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간지방의 맛집을 찾아서..
영월, 정선, 태백은 강원도 산간여행의 필수코스로 통한다. 세 고장이 만나면서 이루어내는 갖가지 아찔하고 화려한 절경들은 ' 내 나라 좋을시고'의 정수다.
이 하이라이트 삼총사는 뭉쳐서도 좋지만 떼어내서도 각각의 특징들이 절묘하다. 동강을 대표선수로 내새우는 영월, 아우라지와 소금강의 정선, 탄광도시에서 관광도시로 급선회하고 있는 눈의 도시 태백. 음식 역시 개성들이 각각이다. 특히나 내 고장 최고를 뽑내는 맛집들도 특색을 달리한다.
강원도의 산간지방은 논농사보다는 밭농사가 발달해서 옥수수, 감자, 메밀 등이 많이 생산되는데 산에 나는 도토리, 칡뿌리, 산채 등도 음식에 많이 이용된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음식들은 투박하지만 솔직하다. 화려한 조미료의 향내가 아닌 싱싱한 자연의 냄새가 식탁 가득 진동하는 강원도의 밥상 때문에 강원도 산간지방 여행은 더 흥미롭다.
이 멋진 세 고장을 여행하면서 이런 숨겨진 맛집을 무시한다면 그거야 말로 곰보 없는 곰보빵을 만나듯이 밍밍한 일이다. 자 본격적으로 숨겨진 곰보빵을 찾아나서자.
곰보없는 곰보빵처럼 여행 하진 마시라~!!
영월의 사랑방식당
탁집어 평 : 산간지방의 신선한 산나물과 즐기는 매콤달콤한 오징어구이.
위 치 : 영월 터미널에서 읍사무소 방면으로 향하다가 읍사무소 정문에서 좌회전하여 장릉방향으로 약 10m. 전화번호 : 033-374-4655 메 뉴 : 보리밥 정식 3,500원 오징어 구이 5,000원 영업시간 : 점심 12:00~14:30 / 저녁 18:00~21:30 |
영월에 갔다면 보리밥을 빼놓고 돌아올 수 없다. 강원 산간 특유의 구수함이 묻어 있는 보리밥을 빼놓고 어찌 돌아 올 수 있겠으랴~!! 가장 유명한 영월의 대표 보리밥집은 당연 장릉보리밥집이다. 그런데 장릉보리밥집의 내공을 뛰어 넘는 곳이 있다는 독자의 제보에 따라 호기심 반 기대반으로 영월로 출동하여 보았다. 이름하여 사랑방식당.
물어물어 찾아간 사랑방 식당. 식당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커다란 장바구니를 든 젊은 총각 한명이 점심장사를 끝냈다고 알려준다. 3시도 되기전인데 벌써 장사가 끝나?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간신히 참아내고 왜 벌써 장사를 끝냈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젊은 총각 하는말이 재료가 다 팔리면 장사를 끝내 버린다고...
사랑방식당은 이렇다. 점심과 저녁시간에만 운영하는데 매일 하루의 재료만을 준비하고 그게 다 팔리면 장사를 끝내버린다. 게다가 점심시간에는 보리밥만을 하고 저녁시간에는 오징어구이만을 준비한다.
배짱이다. 그것도 완전 똥 배짱. 그런데 그 배짱이 나쁘지만은 않다. 배부른자의 거만함과는 거리가 먼 맛에 대한 고집스러움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은 그런 고집스러움을 지켜내기 위하여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왜냐? 하루에 한번 장을 봐도 될것을 점심을 준비하기 위하여 아침장을 보고 저녁을 준비하기 위하여 점심장을 본다. 당연히 재료의 신선도는 두말하면 잔소리.
사랑방식당의 주인 강순옥 할머니는 말이 없다. 식당안으로 들어 가는 본 기자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말이 없었던걸 보면 강원도의 투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70이 다 된 강순옥 할머니의 깊게 푄 주름과 허름한 식당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 또한 여실이 드러난다.
