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은행나무 길 3선
계절이 바뀌는 때다.
가을을 즈려 밟고 겨울로 향하는 즈음 햇살 아래 서면 가을이고 해가 지면 겨울이다.
월동준비에 나선 수목들은 가을을 털어내기에 분주하다.
한 점 소슬 바람에도 수북이 쏟아낸 낙엽비는 곳곳에 고운 카페트를 깔아 놓았다.
낙엽길의 운치도 사뭇 달라졌다.
가을날의 화사함 대신 어느덧 차분한 느낌으로 채색 되고 있다.
이 무렵 떠나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기로는 은행나무길이 제격이다.
11월 중순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경북 영주와 충무공의 무훈이 서린 충남 아산 현충사 진입로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절정의 자태를 뽐낸다.
진노란 은행나무 터널 아래에 서면 노란 물이 뚝뚝 듣는 듯 하고
자동차가 질주할 때마다 포도를 뒹구는 은행잎은 무뎌진 감성에 시심(詩心) 마저 불어 넣는다.
▲ 부석사 일주문
● 영주 부석사
소백산자락에 둘러싸인 '영주'는 국내 불교, 유교 문화의 대표적 집결지이다.
부석사, 소수서원 등 곳곳에 우리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는가 하면
선비촌 등 옛 문화 체험의 장도 마련돼 있어 '문화기행'의 적지로 통한다.
이즈음 명찰 부석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 단풍이 한창이다.
입구 주차장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가 절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면 천지가 노란색이다.
은행나무는 단풍 나무 만큼 화려하지 않다고들 하지만 부석사 은행나무 숲은 예외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단색의 진노란 터널 길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부석사 은행나무길 중 최고의 포인트는 일주문~천왕문 앞 당간지주까지 500여m 진입로. '태백산 부석사'란 편액이 걸린 일주문을 들어서면 여느 명찰에서는 보기 드문 장관이 펼쳐진다.
낙락장송 대신 노란 잎을 흩날리는 은행나무 길이 이어진다.
▲ 겨울로 향하는 가을의 끝자락 영주 부석사 은행나무길이 절정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실제 부석사 은행나무 길은 이 보다 더 길게 펼쳐져 있다.
영주시내를 거쳐 소수서원을 지나면서부터 6㎞의 긴 노란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이어진다. 소담스런 농촌 풍광을 담아내는 낭만의 드라이브길이다.
부석사 가는 길의 또 다른 명물은 사과밭이다.
영주는 이름난 사과의 고장이다.
전국 사과생산량의 15%가 영주에서 날 정도이다. 일교차 심한 소백산자락의 지형적 특성과 독특한 점토질 토양이 맛과 향이 뛰어난 사과 생산의 비결이다.
'풍기~부석사'를 오가는 931번 지방도로와 '영주~부석사'간 935번 지방도로변에는 사과밭이 많다. 야트막한 구릉에는 어김없이 빨간 사과들이 탐스럽게 영근 사과밭이 줄지어 있다.
11월 하순까지 곳곳에서 사과 따기 체험도 가능하다.
가을이 한창일 때에는 코끝에 와 닿는 새콤 달콤 사과향이 차창 안으로 밀려 들어와 상큼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부석사는 해질녘 석양도 근사하다.
무량수전 왼편 뜰에 서서 안양루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게 일반적 감상 포인트다.
소백산 능선을 붉게 물들이는 부드러운 실루엣이 사찰의 고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운치를 더한다.
유홍준이 '문화유산답사기'에 적은 '태백산맥은 무량수전의 앞마당'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무량수전을 등지고 안양루 앞에 서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첩첩 산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오후 6시, 부석사에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 안양루에서 법고를 치는 의식은 그 소리며 광경이 장엄하기까지 하다.
부석사에는 고려시대 목조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을 비롯해
석등, 조사당, 소조여래좌상 등의 국보급 문화재도 즐비하다.
● 아산 현충사 길
수도권에서 가장 운치 있는 은행나무 길을 꼽자면 단연 아산 현충사 진입로를 들 수 있다. 지난 1973년 현충사 성역화 공사 당시 아산시 염치읍 송곡리~백암리간 진입로변에 식재한 은행나무가 30여년의 세월이 지나고 아름드리 터널을 이루며 명소로 거듭난 것이다.
11월 중순 아산시 염치읍 송곡리~백암리간 현충사 진입로는 온통 노란색 천지다.
멀리서 보면 마치 황금룡이 꿈틀대기라도 하듯 멋진 자태를 연출한다.
흔히 '송곡리 은행나무 길'로도 부르는 이 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 터널을 자랑한다. 송곡 네거리에서 현충사 진입로까지 이어지는 은행나무 터널의 길이는 약 1.2㎞. 10m 높이로 자란 수령 35~40여년의 은행나무 수백그루가 곡교천을 따라 노란 꿈길을 그리고 있다.
왕복 2차선 도로를 뒤덮은 은행나무 터널은 걷기에는 부담스럽다.
제법 차들이 많이 달려 드라이브를 하는 편이 낫다.
이른 아침 질주하는 자동차 뒤꽁무니를 따라 뒹구는 낙엽의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운치 있다. 해질녘 길 따라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노란 은행나무의 모습도 목가적 풍광을 자아낸다.
사진 촬영 포인트로는 소실점이 느껴지는 직선 주로도 좋지만 현충사 가까운 곳 살짝 굽이치는 부분도 인기 있다. 곡교천 반대방향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 촬영을 하는 편이 낫다.
송곡리 은행나무 길은 2000년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거리 숲 부문 우수상을 받은 명품길이다.
은행나무 터널의 낙엽비는 이번 주말 절정을 맞아 운치 있게 흩날릴 전망이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천안IC~21번 국도~온양온천~39번 국도~충무교~624번 지방도~ 현충사 /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IC~39번 국도~충무교~624번 지방도~현충사
● 소수서원 & 선비촌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도 계절의 운치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서원 입구 아름드리 솔숲과 은행나무가 압권으로 소백산에서 발원해 서원을 끼고 흐르는 죽계천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경렴정에서 바라보는 '경(敬)'과 백운동(白雲洞)이란 글씨가 음각된 바위 주변이 볼만하다.
서원에 들어서면 배흘림기둥에다 사방에 툇마루를 두른 강학당이 나서고
그 뒤로는 스승의 집무실인 일신재와 직방재 오른편에는 유생들의 공부방인 학구재와 지락재가 자리하고 있다. 이즈음 고색창연한 서원 곳곳에는 가을빛이 스며들어 수수한 듯 운치 있는 공간미를 연출한다.
탁청지를 지나 죽계천을 넘으면 3년 전 문을 연 '선비촌'과 연결된다.
5만㎡의 터에 영주 지역에 흩어진 고택과 정자, 성황당 등을 이건하거나 본떠
7년여에 걸쳐 조선시대의 자연부락을 원형 그대로 재현해 두었다.
고래등같은 기와집부터 아담한 초가에 이르기까지 12채의 숙박동이 있으며
그밖에도 강학당과 정자, 누각, 원두막, 곳집(상엿집), 저잣거리 등 40여 채의 옛 건물이 들어서 있다.
집 안팎에는 사람이 살기라도 하는 듯 실물 옛 가구들과 도자기, 문방사우를 비롯해, 지게, 멍석 등 속을 옛 모습 그대로 들여 놓아 선인들의 생활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풍기IC~풍기 소재지~순흥 방향 931번 지방도로~순흥~소수서원-선비촌~부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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