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나이 50,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회사형 인간'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대한민국의 50대 남성. 정년이 코 앞에 있지만 경제적으로 막상 해 놓은 것은 별로 없다. 부모와 자녀에 대해 책임감이 높아 최선을 다했지만 정작 본인은 자식들 '눈치보기' 급급하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도 많지 않고, 가족과 소통에도 서툴러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한숨 짓는다.'탈진상태'에 빠진 50대에게 희망은 없는 것일까…
"58년 개띠'인 대기업 부장 김형석(가명)씨는 요즘 거의 우울증에 빠져 있다. 임원 승진에서 몇 년째 누락됐고, 자연히 후배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가 된 지도 몇 년 된 것이다. 요즘과 같이 경기가 어려워지면 스트레스 강도가 더하다. 그는 "회사가 더 이상 나를 필요치 않는 것을 이미 확인했고 사표를 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아이들 학자금과 노부모 생각에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골에 홀로 된 어머니가 있고 그의 아들은 대학생이며, 딸은 아직 고등학생이다.
자신의 청춘을 다 받친 25년 직장생활이지만 그는 어느새 후배의 눈치를 봐야 하는 퇴물 취급을 받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그는 요즘 최대한 회사에서 버텨야 한다는 생각보다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민을 많이 하지만 선뜻 무엇을 할지 막막하다. 김 부장은 "앞으로 30년에 달할 우리 부부의 노후대책은 고사하고, 적어도 아이들이 결혼할 때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데 특별한 기술도 없는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 논어 >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글귀다. 공자는 나이 쉰에 하늘의 뜻을 깨달았다는 얘기다. 공자는 70세가 넘게 장수했지만 공자가 살았던 시대, 쉰이면 이미 노인에 해당할 나이다. 공자가 살던 시대까지 갈 것도 없다. 19세기 중반만 해도 서구의 인간 평균수명은 47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나이 쉰의 사람을 보고 노인이라고 했다가는 봉변당하기 십상이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9.1세.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 100세가 될 날이 머지않았고, 건강관리만 잘하면 120세까지도 살 수 있다는 게 의학자들의 확신 어린 말이다. 당장 향후 10년 후에는 수명이 90세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나이 쉰은 평균적으로 이제 겨우 인생의 절반을 산 셈이다.
두 번의 경제위기 직격탄 맞아
58년 개띠가 포함된 한국의 50대는 정치·사회적으로 6·3세대와 386세대 사이에 있으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 사이에도 놓인 전형적인 '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황상민 교수는 "이들은 자신을 특징지을 뚜렷한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불운한 세대"라며 "이들은 선배인 4·19세대와 6·3세대, 후배인 386세대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박탈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최근의 경제 위기 때도 조직에서, 후배들에게도 가장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만 53세로 평균 근속연수는 20년8개월이다. 하기야 삼팔선(38세 정년), 사오정(45세 정년) 소리도 옛말인데 50세까지 버티며 월급을 받았다면 '만수무강'한 축에 속한 행복한 인생일지 모른다.
하지만 삼팔선·사오정은 경제적으로 제2의 도전을 해볼 여지가 있다. 다시 공부를 할 수도,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들 수도 있지만 50대들은 그럴 용기도, 또 여건도 되지 못한다. 현업에 치여 사느라 미래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기 때문이다. 그래서 58년 개띠를 비롯한 한국의 50대 남자들의 가장 큰 걱정은 지금 하고 있는 경제활동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와 은퇴 후 삶이다.
"소외감과 불안감은 일종의 화병"
황상민 교수는 "이는 지금 한국의 50대 남자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며 "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를 위해 보내는 전형적인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왔고 늘 경쟁에 치여 살아왔기 때문에 가족을 포함해 다른 사람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어 대화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이어 "그 같은 스트레스가 가족이나 약자 등 엉뚱한 곳에서 폭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성호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도 저서 < 중년의 사회학 > (살림)에서 "부부 관계, 자녀 관계, 직장에서 사회적 관계 등에 어려움을 느끼고 소외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은 한국의 중년 남성이 겪는 일종의 화병"이라며 "이들은 가정과 사회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뜬 세대'"라고 말했다.
최근 < 남성심리학 > (리더스북)을 펴낸 인제대 스트레스연구소 소장인 우종민 박사(현 백병원 신경정신과 박사)는 "만약 건강에 이상 증세가 보일 경우 임원 승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년이 되면 회사에서 마련한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경쟁우선주의·성과우선주의 문화 속에서 살아온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모두 자신의 경쟁 상대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본능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50대 부부 5분만 같이 있으면 싸움"
이들은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아내, 자식들과 대화나 공감 능력은 서툴다. 쉴틈없이 회사 일에 매진하느라 그동안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탓이다. 게다가 체내에 여성 호르몬이 점차 증가하면서 사소한 일에도 서운한 감정을 갖는 일이 잦다. 누가 조금이라도 기분 상하는 말을 하기라도 하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내가 누군데' 하며 토라진다. '50대 부부가 5분만 같이 있으면 싸움이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민아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사회적 풍파를 겪으며 누구보다 배신감과 상실감을 느끼고, 자신의 삶이 의지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한국의 50대 남자는 기본적으로 대화하는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어떻게 노는지, 직장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는 세대"라고 말했다.