보리밥 취재를 왔는데 재료가 떨어졌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는 법. 저녁 시간에 오징어구이를 맛보기 위하여 다시 사랑방식당으로 찾았다.
6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한 사랑방 식당. 본 기자 이후에도 사람들은 계속 들이 닥쳤지만 자리가 없어 모두들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이다. 주문할 것도 없이 저녁엔 무조건 오징어구이. 자리에 앉자 곧 12가지의 화려한 산나물들이 상에 넓게도 펼쳐진다. 그리고는 새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때깔 좋은 오징어가 납신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오징어의 요동치는 모습이 보기에도 먹음직 스럽다. 맛 또한 일품이다. 매콤달콤한 맛이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바로 그맛이다. 쫄깃쫄깃한 오징어 사이로 진한 양념이 적당히 베어있어 밥 한 사발을 후딱 해치우게 만들어 버린다. 여기에 12가지 신선하고 맛깔스러운 산나물들이 식욕을 더욱 더 돋워준다. 보리밥의 내공은 확인할 수 없었으나 오징어구이의 내공만으로도 이 집의 보리밥 역시 만만치 않음을 짐작케 한다.
산간지방에서 오징어구이라 생뚱맞을 수도 있겠지만 신선한 산나물들과 함께 먹는 사랑방식당의 오징어구이는 뭔가 특별함을 갖고 있다. 점심시간을 놓쳐서 할 수 없이 저녁 시간에 찾아 가는 것이 아닌 오징어구이를 먹으러 일부러 찾아가도 될 만한 곳이다.
정선의 동광식당
탁집어 평 : 깊은 맛의 쫄깃한 황기왕족발과 콧등치기 국수의 새로운 경험.
위 치 : 정선시내 정선역 근처. 전화번호 : 033-563-3100 메 뉴 : 황기왕족발 (대) 20,000원 (소) 17,000원 콧등치기 4,000원 영업시간 : 09:00~22:00 |
정선에 가면 콧등치기 국수를 먹어봐야 한다. 생소한 이름의 콧등치기 국수가 무엇인고 하니 우거지국에 메밀국수를 말아 놓은 것이다. 이름도 재미있는 콧등치기 국수. 그 이름의 뜻은 더욱 더 황당하다. 국수를 먹을때 너무 맛있게 먹게되면 면발이 후루룩 거리며 콧등을 치게 되는데 콧등치기 국수는 그것에서 연유된 이름이다.
동광식당은 콧등치기 국수와 황기왕족발로 정선에서도 꽤나 유명세를 탄 곳이다. 조그마한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서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지만 왠만한 사람들은 동광식당을 알고 있어서 물어물어 찾아 갈 수 있다.
콧등치기 국수는 된장맛이 강하게 우러나는 우거지국에 메밀국수를 말아먹어서 그 특이함 때문에 재미있는 음식이다. 동광식당의 콧등치기 국수는 매우 유명하지만 큰 기대를 가지면 안된다. 진한 된장향이 가득한 깊은 국물이 메밀과 적절히 섞이며 독특한 맛을 자아내지만 그 맛 자체가 매우 뛰어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곳은 황기왕족발이 예술이다.
동광식당의 황기왕족발은 칭찬받아져야 마땅하다. 황기왕족발이란 엄나무, 칡뿌리, 황기, 오갈피를 넣어서 삶은 돼지족발을 말한다. 얇고 곱게 썰려서 나오는 여타의 다른 족발집들과는 달리 동광식당의 족발은 손으로 찢겨져서 나온다. 이는 칼맛이 아니라 손맛이 중요하다는 이곳 사장님의 지론 때문이라고... 은은한 향을 품고 있는 쫄깃한 살점이 입맛을 돋운다. 특히나 시골인심이라도 보여주듯 듬성듬성 찢겨진 두툼한 족발의 모습은 보는 이를 기쁘게 만들기도 한다 .
