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 힘의 오늘과 내일 (6), 완결편
2011.3.8 호호당의 김태규님
저번 글에서 오늘날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글로벌 시장 자체가 미국의 힘이고 資産(자산)이라는 점,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그 시장을 정상적으로 유지 가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모든 나라는 그 글로벌 시장으로부터 편익과 혜택을 거의 무료로 누리고 있다는 말도 했다.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 보듯이, 서구 국가들은 카다피를 맹비난하고 있지만 그저 口頭彈(구두탄)만 날릴 뿐이다. 행동을 취하려면 비용이 들고 위험이 따르는데 어떤 나라도 그럴 마음은 없다. 이에 대해 독일의 스피겔 지는 ‘서구의 무기력증’이라 표현하고 있다.
이미 서구 여러 나라들은 그럴 능력도 없고 마음도 없다. 과다한 복지와 날로 커져가는 재정적자로 인해 이미 맛이 간 것이니,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에 젖어서 고상한 소리만 해댈 뿐인 것이다.
그리고는 오로지 미국의 움직임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결국 미쿡(?) 너희들이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겠니? 하면서.
이에 미국은 사태를 방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서구 나라들을 무시할 수도 없어서 미군과 나토(NATO)가 공동으로 대응해보자고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
서구 나라들은 기껏해야 뺀질이, 신세지고 얻어먹는 주제에 잘난 척이나 하는 참으로 민망한 서구 나라들이라 나는 여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저런 나라들이 또 다시 지구촌의 覇者(패자)로 부상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고, 미국 다음에 세계를 다스릴 후보자를 뽑는다면 먼 훗날이긴 하겠지만 역시 중국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경쟁자로서 중국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실컷 주물럭거리면서 충분히 간을 봤기 때문에 이미 눈 밖이고, 서구는 주둥이만 나불거릴 뿐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러시아가 있지만 이미 여러 나라들로 쪼개져서 미국이 펼쳐놓은 그물망 안에서 좀 더 먹고 살고자 버둥댈 뿐이다.
미국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문제점 엄청 많지만, 그렇다고 다른 후보를 찾아보면 전혀 ‘아니올시다’가 오늘의 세계이다.
이에 적지 않은 미국 강경파들은 열을 받는다. 엄청난 국방비를 들여 세계와 시장을 지키고 있건만, 다른 나라들은 무임승차만 하고 있으니 무척이나 섭섭한 것이다.
이 점에 대해 해줄 말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싫으면 관두라는 것이다. 원래 학교에서 반장 같은 거 하다보면 돈이 들지 돈 생기는 법 없지 않니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런 말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했다가 미국에게 미운 털이라도 박히면 골치 아프니, 어디까지나 사석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아주 죽는 수가 있다.)
또 하나는 너희들도 전적으로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하고 反問(반문)하는 것이다.
미국만 손해를 보는 것만은 아니라는 대표적인 사안이 바로 기축통화 달러이다.
달러 역시 그 자체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는 名目貨幣(명목화폐)이지만, 세계 중앙은행이 없는 현실에서 사실상의 중앙은행권 구실을 한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마구 달러를 남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돈 시장’에서 달러는 가장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통화임에 아무런 변함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1985 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엄청난 손실을 보고 그 뒤로 지금까지 불황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독일 역시 1970 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게 끊임없이 양보해오고 있다.
이 모두 기축통화 달러의 지위를 인정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마구 남발해도 되는 달러가 전 세계에서 사실상의 중앙은행권이라는 사실을 두고 횡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름 수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제 거품이 무너졌는데, 돈을 마구 찍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이 말도 되지 않을 것 같은 발상, 이른바 미국의 양적 완화는 사실 미국만이 할 수 있는 권력의 한 편린인 것이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그렇다면 그건 완전 엉망이 될 것이다. 외국인들이 모든 것을 다 팔아치우고 떠나버릴 것이니 결국 모라토리엄 선언밖에 할 것이 없으니 그렇다.
그런데 미국은 그런 무리를 할 수 있으니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행동과 모습이야말로 지구촌의 覇者(패자)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니 그 또한 逆說(역설)이라 할 것이다.
달러가 예전에 비해 정말 저렴해졌고 명성도 다소 떨어졌지만 아직까지는 어느 나라 정부도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기축통화에 대해 언급하고 나서지 않는다, 그저 일부 학자들이나 미디어들만 거론할 뿐이다.
중국 역시 위엔화 절상 건에 대해 방어논리만 내세울 뿐, 미국더러 너희들이 틀렸다는 소리는 감히 입에도 올리지 못한다.
