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로 보는 환율분석 (분석 추가)
세일러 (idca****) 2011.02.21 10:00
2010년 한 해 동안의 국제수지 동향을 바탕으로 환율을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저의 글을 계속 읽어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는 지금 이 글과 같은 내용의 글을 다음과 같이 예전에 두 번 올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국제수지, 선물환 매도 동향과 환율 2010.01.18
국제수지 ‘위기경보’ 발령 2010. 7.15
지난 글에서 설명해드린 도표 해석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지금 이 글의 내용도 이해할 수 없으니 지난 글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지난 글을 먼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위에 링크를 걸어드린 첫번째 글에서 올려드렸던 국제수지 요약표(2009년 11월 기준)입니다.
다음은 2010년의 국제수지를 업데이트한 표입니다.
1년 전에 제시해드렸던 표와 새로 업데이트된 표를 비교해보면 각 항목의 금액이 조금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IMF가 정한 새로운 국제수지 작성 매뉴얼에 따라 우리나라 국제수지 집계 방식이 2010년 12월부터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선박수출을 계상하는 방식이 ‘인도기준’에서 ‘건조진행기준’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 문제는 그동안 이곳 아고라에서도 자주 지적되었던 사항입니다.
선박을 수출하는 경우는 수주시점부터 완성된 선박을 실제로 인도하기 까지 걸리는 2.5~3년(조선업 호황기였던 2008년 이전은 납기 지연으로 3~4년)의 기간 동안 대략 5차례 정도로 나누어 선박수출대금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 동안은 이와 같은 실제의 달러 현금흐름과 달리, 선박을 인도하는 시점에 한꺼번에 경상흑자로 집계됨으로써 실제의 현금흐름과 심각한 괴리를 빚어왔습니다. 이 문제가 이번에 시정된 것입니다.
이렇게 시정한 결과 2000~2008년까지는 경상수지가 늘어났고, 2009년은 줄어들었습니다.
그 외 ‘자본계정’이 ‘자본·금융계정’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예전 표 ‘II-5.자본이전 및 비금융 자산취득’ 항목이 새로운 표에서는 ‘II-1. 자본수지’로 항목이 변경되었습니다.
새로 올려드리는 표는 이와 같이 새로이 변경된 명칭과 집계 기준을 반영한 것입니다.
ㅇ 경상수지와 증권투자수지의 홍수
위 표에서 2010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를 보면, 다행히도 282.1억달러나 되는 큰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이 흑자규모는 사상 네 번째 기록으로 매우 큰 흑자입니다.
그리고 표에서 2010년 증권투자수지를 보면, 385.5억 달러로 역시 큰 흑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작년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합하면 667.6억 달러나 됩니다.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동향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판단하려고 할 때 무엇보다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하는 사실은,
2009년과 2010년 2년간 우리나라는 사상 유례가 없는 달러 유동성의 홍수 사태를 겪었다는 점입니다.
재작년과 작년 우리나라가 받아들이고 있는 달러는 그 이전에는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유동성의 홍수와도 같습니다.
조그만 천수답에 불과한 우리나라 외환시장 규모를 생각해보면, 이 정도의 달러유동성이 밀려들면, 터져나갈 지경(원화 초강세, 원달러 환율의 폭락)이 되었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2010년초의 환율이 1,132원이었고, 연말의 환율이 1,120원입니다.
혹시 금융당국의 개입 때문일까?
얼마 전에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을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물환 시장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을 보면, 분명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이지 공격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닙니다.
그리고 1년 동안 667.6억 달러나 퍼부어진 달러 유동성의 홍수를 생각하면, 그리고 우리나라의 천수답 외환시장 규모를 생각해보면, 이는 당국의 개입만으로 원달러 환율의 폭락을 저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이는 제가 지난 두 번의 글쓰기와 책을 통해서 충분히 설명드린 바 있는 저의 환율 분석 논리를 떠나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저의 논리가 타당한 것이라는 사실을, 시장이 객관적으로 입증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환율폭등이 나타나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환율폭등을 부를 수밖에 없는 수급 공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제 지난 2년간의 시장경험을 통하여 경험적으로도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달러 실수요자들(수입업체, 유학생을 둔 학부모 등)이 취해야 할 행동은 앞으로 반드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원달러 환율의 폭등에 적절하게 대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연구소나 언론이 할 일은 이에 대해 미리 경고해서 경제주체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입니다.