동광식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는 토속된장이다. 콧등치기 국수를 만들때에도 이 된장이 사용되고 황기왕족발을 먹을 때에도 역시 이 된장을 발라 먹게 된다. 그야말로 감칠맛이다. 여기에 매운 청양 고추는 뽀나스~!!
태백의 태성실비식당
탁집어 평 : 연탄불에 구워진 고원에서 자란 한우의 참 맛.
위 치 : 태백시 상장동 1중공 아파트 앞. 전화번호 : 033-552-5287 메 뉴 : 생등심 21,000원(300g) 주물럭 21,000원(300g) 육회 21,000원(300g) 영업시간 : 10:00~22:00 |
요즘 한우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비싼 값도 값이거니와 당췌 서울에 있는 얄팍한 상술의 업소들을 믿을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태백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꼭 한우를 먹어보라고 권한다. 아니, 강요한다~!!
왜냐? 65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방목되어 키워지는 태백의 한우들은 무공해 청정수를 먹고 자라며 모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 간략하게 말해서 태백의 한우가 뛰어나단 소리다. 먹어보면 알게 된다. 왜 태백에서 한우를 맛보아야 하는지를...
게다가 태백의 한우는 산지직송이어서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요 가격까지 저렴하다고 하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퀄리티와 가격면에서 태백의 한우는 가히 최고의 만족도를 안겨준다.
태성실비식당은 태백에서도 제대로 된 한우를 저렴하게 먹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점이다.
태성실비식당은 세련되거나 그렇다고 허름하지도 않은 전형적인 보통의 고깃집 모습이다. 그러나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 인해 식당안은 매번 북적인다. 실내 테이블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고 식당 뒷편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 역시 만원이다. 여기엔 태백시민들도 있고 정선이나 영월과 같이 가까운 동네에서 원정을 나온 주민들도 있고 관광객들도 섞여 있다. 그야말로 대박난 식당임을 짐작케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태성실비식당의 시작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주인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구별하지도 못할 정도로 경험이 없어서 처음 시작할때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화 위복이 되었을까?
지금은 이처럼 대박난 식당이 되어 버렸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한우의 선정과 고기 손질은 주인이 직접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보태자면 굉장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식당이지만 하루의 물량만을 준비하여 고기가 떨어지면 바로 식당문 셔터를 내려버린다고... 이것이 태성실비식당의 맛을 유지하는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명불허전인지 허장성세인지를 판가름 할 가장 중요한 잣대는 역시 한우의 맛일 터, 그 고기맛을 살펴보도록 하자.
스테인레스로 된 은색 쟁반에 가득 담겨져 나오는 두툼한 고기는 때깔부터가 좋아 보인다. 듬성듬성 대충 썰려 있는 한우지만 보통의 한우보다 두껍고 커다란 모습이다. 연탄불이 들어 오고 석쇠 위에 한우가 올려지면 머지않아 고기에서 빨간색의 희멀건 육즙이 슬슬 베어 나오기 시작한다. 육즙이 적당히 고기전체를 휘감을때 쯤이면 고기가 약간 덜 익은 상태인데 바로 이때 먹어야 한우의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맛있다. 굉장히 맛있는 맛이다. 육즙이 혀 전체를 감돌면서 깊고 진한 한우의 여운이 입속에 골고루 퍼진다. 육질이 부드러운 한우여서 덜익혀 먹는데도 무리가 없는 것 역시 장점이다. 이곳의 한우는 전혀 다른 것과 섞어 먹고 싶지 않은 그런 맛이다. 테이블엔 상추와 갖가지 양념들이 있지만 그곳엔 전혀 손이 가질 않는다. 그저 한우의 맛 그자체를 느끼고 싶을 뿐.
태백의 초막손칼국수
탁집어 평 : 거부할 수 없는 얼얼한 매운맛의 찜 삼총사.
