 침체로 분양 시 무이자 혜택을 주고 있는 사업자는 더욱 부담이다. 혜택이 없다면 팔리지 않고, 계약자의 이자부담을 떠안자니 높아지는 금리가 걱정이다. 계약자 입장에서도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이나 주식 비중을 줄이고 예금의 비중을 높인다. 점점 돈은 묶이고 부동산으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금리인상이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건설사 자금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지영호기자 tellme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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