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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무현, 불행한 이명박의 차이

노짱, 문프

by 21세기 나의조국 2011. 5. 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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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무현, 불행한 이명박의 차이
(양정철닷컴 / 2011-05-27)

 

 


 

살아 있어도 죽은 것만 못한 경우가 있고, 죽었어도 산 것 못지 않은 경우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살아도 산 게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게 아닌 셈입니다.

여기 두 사람의 대통령이 있습니다. 한 대통령 주변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다른 한 대통령 주변은 황량합니다.

 

한 대통령 주변엔 국민들의 사랑과 그리움이 넘쳐납니다. 다른 대통령 주변엔 걱정과 한숨이 넘쳐납니다.

 

현재 한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하는 국민은 65.5%입니다. 전체 국민 3명 중 2명입니다. 현재 다른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은 26.4%입니다. 전체 국민 4명 중 1명입니다.

앞의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고, 뒤의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입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지배하고, 산 자가 죽은 자 앞에서 기를 못 펴는 이 희한한 현상. 따라서 앞의 대통령이야말로,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냐는 그 말 그대로인 셈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국민을 섬기는 진심, 나라를 위한 헌신, 국가발전에 필요한 통찰력, 대한민국 비전에 대한 비전, 서민들을 위한 진정성, 지도자로서의 리더십,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 따지면 끝이 없을 겁니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이견이 있겠지요. 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마음이 모이고 모여 최근의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로 나왔을 겁니다. 제가 임의로 평가하고 단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제 입장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분명한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참모진용입니다. 누가 유능하냐, 아니냐의 문제? 아닙니다. 그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대통령과 참모진용이 무엇으로 시작해 무엇으로 함께 했느냐의 문제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경우입니다. 재임 중에 수구세력과 야당의 공세에 5년 내내 시달렸습니다. 그 때 참모들은 서로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누가 부당하게 대통령을 공격하면 앞장서 막았습니다.

 

청와대 보좌진이든 내각이든 대통령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억울해도 기꺼이 자리를 내놨습니다. 그 억울함은 혼자 안았습니다. 퇴임 후든, 서거 후든 그 옆에 있는 것이 고통뿐일지라도 대통령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꼭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비록 세력이 갈라져서도, 노 대통령 가치와 철학을 이어가겠다는 각각의 당에서 경쟁할 만큼 굳건한 세력으로 우뚝 서 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가치와 철학과 신념은 물론 의리로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퇴임 후에 생기는 것 없고 득 될 것 없어도, 뜻으로 하나가 됐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분이 돌아가시는 것을 막지 못한 게 절통한 한이지만, 취임 전이든 재임 중이든 퇴임 후든 가치와 철학과 신념으로 지도자의 곁을 많은 참모들이 지키고 있는 것은 한국정치의 새로운 흐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이미 대선 전부터 노 대통령과는 비교도 안 되는 화려한 진용이 참모진으로 포진했습니다. 만리장성 같은 세력을 이룬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권 출범 후 숱한 시련을 맞더니 지금은 국정 통제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입니다. 여당은 대놓고 대통령과 맞섭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을 위해 공개적으로 이름을 걸거나 직책을 걸고 몸을 던지는 참모는 거의 없었습니다. 모두 대통령 뒤로 숨습니다. 억울한 일은커녕 자신이 잘못을 해놓고도 기꺼이 자리를 던지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그 누추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재보선 후폭풍에 청와대는 아직까지 패닉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재보선 참패 결과가 나오고서야 참모들이 총사퇴를 결정했습니다. 진작 책임졌어야 할 사안들에선 다들 뭉개다가 재보선 참패 후 총사퇴 의사를 밝혔으니, 선거 결과의 책임만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넘긴 꼴입니다. 그런데 바꿀 사람이 없어 한 달째 사표 수리조차 못합니다.

바꾸지는 못하면서도 방침은 그럴 듯합니다. 청와대 참모들을 내년 총선에 출마할 ‘출마조’와 끝까지 남을 ‘순장조’로 분류해 정리하겠다고 합니다. 말은 좋습니다. 물론 살짝 기분 나쁩니다.

 

청와대 ‘순장조’ 표현의 전매특허는 제게 있습니다. 순장할 각오로 끝까지 대통령을 모신다는 뜻으로, 제가 청와대 있을 때 처음 ‘순장파’란 표현을 썼습니다. 여기서 ‘끝까지’란 퇴임 이후까지를 말합니다.

뭐 그렇지 않을 사람들처럼 보이는데, 표현이야 도용해도 좋습니다. 그런 방침을 대통령이 직접 말해야 합니다. 참모들이 알아서 비장한 각오로 스스로 결의하고 스스로 그런 대오를 형성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몸 던지는 사람은 없고 다들 제 살길만 찾는 청와대 표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니 이 대통령, 참 측은합니다.

참여정부 때엔 참모들이 알아서 몸을 던졌습니다. 참모들 선에서 출마할 사람들은 알아서 나가게 교통정리를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할 사람들이 스스로 강고한 진용을 갖췄습니다. 대통령에게 그런 부담을 드린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퇴임 이후까지 떡 버티면서 대통령 곁을 지켰습니다.

예고컨대, 곧 있을 청와대 참모진 개편의 핵심은 이렇게 될 것입니다. ‘야심가’들은 모두 청와대를 나갈 것입니다. 약삭빠른 사람들도 모두 공기업이나 요직의 마지막 찬스를 잡을 것입니다. 거기서 밀린, 대책없는 사람들이 점차 청와대를 지킬 것입니다. 레임덕은 더 심각해 질 것입니다. 온갖 못 볼꼴을 다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퇴임 후에는 더 초라할 것입니다. 이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력구도에서 별 의미가 없어질 ‘친이계’는 사실상 사분오열될 것입니다. 쓸쓸하게 퇴임할 이 대통령에겐 몇 사람만이 그 곁을 지키게 될 것입니다.

 

민주정부가 집권을 하든 한나라당이 재집권을 하든, 이 대통령 주변은 적막강산이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 대통령과 그 세력들이 처음부터 이익과 야심과 계산으로 뭉쳤기 때문입니다. 이익이 없으면 헤어질 일입니다. 야심을 채웠으면 떠날 일입니다. 계산이 안 맞으면 다른 주군을 찾아 나설 일입니다. 그게 세상 인심입니다.

그것이 노무현과 이명박의 차이입니다. 가치와 철학과 신념, 그리고 의리로 함께 했느냐, 이익과 야심과 계산으로 야합했느냐.

다시 선거의 계절입니다. 이제 많은 사람과 제 세력이 국민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온갖 퍼포먼스를 벌일 것입니다.

 

잘 살펴 보십시오. 누가 의리와 가치와 신념의 정치인인지, 누가 이익과 야심과 계산의 정치인인지. 전자는 국민도 배신하지 않습니다. 후자에겐 주군도 없고 당도 없고 동지도 없습니다. 물론 국민도 배신할 것입니다. 혜안으로 택하는 분별과 선택에 한국정치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양정철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3&uid=5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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