위 치 : 태백시에서 태백 운전면허 시험장을 지나서 500m 전화번호 : 033-553-7388 메 뉴 : 두부찜 : 4,000원 고등어찜 : 5,000원 갈치찜 : 8,000원 영업시간 : 11:00~21:00 |
점심시간이면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사람들을 보아하니 관광객들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사무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아가씨, 양복차림의 회사원, 반바지 차림의 태백시 주민.. 이렇듯 초막손칼국수는 관광객들이 아닌 태백시 시민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곳이다.
무릇 상호명에 손칼국수라 씌여 있다면 손칼국수 전문점이어야 마땅하거늘 이곳은 이런 통념을 무참히도 깨버린다. 메뉴판을 아무리 뒤져 보아도 손칼국수는 메뉴에 존재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뉴에서 시선을 돌려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면 마찬가리로 손칼국수는 없다. 당췌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이곳은 손칼국수집이라는 상호명이 유명무실한 곳이다. 손칼국수가 놓여 있어야 할 자리는 세가지 종류의 찜요리가 차지한다. '두부찜', '고등어찜', '갈치찜'. 이름하여 초막찜 삼총사가 바로 이것인 게다.
초막손칼국수는 태백시내를 이루는 중심가에서 막 벗어나는 곳에 위치한다. 그래서 주변에는 아무런 건물이 없다. 오로지 조그마한 구멍가게와 허름한 몇채의 민가가 전부이다. 민가를 개조해서 만든 건물은 밖에서 보기에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메뉴에도 없는 초막손칼국수란 간판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붙어있는 모습이 궁금해서 살짝 물었더니 돌아오는 것은 강원도의 무뚝뚝한 침묵뿐.
건물 내부도 허름하긴 마찬가지. 홀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4개의 오래된 온돌방이 놓여있고 그 안에 길다란 테이블이 있을 뿐이다. 식당으로 들어간다기 보다는 시골집에 들려서 밥한끼 얻어 먹는 기분 딱 그것이다.
이곳의 메뉴는 간단하다. 찜이다. 두부찜과 고등어찜, 갈치찜이 이곳의 모든 메뉴이다. 어느 찜이나 상관없이 이곳 찜의 진한 맛은 감히 그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음이다. 맛의 비결은 굉장히 진하고 걸죽한 양념에 있다. 그 양념에는 매운 고추가 들어가 있는데 눈물 콧물이 다 나올정도로 맵다. 그러나 맛있다. 매운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그 얼얼한 맛에 매료되어 버린다. 이곳 찜의 양념을 밥에 비벼 먹으면 밥 두사발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드는 기염을 토한다.
산간지방에서 만들어진 고등어찜이라 별 기대를 안했지만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맛이 신선하다기 보다는 고등어의 육질이 신선해 보인다. 굉장히 매운 맛 때문에 생선맛이 약간 죽어 들어가기 때문에 고등어의 맛 자체를 음미하려기 보다는 이곳만의 스페셜 양념을 고등어와 즐긴다는 기분으로 드시라~!!
두부찜은 부드럽다. 두부와 각종 야채들이 어우러져서인지 고등어찜과 비교하여 양념맛이 달콤하다. 하지만 역시 맵다. 개인적으로 고등어찜의 양념보다는 두부찜의 양념을 권한다. 맛도 맛이지만 두부찜에는 야채가 많고 국물이 많아 밥에 얹어 먹기에 그만이기 때문이다.
먼저 가본 기자들이 추천하는 노천 온천 (0) | 2010.01.09 |
---|---|
만추의 은행나무 길 3선 (0) | 2009.12.29 |
[마을을 찾아서] ‘아바이, 아마이…곰삭은 고향 맛이 그립소’ (0) | 2009.12.17 |
동해안 맛있는 겨울여행 (0) | 2009.12.16 |
춘천 맛집 (0) | 2009.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