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언론기사들이 자주 눈에 띄고 있습니다.
"일주일새 1억 뚝"… 급매물 속출 조선일보 자고 나면 '뚝 뚝'… 신도시 아파트값 추락 국민일보 신도시 아파트값 하락세 무섭다 헤럴드 생생뉴스 강남 재건축 급랭..강동 3.3㎡당 3천만원대 붕괴 연합뉴스
그런데 이상과 같이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를 전하는 언론기사의 한 쪽에서는, 보금자리 주택 분양이 호황이라는 소식을 전하는 언론기사들이 눈에 띕니다.
반값아파트 보금자리 '나홀로 호황' 중앙일보 부동산시장 '보금자리 후폭풍' 머니투데이
이와 같은 언론기사들을 보고서, 보금자리 주택을 분양받는 것은 여전히 고수익이 보장되는 ‘로또’라고 판단한다면 이는 심각한 오판이 될 것입니다.
요새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기대감은, 2006년 아파트 버블 절정기의 ‘판교 로또’를 생각나게 합니다. 당시 판교 신도시의 아파트를 분양할 때 누구나 다 당첨되기만 하면 고수익이 보장되는 ‘로또’라고 당연시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현재 판교에서도 매수세가 사라지고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아무도 ‘판교 = 로또’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상황은 불변의 것이 아니고, 언제나 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변화의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입니다.
지금부터 아무리 길어도 2년쯤 뒤에는, 아무도 보금자리 아파트를 ‘로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게 될 것입니다.
혹시 보금자리 아파트 청약을 고려하고 있는 분들은, 로버트 실러 교수(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미국의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 실러 지수의 창안자입니다)의 통계가 전해주는 조언을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아래 그래프 중 파란색은 1890년 이래 미국의 실질주택가격지수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이 그래프를 보면 2000년대 하반기에 생겨난 미국의 주택 버블이 역사적으로 볼 때에도 얼마나 심각한 정도까지 이르렀던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래의 표를 통해 2009년 4분기까지의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미국의 주택가격지수가 어느 정도까지 조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질주택가격지수(소비자물가상승률 반영) 기준으로는 2001년 수준까지 하락했고, 명목주택가격지수(소비자물가상승률 미반영)로는 2004년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009년 1분기 저점을 이루고 조금 반등했습니다만, 2010년에 미국 주택시장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사실은 앞선 글, 故 Tanta를 기리며 – 주택모기지 2차 파고, 미국 주택모기지 시장 2차 파고의 트리거, 등을 통하여 충분히 설명드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말에 주택모기지 MBS의 매입이 중단되었고, 4월말부터는 주택구매자에 대한 세제지원 혜택도 종료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2010년에도 미국 주택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처럼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이 2004년 수준으로 하락한다면, ‘보금자리 로또’ 역시 ‘판교 로또’처럼 악몽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혹시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은 2004년 수준까지 하락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상황은 오히려 반대라고 봅니다.
한국경제에 ‘20년전 일본식 거품’ 그림자 경향신문
위 언론기사를 보면, 부동산 버블의 붕괴를 먼저 경험한 일본의 최대 싱크탱크인 노무라증권이 우리나라 부동산 버블의 본격적인 붕괴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실러 교수가 작성한 그래프를 보면, 미국의 주택 버블은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일일 뿐,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은 현상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주택 버블은 40년 이상 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쏠려서 계속 쌓아온 거대 버블입니다. 부동산 버블 붕괴로 ‘잃어버린 20년’의 몰락을 초래한 일본의 경우와 그 양상이 똑같습니다. 무너지기 시작하면 역시 일본과 양상이 똑같을 것입니다. 즉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하락폭은 미국보다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2004년 수준으로 하락한다는 가정은, 오히려 매우 낙관적인 가정임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의 하락만으로도 ‘보금자리 로또’를 악몽으로 바꾸어놓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아래 기사의 내용을 보면 최근 보금자리 아파트의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2차 보금자리주택 분양가 책정 '난항' 연합뉴스
정부가 이달 말 사전예약이 예정된 2차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 책정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수도권 집값 하락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주변 시세의 80~9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 이런 가운데 강남권 시범지구인 강남 세곡지구와 서초 우면지구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50% 선이거나 이보다 밑돌아 다른 지역과의 시세차이가 현격히 벌어진다.
위 기사를 보면, 우선 강남권을 제외한 보금자리 주택의 경우 이미 주변 시세의 80~90%를 넘어섰다는 경고의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강남 세곡지구와 서초 우면지구 등 강남권의 보금자리 주택들은 ‘시세 대비 분양가 비율이 40~55% 수준’이라서 여전히 ‘로또’임에 분명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과연 강남권 보금자리 주택들은 여전히 ‘보장된 로또’일까요?
조금만 구체적으로 과거의 수치 데이터들을 짚어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우면지구의 보금자리 아파트 32평형의 분양가격은 3억 6,800만원(32평*1천150만원)입니다. 과연 이 분양가가 고수익을 보장하는 확실한 로또인지 주변 아파트의 과거 시세와 비교해보겠습니다.
다음 지도는 보금자리 아파트가 지어지는 서초 우면지구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 지도에서 ‘A’로 표시된 곳에 양재우성아파트가 있습니다. 양재우성아파트는 양재역에 보다 더 가깝고,
다음은 이 아파트 32평형의 과거시세(부동산뱅크의 시세 자료)입니다.
이 아파트의 2004년 시세를 보면 4억 3천 ~ 4억 8천만원입니다. 이 아파트의 입지가 우면지구보다 훨씬 좋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2004년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하기만 해도 우면지구의 보금자리 아파트는 ‘로또’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003년이나 2002년 수준으로 하락한다면 ‘로또’가 ‘재앙’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하락할 리가 없다고 확신하시는지요?
일본의 최대 싱크탱크라는 노무라증권은 그렇게 확신하지는 않는 듯 합니다. 노무라증권이 바보는 아니라는 사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ㅇ 환율에 대한 짧은 언급
어제 환율이 결국 전저점을 갱신했습니다. 환율에 대한 저의 기존 견해를 변경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달러인덱스는 이미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특히 아파트)도 방향을 확실하게 틀었다고 판단됩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환율은 언더슈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직접적인 수출경쟁국인 일본의 엔화마저 약세로 방향을 틀었는데 과연 언제까지 원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을까요?
현대인들은 30년대 대공황 당시의 기록을 돌아보며, 경제가 공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어떻게 통화 공급을 줄일 수 있느냐고, 이해할 수 없다고, 당시 사람들은 아직 경제지식이 부족했음에 틀림없다고 단정지어 말하곤 합니다.
지금부터 30년쯤 세월이 흐르고 나면, 2040년을 사는 사람들은 30년 전의 기록을 돌아보면서,
환율에 대한 저의 기존 견해를 변경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에, 기존에 해왔던 얘기들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듯 하고...
내일은 좀 다른 각도에서 ‘환율과 부동산’이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해서 올려보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ㅇ 책 출간 알림
저의 새 책, ‘불편한 경제학’이 출간되었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책 내용을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십시오. http://www.yes24.com/24/goods/377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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