ㅇ 2010년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지 않은 이유
다음은 그동안 지난 글과 책을 통하여 설명드렸던 논리에 지난 1년 동안의 국제수지 동향을 대입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제수지 집계방식이 바뀐 결과 지난 수년간의 수치에 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글과 책에서 설명드린 수치에도 일부 변경을 가해야 합니다. 아래 설명은 변경된 수치를 적용한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위에서 소개해드린 표 하단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넘어서서 이루어진 선물환 순매도금액은 미래에 공급될 달러 금액보다 더 많이 과다하게, 미리 끌어다 당시의 현물환시장에 팔아버린 금액입니다.
2006년에서 2008년까지 3년간 선물환 순매도 금액과 무역수지 금액을를 대비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선물환 순매도 : 493 + 718 + 620 = 합계 1,831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 : 161 + 146 + (-)133 = 합계 174억 달러
차액 : 1,657억 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 금액은 책에 있는 수치에서 다소 바뀌었습니다. 그에 따라 아래 언급되는 수치도 조금씩 바뀝니다. 하지만 글 내용의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차액에 해당하는 1,657억 달러는 이후 3, 4년간 무역수지 흑자를 통해 공급될 달러를 미리 끌어다가(그리고 그 금액보다 더 많이) 외환시장에 팔아버린 금액입니다.
이 말은 이후 3, 4년간 무역수지 흑자가 1,657억 달러를 넘어서지 못하면, 흑자가 나더라도 달러가 외환시장에 공급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그 이후 2009년의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09년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순매도 금액 : 211억 달러
2009년 무역수지 흑자 : 404억 달러
차액 : -193억 달러
표를 보면, 그 이전 3년간 무역수지 대비 수백%에 이르던 선물환 매도금액이 2009년에는 52%에 불과합니다. 무역수지 흑자 금액보다 적은 금액이 매도되었습니다.
무역수지보다 적은 금액이 매도되어 마이너스(-) 193억 달러라는 말은,
과매도 금액 1,657억 달러 중 이제 193억 달러를 상쇄시켰다는 말입니다. 2008년까지 3년 동안 미리 끌어다 팔아버린 1,657억 달러 중 2009년 1년 동안 겨우 193억 달러를 갚은 셈입니다.
그 이후 2010년의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0년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순매도 금액 : 331억 달러
2010년 무역수지 흑자 : 412억 달러
차액 : -81억 달러
2010년에는 -81억 달러 만큼 상쇄시켰습니다.
외환시장에 존재하는 수급 공백, 향후 원달러 환율을 폭등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압력은 이제 1,383억 달러가 남았습니다.
1,657억 달러 - 193억 달러 - 81억 달러 = 1,383억 달러
그리고 이 수급공백이 작용하는 기간은 향후 2.5년~3년으로 봅니다.
애초에 과도한 수급공백이 축적된 시점은 2006년~2008년입니다만, 그 뒤로도 매년 계속해서 선물환 ‘순’매도가 이루어짐으로써 수급공백이 계속 순연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방식(2009년과 2010년의 사례)으로 수급공백이 모두 해소되지 않는 한 그 기간은 앞으로도 계속 순연되어 갈 것입니다.
책에서 기간을 계산할 때는 선박의 수주로부터 인도시까지 3, 4년으로 잡고 계산했습니다만, 2006년~2008년은 조선업의 호황으로 납기가 지연되던 시점이었고, 2009년 이후의 수주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는 수급공백이 작용하는 기간을 향후 2.5년~3년 정도로 보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잔량을 대략 2.5년 어치로 계산하고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기간을 3년으로 잡고 계산하면,
1,383억 달러 ÷ 3년 = 461억 달러
1년 동안 작용하는 수급공백의 압박은 461억 달러가 됩니다.
이 환율상승압력에 대응하는 항목을 위 표에서 찾아보면 파란색으로 표시한 ‘소계’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부분을 책에서는 ‘국제수지 총계’라고 설명드렸는데, 제가 착각한 것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착각했음을 공지하고, 책도 앞으로 수정해놓도록 하겠습니다.)