지금도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그럴 것이다.
이제 미국의 군사력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 이어 달러를 언급했다.
하나씩 차근차근 미국의 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고, 서서히 얘기의 끝을 향해서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이 남았을까?
앞서 얘기한 미국이 가진 힘의 삼각대 위에 놓인 것이 있다.
하나는 영어이고 또 하나는 미국식 민주주의와 인권사상이다.
먼저 영어 얘기를 하자.
영어는 그 자체로서 미국의 힘이자 힘의 결과물이다.
흔히들 ‘잉글리시’라고 말을 하지만 실은 ‘아메리칸 랭기지’이다.
과거 로마제국 시절 로마 시민권은 문명화된 세계에 속했다는 자랑스러운 징표였고 라틴어를 쓰고 말할 줄 안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지식인의 상징이었다.
오늘날 영어, 영어라고 부르는 아메리칸 랭기지가 바로 그렇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영어 공부에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엄청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나 호호당은 아주 유식한 사람이지만,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영어를 하지 못하는 이상 시장에서의 내 몸값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아주 저렴한 호호당이다.)
그러니 오늘날 우리 대학이란 것이 뭐 별다른 것이 없고, 그저 영어 랭기지 스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된 것이다. 엄청나게 비싼 수업료를 받지만, 정작 졸업해도 실제 구어체 영어는 몇 마디 하지도 못하는 대학들이다.
서울 대학은 국립 랭기지 스쿨이고, 고려와 연세 대학 등은 사립 랭기지 스쿨이다. 지방 대학은 지방 사투리가 섞인 영어를 배우는 랭기지 스쿨이고 말이다.
창피하지만 현실이다. 미국이 지배하고 통치하는 세계에서 영어는 과거 라틴어처럼 지식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워서 영어 얘기는 이 정도에서 그만 그친다.
다음으로 미국식 데모크라시와 인권사상에 관한 얘기를 하겠다.
과거 대영제국은 세계를 통치했지만, 그들의 사상과 주의를 강요한 적은 없었다. 그저 좋은 교역 상대면 충분했던 대영제국이었다.
그러니 미국은 다르다. 청교도 정신에 입각해 만들어진 미국 헌법이야말로 전 세계인이 따라야 할 하나의 典範(전범)이라 여기고 이를 여타 문명 세계에 대해 거의 강요하다시피 하는 미국이다. 즉 미국 헌법은 세계의 헌법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데모크라시 물론 괜찮은 정치제도이고 인권에 대한 존중 물론 바람직한 것이지만, 이런 식의 오만함과 무례함은 그 꼴을 보아주기가 실로 어렵다.
데모크라시란 독선이 아니라 상대주의에 근거하고 있는데, 미국은 그 상대주의를 또 다시 절대주의로 여기고 있는 셈이니 ‘절대적 상대주의’라고나 할까.
결국 미국은 전 세계 모든 문명권에 대해 그들의 종교적 도그마(dogma)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인권 사상 역시 그렇다. 얼핏 좋기만 한 것 같지만 실은 대단히 협소한 그들 식의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그렇다. 그러다보니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을 하는데 왜 데모크라시를 하지 않느냐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제기하는 미국이다.
문명의 바탕이 다르면 그에 따라 다양한 정치제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지나지 않건만, 미국은 이슬람의 정치전통과 중국으로 상징되는 동아시아 식 정치전통을 무시하려 든다.
이슬람의 그것을 낡은 종교의 틀에 갇혀 있다고 폄하하고 중국의 정치를 봉건 권위주의의 잔재 때문이라 매도하는 미국이다.
미국이 과거 대영제국처럼 조금만 더 유연한 발상을 지닌 대국이었다면 오늘날의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화평하고 질서가 있는 세상이 되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두 미국은 건국 당시부터 스스로 아주 특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생각, 미국인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選民(선민)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을 뒤에서 이끌면서 결국 세계를 통치하고 있는 미국의 賢者(현자)들은 결국 종교적 司祭(사제) 집단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앞으로 미국의 현자들이 스스로를 변모시킬 수 있다면 미국 제국은 세계를 영도하면서 인류의 역사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자신의 세계관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성에 근거하는 데모크라시를 절대화하지 않으며, 역사와 문명의 다양한 존재 양식을 기꺼이 인정하는 모습을 그들이 보여주게 된다면 미국 제국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번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서 미국의 힘 시리즈를 마치고자 한다. 그간 딱딱한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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