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배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오직 술이다. 룸살롱, 폭탄주, 이런 게 익숙한 세대다. 하지만 술은 당장 힘겨움을 잠시 덜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건강만 더 해친다. 우종민 박사는 "한국의 중년 남자들은 경쟁사회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너무 밟아 기름이 다 떨어진 탈진 상태"라며 "펌프에서 물을 솟게 하려면 세 바가지의 물, 즉 마중물을 부어야 하듯이, 50대 이후를 편안하게 보내려면 가족과 친구, 취미 이 세 가지 마중물을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족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이민아 교수는 "한국의 대다수 50대 남자는 전쟁터에서 돌아온 장수나 마찬가지"라며 "패잔병이 아니라 때로는 부상하고, 때로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가족을 위해 힘들게 살아온 가장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전장에서 돌아온 장수를 맞듯 따뜻하게 맞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 위클리경향 2009.04.30
<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돈은 참 좋습니다.
돈만 있으면 우리 인생에
거의 모든 것을 쟁취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사람까지도...
그러나 그것은
'돈이 있는 동안만'
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또한
돈으로 침대를 살 수 있지만,
'편안한 잠' 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지만,
'행복한 가정' 은 살 수 없다.
돈으로 권력은 살 수 있지만,
'따뜻한 나눔' 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있지만,
'정직한 사람' 은 살 수 없다.
돈의 가치는 우리가 만듭니다.
- 소 천 -
< 불황엔 가족이 최고..'신(新) 오렌지족' 뜬다 >
최근 '신(新) 오렌지족'(O·R·A·N·G·E)이 뜨고 있다.
원래 '오렌지족'은 소비적이고 퇴폐적인 성향의 80~90년대 부유층 유학파 자녀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신 오렌지족은 이와 달리 건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신 오렌지족이란 불황을 맞아 외식 대신 '집에서 요리해 먹고(Oven Family)', 해외여행 대신 가까운 '근교 나들이를 하며(Rest in nest)', 때와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다용도 패션을 선호하는(All-round wear)' 소비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또 이들의 다른 특징으로는 정보교류를 위한 '네트워크(Network)'를 중시하고, '가족을 제 1의 가치로 생각하며(Good father)' '가족의 건강을 위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한다(Eco-friendly)'는 점을 들 수 있다.
◇ Oven family; ‘집에서 요리!’ 늘었다.
경기 불황에 '집에서 요리(Cook)'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외식대신 집에서 좋은 재료로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식재료와 조리기구 판매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올들어 지난달 29일까지 슈퍼마켓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 조리기구 매출 11% 각각 증가했다. 이밖에 정육 12%, 건식품 15%, 야채 8% 등 품목별로도 고른 매출 신장세를 나타냈다.
◇ Rest in nest; 해외여행 대신 근교 나들이.
불황과 고환율로 해외여행 대신 큰 경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당일버스 여행'이나 '근교나들이' 강좌도 인기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는 올 봄학기 여행 강좌로 하루 또는 1박2일 일정으로 해금강 동백숲, 화개장터, 구례 산수유마을 등 국내 대표적인 봄 여행지를 돌아보는 나들이 강좌를 진행한 결과, 참석고객이 지난해 봄 학기보다 30% 이상 늘었다.
◇ All-round wear : 트레이닝복, 아웃도어 등 다목적 의류 인기.
홈웨어 또는 외출복으로 입는 트레이닝복과 외출복 또는 운동복으로 입는 아웃도어 의류도 인기다. 등산복의 경우 갈수록 화사해지고 있어 도심에서 입고 다녀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동네 아저씨의류의 상징인 트레이닝복 역시 슬림한 라인, 화려한 컬러를 갖춰 여성들의 외출복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아웃도어 의류 매출은 불황이 시작된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11.7% 신장했으며 올 들어 지난 29일까지 14.9% 늘었다. 트레이닝복도 나이키, 아디다스 등 주요 브랜드의 경우 15% 이상 신장하고 있다.
◇ Network : 문화센터, 동호회에서 정보교류
불황일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소식과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움직임은 백화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의 봄 학기 문화센터 수강고객 수는 전년 봄학기 대비해 14.5% 늘었으며 그 중에서도 인문, 사회학이나 컴퓨터 등 실용교양강좌는 21.3% 늘었다.
◇ Good father : '어부바 아빠'늘고, 요리하는 '쿡남' 늘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요리, 육아를 챙기는 아빠들도 늘고 있다. 백화점에선 요리강좌를 듣고 직접 장을 보는 '쿡남'들이 늘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봄학기의 경우 <샌드위치 만들기>, <밥,국,찌개 만들기>,<가정식 이탈리아 요리> 등 주말 요리강좌별로 4∼5명의 남성고객들이 수강하고 있다. 강좌당 정원이 15명∼20명인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비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올 여름학기에도 <꽃보다 쿠킹>,<요리하는 사랑스런 남자>등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요리 강좌를 개설했다. (접수는 5/1부터 각 점포 문화센터별로 진행) 강의는 불고기떡잡채, 샌드위치, 해물스파게티, 치킨샐러드, 궁중떡볶이 등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 중심으로 이뤄진다.
◇ Eco friendly : 친환경/유기농 제품 인기
현대백화점 친환경 농산물 전문매장인 ‘친환경 산들내음’의 매출은 올들어 지난 29일까지 18.3% 증가했다. 지난해 멜라민 파동에 이어 석면파우더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해물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특히 먹거리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유기농 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 정지영 마케팅 팀장은 “신 오렌지족의 최대 가치는 바로 '가족'이다. 불황에는 'O·R·A·N·G·E'족 방식의 소비패턴이 부각된다는 점에 착안해 가정의 달인 5월에 가족과 함께 방문한 고객들에게 추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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