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리나라 통화량 증가율 변화가 아파트와 주가에 시사하는 점
지난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본원통화와 Lf 동향을 정리한 그래프를 아래와 같이 보여드렸습니다.
(이 글은 지난 글로부터 이어지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난 글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지난 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1번 제목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위 그래프는 본원통화와 Lf의 ‘금액’을 그래프로 그린 것입니다.
이 그래프만으로는 어떤 추세의 변화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증가율’을 계산해서 그래프로 그려보면 추세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그래프는 이처럼 본원통화와 M2, Lf의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입니다)을 계산해서 그래프로 그린 것입니다.
통화량 증가율 동향을 보여주는 위 그래프를 보면,
우리나라의 통화량 ‘증가율’이 08년 5월 이후로 뚜렷하게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덧붙여 본원통화의 공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통화량 증가율이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본원통화의 추세를 먼저 살펴보면,
08년 말에서 09년 전반기에 걸쳐 우리나라의 본원통화가 급팽창했었다는 사실이 눈에 띕니다. 최고치의 경우 전년대비 30%가 넘게 팽창했었습니다(좌축 기준임에 주의).
그 정도가 워낙 크다 보니 처음에 제시해드린 ‘금액’ 그래프에서도 같은 시기에 본원통화가 봉우리처럼 솟아오른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본원통화의 공급 증가율은 작년 5월부터 다시 10%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최근의 본원통화 공급이 증가한 원인에 대해 따로 들여다보지는 않았습니다만,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증가를 그 원인 중의 하나로 꼽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국제수지의 흑자는 한국은행의 정책의지와 상관없이 내생적으로 본원통화 공급을 증가시킵니다.
유가증권인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본원통화를 공급하듯이, 외화를 매입하게 되면 본원통화가 공급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와 같이 해서, 해외로부터 국내로 자본이 유입되면 국내에 통화가 팽창하게 되는 것입니다.
작년 5월 이후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화량 증가율의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통화량 증가율의 감소에 대한 하이먼 민스키의 연구결과는 이전 글과 책에서 충분히 소개해드린 바가 있습니다.
민스키는 역사적으로 나타났던 다양한 투기 버블의 붕괴과정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통화량’이 감소하지 않아도 통화량 ‘증가율’의 감소만으로도 투기 버블이 무너지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렇게 되는 데에는 폰지금융단계에 이른 ‘투기꾼’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통화량 증가율 그래프를 보면,
08년 5월에 Lf가 13.1%(우축이 기준임)로 피크를 이루고 있습니다. M2의 경우는 15.8%입니다.
그 후 증가율이 급감하면서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도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09년 하반기에는 Lf의 증가율이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에 따라 이 시기에 아파트 가격이 반짝 반등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프에서 보듯이 작년 하반기부터 통화량 증가율이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고, 결국 아파트가격 역시 재차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본원통화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통화량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지난 글,
에서, 우리나라가 2009년과 2010년 2년간 사상 유례가 없는 달러 유동성의 홍수 사태를 겪었다는 점을 설명드렸습니다.
경상수지와 증권투자수지 두 가지를 합하면, 09년에 825.2억 달러, 10년에 667.6억 달러나 유입되었습니다.
재작년과 작년 우리나라가 받아들인 달러는, 그 이전에는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유동성의 홍수사태와도 같습니다.
조그만 천수답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를 생각해보면, 이 정도의 달러유동성이 밀려들면, 터져나갈 지경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와 같은 국제수지의 유입은 앞서 설명드린 대로 모두 우리나라의 통화량 급증을 야기할 사항입니다. 그에 따라 과거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시기에는 모두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88년 올림픽 이후 시기가 그러하였고,
98년 IMF 위기를 겪고 난 이후 시기가 그러하였고,
08년 이전 수년간의 시기가 그러하였습니다.
09년과 10년 2년간은 이와 같은 조건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시기’였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저금리라는 조건이 더해졌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을래야 않을 도리가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 전에 이미 신용팽창이 극에 달해 포화상태에 이르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버블이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해 있었던 것이지요.
본원통화의 공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통화량 증가율이 뚜렷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아파트 버블의 종말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동안 설명드렸던 여러 가지 점들을 고려할 때, 그 종말은 지난 수년간의 버블에 대한 종말이 아니라 지난 40년간의 버블에 대한 종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가격은 상승하고 있다고 반론하실 분이 계실 듯도 합니다.
저는 주식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코스피 ‘지수’만 상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게도 어제 9시 뉴스에서 ‘핫머니’에 대해, 주식시장의 비정상적인 상승에 대해 경고하더군요.
IMF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IMF, 자본 자유주의서 '핫머니 규제'로 노선 바꿨다 한국경제 2011.04.06
국제적인 핫머니들의 지원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오던 IMF가 '핫머니 규제'를 들고나오는 것과,
우리나라의 9시 뉴스가 주식시장이 위험하다고 개미들을 위해 경고하는 모습은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의 상승은 국제적인 핫머니들의 장난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딱 코스피 ‘지수’만 오르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를 구성하는 대형주들만 오르고 있지, 그 외 대부분의 종목은 주식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비정상이라는 사실은,
무엇보다 코스닥 시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개인 매수세가 조금이라도 살아있다면 코스닥 시장이 저리 지리멸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자주 나타났던 패턴,
즉 외국인이 선행매수하고, 국내 개인들이 결국 후속매수세로 따라붙으면서 주가가 더욱 오르게 되는 패턴이 다시 재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패턴은 세계 금융시장이 정상적인 상황에 놓여있던 ‘평상시’에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라 ‘비상시’라고 여러 번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외국의 핫머니들은 국내 개인에게 떠넘김으로써 작은 이익을 취하려고 저처럼 큰 분탕질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주식시장을 상대로 큰 승부를 보기 위해, 세계를 상대로 보여주는 선행지표로서 국내 코스피 ’지수’만을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그러므로 국내시장(세계 시장의 1% 정도 밖에 안되는)에서의 작은 이익은 저들의 안중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국내의 개인들을 후속 매수세로 끌어들이려면, 지난 2년 동안, 즉 ‘황금기’라고도 할 수 있는 시기에 벌써 끌어들였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그동안 지속되던 초저금리에서 탈피하여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우리나라로 홍수처럼 밀려들던 경상수지와 증권투자수지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개인들의 후속 매수세를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고 하는 시기가 역사적으로 수상한 시기이다 보니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큰 거짓말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거짓말에 속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 우리나라, 미국, 중국의 통화량 증가율을 비교하는 글은 내일 아침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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