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그림은 1980년부터 2010년 2월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환율과 주택가격지수의 추이를 시각화한 그래프입니다.
주택가격지수의 출처는 국민은행 부동산연구소인데, 1986년부터의 통계수치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80년대 전반기의 점선부분은 그 당시의 추세를 제가 어림으로 그려넣은 것입니다. 주택가격지수의 기준점은 08년 12월을 기준수치 100으로 잡은 것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환율과 부동산 가격의 상관관계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원달러 환율은, 당시 달러인덱스의 강세와 이에 따른 제3세계 외채위기의 영향으로 줄기차게 상승했습니다(한국 돈의 가치하락). 당시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지수는 통계수치가 남아있지 않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기 전까지 1980년대는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이 하향안정세를 보였던 기간입니다.
그러다가 80년대 후반 환율이 하락(한국 돈의 가치 상승)하기 시작하니 주택가격이 상승으로 돌아섰습니다. 주택가격은 이후 가파르게 올랐지만, 90년대 들어 환율이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서자 결국은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하락으로 돌아섰습니다. 외환위기로 인한 98년의 환율 폭등은 그대로 주택가격의 폭락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 환율이 안정을 되찾자 주택가격도 안정을 찾았고, 환율이 하락추세를 형성하니 주택가격은 상승으로 돌아섰습니다. 2005년 이후 환율이 상당폭 하락세를 보이자 주택가격은 본격적인 상승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하반기 환율이 폭등하니 급하게 오르던 주택가격지수도 하락세로 꺾였다가 환율이 다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니 주택가격지수도 반등하여 전고점 수준을 회복한 상태가 2010년 2월까지의 진행상황입니다.
이상과 같은 움직임을 살펴보면, 환율이 부동산가격보다 선행해서 움직이고, 부동산가격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서 환율의 움직임을 따라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한국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한국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돈으로 표시되는 명목 자산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위 그래프가 보여주는 객관적인 경험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통념과는 배치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환율과 자산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난 특수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환율변동이 심한 나라는 개방경제일 것입니다. 폐쇄경제라면 환율변동이 심할 이유가 없겠지요. 개방경제의 경우는 외국인 자금동향이 해당국 경제의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위 그래프에 나타나는 2000년대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당시 우리나라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상수지가 큰 흑자를 보였습니다. 외국인 투자자금도 지속적으로 유입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국 돈의 가치 상승)하는 한편, 국내에 유동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올랐던 것입니다.
반대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이 때문에 환율이 상승(한국 돈의 가치 하락)하게 되는 것은 물론, 국내의 유동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도 하락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장상황의 변화는 국내의 투자자금들도 자산시장을 멀리하도록 만듭니다. 특히 후진국의 경우는 국내 자본들이 외국 선진 자본의 동향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외국 자본의 이탈에 따른 효과가 증폭되어 나타나는 것이 상례입니다.
후진국의 경우 국내 ‘신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 자본이 시장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저의 지난 글,
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사정들로 인해 국내의 투자자금들이 외국인 투자자금의 동향을 따라하면서 국내의 자산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됩니다.
후진국에서 환율의 폭등상황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국내 부유층들이 부를 해외로 도피(외화 도피)시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해당국의 화폐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그 결과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남미 각국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이렇게 해서 빚어졌습니다.
결국 ‘환율 상승 -> 해당국의 돈 가치 하락 -> 해당국 자산가격상승’ 은 단순한 착각일 뿐입니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모국(母國)에 대한 ‘애국심’이 착각을 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민초(民草)라는 말은 참 적절한 글자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민초에게는 뿌리가 있지요.
민초들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외화도피’ 같은 개념은 아예 머릿속에 들어있지도 않습니다. 아무나 외화도피를 시키는 것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자본’에게는 어머니가 없고, 모국(母國)에 대한 ‘애국심’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자본이든 해외자본이든 해당국의 돈 가치가 떨어지는데, 큰 자본이 해당국 자산을 매입할 리가 없지요. 해외의 자산을 매입(외화 도피)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외화 도피’를 할 여건이 못되고 생각 자체도 없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큰 자본들도 자신들과 사고방식이 같으리라고 무의식적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이런 착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부동산이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지난 98년의 경우처럼 이 두 가지 사태가 동시에 일어나게 될 것으로 봅니다. 이 두 가지를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이 폭락하는데 환율이 계속 하락(한국 돈의 가치 상승)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경제는 지난 40년간,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오른다고 하는 ‘부동산 불패신화’, 일방적인 신념, 곧 일방적인 쏠림을 바탕으로 운용되어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폭락하게 되면 경제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이런 판국에 한국 돈의 가치가 상승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국 돈의 가치 상승)한다면 부동산의 폭락도 없을 것입니다. 한국 돈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말은, 한국 경제의 상황이 매우 좋다는 말입니다. 경상수지는 계속 흑자가 나고, 국제 투자자본이 계속 유입된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외부로부터 유동성이 계속 주입되니 부동산이 폭락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저는 일이 이렇게 진행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부동산의 폭락과 환율의 폭등이 별개로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지 마시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은 폭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환율은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종종 보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담보대출을 통해 빚을 지고 아파트를 매입한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풀뿌리 외환보유고의 적립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빚을 지고 무리해서 매입한 아파트의 가격이 폭락할 경우 가족의 생존을 지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되시면, 풀뿌리 외환보유고의 적립이 가족을 위한 생존보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풀뿌리 외환보유고는 환율의 폭등으로 나라 경제가 환란에 처했을 때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 가족을 위한 생존보험이 되어줄 수 있는 것입니다.
ㅇ 저의 새 책 ‘불편한 경제학’ 링크: http://www.yes24.com/24/goods/3774924
(위에서 제시한 그래프는 저의 새 책에 수록된 <그림 6-6>입니다. 전문적인 맥편집 디자이너에게 의뢰하여 작성한 그래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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