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노무현 죽음’ 단초… 너무 화났다”
한상률 전 청장 비판한 김동일 씨, 항소심에서 무죄… 국세청· 검찰 무리한 행보 논란
(오마이뉴스 / 김종철 / 2010-08-11)
▲ 김동일 전 광주지방국세청 나주세무서 계장. ⓒ 시민의소리 자료사진 |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느라 너무, 너무 어렵게 온 것 같습니다.”
11일 김동일 전 국세청 나주세무서 계장(48)의 말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 작년 6월 국세청 직원으로서 내부 게시판에 한상률 전 청장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그는 공직자의 옷을 벗어야 했다. 게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까지 당했다. 그렇게 14개월이 흘렀다.
지난 10일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형사6부(재판장 이성복)는 김 전 계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부분 가운데 일부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었다.
김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난 1심에서도 명예훼손에 대해 일부 무죄와 함께, 비방 목적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했었다”면서 “항소심 재판부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바로잡아 주셔서 너무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가 이긴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는데 너무 어렵게 왔다”
그는 “(글을 올렸을 당시) 내가 몸담고 있는 국세청이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에 너무나 화가 났었다”면서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 수뇌부에게 철저한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작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나는 지난 여름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었다. 그는 당시 글에서 “전직 대통령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내몰기까지 국세청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여 국세청을 위기에 빠뜨리고, 국세청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게 만든 사람이 국세청 수장으로 있다니…”라며 한상률 당시 청장을 비판했다.
이에 국세청은 김씨에 대해 곧바로 파면 결정을 내렸고, 행정안전부는 올해 초 그에게 해임 결정을 내렸다. 국세청은 또 김씨에 대해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검찰에선 명예훼손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이 허위 사실이 아니지만,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면서 일부 유죄를 선고했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청장이 공적 인물이라는 점, 김씨 글이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국세청 내부의 공개토론에 기여한 측면이 많은 점, 한 전 청장 스스로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큰 점 등을 들어, 김씨의 글이 비방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씨는 “항소심 재판 최후진술 때 ‘공직자가 내부 게시판에 글 한 번 올려서 해임당하고 검찰에 고발까지 당하는 등의 고통을 받는다면 누가 자신의 조직에 대해서 제대로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호소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판부는 특히 한상률 전 청장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해외로 출국해버려 검찰 수사를 회피하는 등의 행태를 분명히 지적했다”면서 “이 같은 (재판부의) 판단으로 20년 가까이 몸담아왔던 국세청에서 최소한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돼 고마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14개월 동안 수입 없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원직 복직 바란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지부장 이상갑)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국세청장에 대한 내부 직원의 비판적인 표현은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의해 허용되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국세청이 김씨를 무리하게 고발하고 나아가 파면까지 한 행위와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은 검찰의 기소 역시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판결문을 검토한 변호인단 쪽에선 항소심 재판부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의 판례를 꼼꼼히 검토해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항소심 재판 결과를 뒤집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김씨는 또 이번 판결이 앞으로 예정돼 있는 공무원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유리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행정법원에서 올해 초 행정안전부에서 내린 해임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이번 재판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도 아니며 비방 부분에 대해서도 공익적 목적이라는 판단까지 나왔기 때문에 행안부의 해임 처분 역시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4개월 동안 수입도 없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아이들이 대학생과 고등학교 2학년인데 제대로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국세청 직원으로 복직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며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그리 쉽진 않겠지만,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8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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