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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볼보는 실용성과 안정성으로, 그리고 아우디는 스포티함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세단 시장을 살펴보면, 안전성 테스트에서 아우디가 볼보를 앞지르고 있다. 반면 볼보의 TV 광고는 운전의 재미를 역설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매력, 진지함, 겸손, 강인함과 같이 서로 모순된 이미지를 동시에 심어주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선거 후보자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자신의 특징을 어느 것 하나 두드러지게 전달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만다.” (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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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미 지음, 박세연 옮김 '디퍼런트 -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중에서 (살림Bi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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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매일경제가 발간하는 경제월간지 '럭스맨' 3월호에 실린 제 글입니다. 활기찬 3월의 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차별화’. 이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제 실천하는 것은 항상 다른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별화’가 아니라 거꾸로 ‘동일화’의 길을 선택한다. 그게 마음이 편하다. 그 대신 성공으로 가는 길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마트에 가본다. 비슷비슷해보이는 제품들이 무수히 진열되어 있다. 유사제품 홍수 시대다. 어떤 분야든 그렇다. 무엇을 집어 들어도 상관없을 듯 느껴지기까지 하다. 저자는 이를 “‘유사성’이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기업들이 점점 ‘차별화의 대가’가 아니라 ‘모방의 대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도 한다.
“기업들은 스스로를 경쟁자들과 구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차별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는 점점 더 비슷해져만 가고 있다.”(33p)
실제로 스타벅스는 아침 식사 메뉴를 고민하고 있고, 맥도날드는 커피판매에 몰두하고 있다.
또 아우디는 볼보를 향해 달려가고, 볼보는 아우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딘가 어색하고 애처롭지 않은가.
“10년 전만 해도 볼보는 실용성과 안정성으로, 그리고 아우디는 스포티함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세단 시장을 살펴보면, 안전성 테스트에서 아우디가 볼보를 앞지르고 있다. 반면 볼보의 TV 광고는 운전의 재미를 역설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매력, 진지함, 겸손, 강인함과 같이 서로 모순된 이미지를 동시에 심어주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선거 후보자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자신의 특징을 어느 것 하나 두드러지게 전달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만다.” (56p)
왜일까? 왜 많은 기업들이 ‘동일화’의 길을 걷고 있을까? ‘차별화’를 하려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어렵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런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성향이 있다. 약점은 ‘포기’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강점을 더욱 키워서 그것으로 최고가 되려는 이는 많지 않다. ‘평준화의 유혹’이다. 그 결과는 남들과 비슷해져 버리는 자신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무리를 벗어나 혼자만의 길을 가는’ 기업들이 있다. 소비자와 주주들의 ‘기대’를 뒤로하고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이들이다. 진정한 차별화의 길을 택한 기업들이다.
저자는 ‘역포지셔닝 브랜드’라는 개념으로 이들을 설명한다. 매우 독특한 아이디어를 통해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기로 결단을 내린 기업들이다. 그들은 소비자들의 기대와 욕망을 거슬러 나아간다. 인터넷 세상을 평정한 구글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의 등장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들이 ‘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으로 세상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 인터넷 포털들은 야후를 필두로 프론트 페이지에 뉴스, 날씨, 주식, 쇼핑, 게임 등 조금이라도 더 많은 서비스를 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지금도 이 풍부함과 화려함을 향한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로고와 검색창만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프론트 페이지의 구글이 나타났다. 경쟁자들과 정반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구글. 이들은 이렇게 기존의 가치들을 없애 버렸고, 동시에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제시했다. 바로 ‘빠른 검색 서비스’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지의 모습으로 나타난 구글의 출현은 충격 그 자체였다. 구글에 접속한 사용자들은, 복잡한 물건들로 넘쳐나는 할인매장을 빠져나와 최고급 부티크 매장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141p)
지난 2000년 등장했던 젯블루항공도 좋은 사례다. 젯블루는 당시 소비자들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무료 기내식, 비즈니스 클래스, 왕복티켓 할인 등을 없애버렸다. 대신 개인용 LCD, 위성 TV 시스템 서비스 등 소비자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했다.
차별화 이야기를 하면서 애플을 빼놓을 수는 없다. 애플이야말로 다른 기업들이 당연히 제공하고 있는 기능들을 과감히 없애버린 전형적인 역포지셔닝 브랜드이다. 마우스에는 버튼이 하나밖에 없고, 아이폰은 배터리도 분리할 수 없다.
애플이 빼버린 ‘당연한 기능들’은 무수히 많다. 게다가 애플은 불친절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소비자들의 불만에 민감히 반응하지도 않고, 가격도 타사 제품에 비해 높으며, 신제품 출시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한다. 하지만 애플은 마니아들을 몰고 다녔고 마침내 시장을 장악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다. 아이폰에 이어 얼마전 애플의 맥북에어 노트북을 구매했다. 당분간 MS 윈도 노트북을 함께 쓰기는 하겠지만, 내가 DVD 드라이브도 없고 하드디스크 용량도 형편없이 작아 여러모로 ‘불편한’ 애플의 맥북에어를 메인 노트북으로 선택하리라고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나도 ‘무언가 다른’ 애플의 매력에 반한 것일까…
물론 애플처럼 차별화를 택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가, ‘차별화’ 대신 좋게 표현하면 ‘벤치마킹’,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동일화’의 길을 선택하는 많은 경영자들, 마케터들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경영대학원 교수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그들은 ‘실패’가 두려운게다.
누구인들 혁신의 길, 아웃사이더의 길을 택해 ‘대성공’의 신화를 쓰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건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위험해보이는’ 길이다. 그 때문에 ‘안전해보이는’ 벤치마킹 전략을 택하는거다.
이들에게 공감은 가지만, 분명한 것은 기업이건 개인이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은 당대의 대세를 따르기를 거부한 혁신가였다는 사실이다.
‘차별화’와 ‘벤치마킹’(동일화)은 이렇게 ‘길’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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