이 ‘소계’ 금액이 461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우리나라 환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계’ 금액 461억 달러 흑자가 우리나라 환율의 ‘현상유지’ 조건인 것입니다.
2009년에 환율이 큰 탈 없이 넘어간 것은 이 소계의 금액이 678.6억 달러로,
수급공백의 압박(당시 시점에서 4년으로 분산시켜 계산해보면 429억 달러 정도)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크게 넘었기 때문에 환율의 현상유지에서 더 나아가 하향안정세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를 돌아보면 경상수지 흑자만으로는 어림도 없고, 증권투자수지가 497.3억 달러나 유입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증권투자수지에 기록적인 497.3억 달러의 흑자 유입이 없었다면, ‘소계’의 금액이 환율의 현상유지에 필요한 금액인 429억 달러 미만으로 떨어졌을 테고, 그럼 2009년의 환율은 하향안정세가 아니라 연중 고가였던 1,597원에서 더욱 상승했을 것입니다.
작년 2010년의 경우에도 소계의 금액이 472.1억 달러로 역시 수급 공백의 압박을 뛰어넘었습니다. 그 때문에 환율의 폭등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의 경우에도 경상수지 흑자인 282.1억 달러만으로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역시 증권투자수지가 385.5억 달러나 유입되었기에 환율폭등이 일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2년간 우리나라의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증권투자수지의 공헌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증권투자수지가 매년 400억 달러씩 계속 유입된다면, 당장은 환율의 폭등이 일어나지 않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883억 달러나 유입되어 주가지수가 2100을 돌파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매년 400억 달러씩 쉬지 않고 계속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유입되어 당장의 탈이 일어나지 않게 막을 수 있다고 해도, 그 경우에도 무역수지의 부담을 뒤로 미루면서 시점을 분산시킬 수 있을 뿐입니다.
이 압력을 완전히 해소하는 길은, 앞서 설명드린 2009년, 2010년의 사례와 같은 방식으로 해소시켜 나갈 수 있을 뿐입니다.
ㅇ 선물환 매도 동향
다음은 07년 이래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거래 내역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2010년의 선물환 매도 동향을 살펴보면 5월에 선물환 순매도 금액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110억 달러를 넘은 것이 눈에 띕니다.
당시 천안함 사태가 확산되면서 환율이 1,277원까지 갑자기 급등하자, 수출기업들이 횡재(?)라고 생각하며 대거 선물환 순매도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에서 설명드렸듯이 그 덕택에 당시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기타투자 수지의 급격한 유출에도 불구하고 패닉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3월에 순매도 금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있다는 사실, 4월과 10월에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실도 눈에 띕니다.
작년 4월은 1,104원, 11월초에는 1,105원으로 환율이 저점을 형성했던 시기입니다.
여기서 선물환 매도와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되새겨보면,
매월 발생하는 무역수지 흑자금액은 과거에 이미 선물환 매도를 해버렸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되지 못하고, 수출기업들이 추가로 선물환 ‘순’매도를 할 때만 그 금액만큼 달러 공급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인식하면, 작년 4월과 11월초에 우리나라의 환율은 더 이상 떨어지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순매도가 멈춤으로써 외환 현물환 시장에 달러 공급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종합적으로 2010년의 선물환 순매도 동향을 보면, 5월 이후로는 전반적으로 소강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선박 수주가 2009년 대비로는 많이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저효과 때문이고, 2008년 이전의 호황기에 비하면 여전히 훨씬 적습니다. 게다가 조선업체들도 기존의 선물환 과매도가 부담된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지난 글에서 우리나라의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에 대해 충분히 설명드렸습니다. 이는 선물환 매도를 제한함으로써 앞으로 나타날 환율 상승기에 환율을 급등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드렸으니 읽지 않으신 분들은 꼭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환율의 하향안정세에 기여했던 또 다른 요인이 바로 선물환 순매도가 지속되었다는 사실입니다. 2009년에는 211억 달러가 순매도되었고, 2010년에는 331억달러가 순매도되었습니다.
그 덕택에 기타투자수지가 2009년에는 20.4억 달러 흑자(예전 집계방식으로는 -118.3억 달러 적자였는데 바뀌었음)가 났고, 2010년에는 -172.3억 달러에 그칠 수 있었습니다.
