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성호기자] 강남3구에서 시작된 전셋값 급등 현상이 주변지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강남지역 전셋값이 급등해 이 지역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강남 인접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전셋값 급등 현상은 새로 전셋집을 구하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심내 주택공급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늘릴 수밖에 없어 해결방안이 쉽지 않다.
시장 일각에서는 보금자리주택 입주가 본격화 하고 서울 재개발지역 내 아파트가 공급되는 2013년까지는 전세시장 불안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신규 입주아파트 부족
작년 서울지역 신규 입주 물량은 총 4만여가구였다. 하지만 올해는 3만여가구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총 3만1013가구(추정치)다. 또 내년에는 2만1954가구로 규모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전셋값 급등을 불러일으킨 강남지역의 공급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경우 올해 입주예정 물량은 1500여가구에 불과해 올 하반기 강남권의 전셋값 급등 현상은 더 심해질 우려도 있다.
▲ 자료 : 부동산써브
◇ 멸실가구수 증가
최근 3년간 서울의 멸실가구수는 5만6596가구. 이에 비해 공급가구수는 3만3517가구로 서울지역에서만 3년동안 2만3079가구가 사라졌다.
문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멸실가구수 증가는 고스란히 전세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향후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올해 멸실가구수는 최근 3년 평균인 1만8800여가구 보다 2배 가까이 더 늘어 3만1061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급은 1만1000여가구에 불과하다.
내년 예상 멸실가구수는 올해보다 증가한 4만8689가구다. 공급가구수 역시 2만2539가구로 올해보다 늘기는 하지만 줄어드는 주택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 1~2인 가구 증가..소형주택 전셋값 상승
1~2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소형주택 전셋값이 오르면서 중형아파트와 가격차가 줄어들게 되자 수요자들이 중형 수요로 이동하면서 전셋값이 동반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소형주택이 밀집해 있는 강북지역의 경우 최근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 도봉구 상계주공아파트 17단지 52㎡형은 한달 사이 500만~1000만원 상승했다.
소형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하자 100㎡ 안팎의 중형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동반 상승하는 형국이다. 월계 현대 109㎡는 최근 전셋값이 1억6500만~1억7500만원으로 지난주에 비해 1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 자료 : 서울시
◇ 가을철 이사 앞두고 계약 증가
본격적인 이사철인 9월을 앞두고 전세입자들이 최근 계약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상승의 이유다. 여름철이 지나면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로 비수기인 8월에도 수요가 꾸준하다.
이에 더해 기존 세입자들이 전셋값 상승에 대한 우려로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전세 물량 순환이 안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 나오는 전세물건도 적은데다 재계약을 하면서 대부분 전셋값을 올려주고 있어 가격 상승을 불러오는 것.
도봉구 쌍문동 S공인 관계자는 "재계약이 늘어나는 것은 작년부터 꾸준했던 모습"이라면서 "재계약이 늘면서 전세매물이 나오지 않자 나온 매물의 가격이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교통호재..국지적 전셋값 상승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의 전셋값 상승도 두드러지고 있다. `골드라인`으로 불리는 지하철9호선 인근 지역의 전셋값 상승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의 가양동 도시개발3단지 49㎡형은 최근 8000만원까지 전셋값이 올랐다. 지난 봄과 비교하면 1000만원 이상 오른 것으로 전셋값 상승률은 12.5%에 이른다. 지난달 말과 비교해도 500만원 상승했다.
용인지역 전셋값 상승도 서울~용인고속도로 개통과 맞물려 있다. 용인지역 100㎡대의 중형아파트의 경우 전달에 비해 평균 1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 자료 : 부동산114
◇ 인근 지역으로 수요 이동
강남 지역 전셋값 상승은 인근 중랑구, 강동구 전셋값 상승을 불러왔다. 전셋집을 찾아 강남 이외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올해 3~4월께 벌어진 현상이다. 최근에는 강남 진입이 비교적 쉬운 과천과 안양 평촌 등 수도권 남부지역까지 전셋값 상승세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안양시 삼성래미안 105㎡는 1억8000만원 안팎으로 지난달에 비해 1000만원 상승했으며 중소형· 중대형 가리지 않고 지난달에 비해 500만~1000만원 가량 올랐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집값 상승이 전셋값 견인
최근 서울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도 전셋값 상승의 이유다. 평균적으로 서울 지역의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40~50% 선이다. 강남권 고가아파트의 경우 30%대이며 강남 이외지역 소형아파트는 60%선인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최근 집값이 상승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셋값도 올려 이 비율을 맞춰가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 실제 흑석동 인근 W공인 관계자는 "지하철9호선이 개통되면서 집값이 올랐고 이때문에 집주인들이 적정한 전셋값을 문의해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집주인 "올리자" 분위기도 한몫
강남의 경우 집주인들도 좀 더 비싼 값에 전세를 내놓으려는 심리도 전셋값 상승에 일조를 하고 있다. 반포 래미안 114㎡의 경우 입주 전만 해도 4억원 대 전세물량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이 5억2000만원 선에서 전세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이 지역 B공인 관계자는 "입주 전에는 114㎡형이 4억원 대였지만 집주인들이 강남지역 전셋값이 급등하는 것을 보고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다시 나온 매물은 현재 5억원을 넘은 물건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최근의 급등세에 동승해 전셋값을 올려 받으려는 분위기"라며 "이런 심리적 요인도 최근의 전셋값 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