선물환 순매도에 대응하는 단기외채 차입이 추가로 이루어지면서 적자폭을 줄인 것입니다. 선물환 추가 순매도가 없었다면 기타수지 적자폭이 더욱 커졌을 것이고, 환율의 하향안정세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미 환율이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 때문에 수출업체들은 선물환 매도를 예전처럼 많이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이 시행되면서 앞으로 수출업체들이 내놓는 선물환 순매도가 환율을 안정시켜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ㅇ 자본·금융계정 동향 – 기타투자 수지의 불길한 전조
다음 그림은 국제수지 중에서 자본·금융계정을 따로 떼어내어 08년 이래의 월별 추이를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있는 그래프입니다.
자본·금융계정의 월별 동향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면,
5월 이후 기타투자수지가 월별로 적자를 보이고 있다(흰색 막대가 기준선 아래로 처진 부분)는 사실이 눈에 띕니다.
위 국제수지 요약표에서도 2010년 전체의 기타투자 수지가 -172.3억 달러로 적자입니다.
지난 2008년 이 기타투자 수지가 -235.9억 달러로 적자를 보일 때, 하반기의 환율폭등 사태와 그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KIKO 사태를 겪었습니다.
저는 2010년의 전체 기타투자 수지가 -172.3억 달러로 적자를 보였다는 사실과,
위 월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아래로 처진 흰색 기둥들이 그 비슷한 사태를 암시하는 불길한 전주곡이 아닌가 싶어 걱정됩니다.
그래프를 보면, 이 아래로 처진 흰색 기둥에 대비되어 균형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 기준선 위로 솟아오른 노란색 기둥, 즉 증권투자수지의 흑자입니다. 이 막대그래프를 통해서도, 지난 2년간 우리나라가 증권투자수지 덕택에 환율 폭등 없이 버텨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작년 5월에 황토색 기둥인 ‘준비자산’ 항목이 기준선 위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변경된 국제수지 집계기준에 따라, ‘준비자산 증감 항목’이 ‘자본·금융계정’ 안에 포함됩니다. 맨 위에 제시해드린 국제수지 요약표에서 2.5. 항목이 이에 해당합니다.
준비자산 증감 항목이 기준선 위에 자리잡고 있다는 말은, 금융당국이 외환보유고로 금융시장을 지원했다는 얘기입니다.
2008년 10월이 대표적인 경우였습니다. 당시 금융시장이 환율폭등으로 패닉에 사로잡혀 달러 매물이 증발해버리자, 어쩔 수 없이 금융당국이 외환보유고를 금융시장에 공급했습니다. 그 때문에 당시 외환보유고가 급감하면서 연일 언론에 보도되곤 했습니다.
작년 5월에도 똑 같은 사태가 벌어졌던 것입니다.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잘 모르고 지나갔던 것 뿐입니다.
당시 천안함 사태의 확산으로 환율이 단기간에 폭등하자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물이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금융당국이 어쩔 수 없이 시장에 매도개입을 단행해야 했고, 위 그래프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상당한 액수의 외환보유고를 소진했던 것입니다.
당시 선물환 시장에서는 호가가 상한가 제한에 걸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달러 매물이 모두 사라지고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서둘러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매물을 내놓지 않았다면, 당시에 환율은 1,277원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1,350원이 될 지 1,400원이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그만큼 천수답인 것입니다.
ㅇ 결론적으로
지난 2년간의 기록적인 경상수지로도 환율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무역수지)는 앞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최종수입소비자 역할을 담당해주던 미국이 이제 그 역할을 그만두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무역수지 동향은 정기적으로 계속 체크해서 보여드려왔고, 앞으로도 계속 체크할 것입니다.)
증권투자수지가 앞으로도 매년 400억 달러씩 우리나라에 계속 유입된다면 당장 큰 탈 없이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아닐지라도), 이렇게 예상하는 분들은 안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율의 하락에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까지 더하여 이제는 수출업체들의 선물환매도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선물환 매도는 환율이 어느 선 이상 폭등하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결국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지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간 시간의 지연이 있을 수는 있으나 갈 길은 정해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경제연구소와 언론이 이에 대해 경고를 발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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