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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기술주 투자 원칙 공개
올해 알파벳에 310억 달러 투자
"구글 투자 결정 내가 했다"
애플 지배력 원천 '충성도'에 투자
50년대 천공 카드 독점 깨지자
동네회사 데이터 도큐먼츠에 투자
독점 유지 기간에 신경 쓰고
이를 깰 회사에 큰 가치 부여95세의 은퇴한 투자자인 워런 버핏은 2016년 이후 기술주에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버핏이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밝힌 '성공적인 첫 기술주 투자' 사례를 통해서 그의 기술주 투자 원칙이 독과점일 수 있는 이유를 자세히 알아봤다.
구글은 지난 2004년 나스닥에 상장했고, 2015년 모회사 알파벳으로 나스닥에 재상장됐다. [사진 | 뉴시스]
올해에도 가장 주목받은 투자자로 95세의 워런 버핏이 뽑힐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월 1일 공식적으로 은퇴한 버핏이 18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올해 버크셔해서웨이가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에 310억 달러(약 46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결정을 자신이 내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버핏이 알파벳 주목한 이유=
대형주와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버크셔해서웨이가 2016년 첨단 기술주이자 대형주인 애플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워런 버핏의 결정이었다. 버크셔는 점차 지분을 늘려 2023년에는 1743억 달러어치 지분을 보유했었고, 상당 부분 현금화해 현재 약 750억 달러어치를 보유 중이다.
CNBC 기자는 인터뷰 중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구글이 직면한 AI 경쟁 관련 내용이 나오자, 버핏의 기술주 이해도에 의문을 표하며 그를 도발했다.
기자: "이 게임이 마음에 드나? 당신은 예전에 그들(AI 경쟁사들)이 하던 게임보다 당신이 이 게임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건가?"
버핏: "물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임들이 세상에는 정말 많다. 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든 종류의 것에서 돈을 벌 것이라고 기대해야 하는가?"
기자: "그러면 이 시점에서 이 게임에 대해 무엇을 이해하고 있나? 대부분의 사람은 당신이 기술주를 절대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버핏: "그렇지만 나는 이미 해낸 적이 있다. 내가 1958년부터 관여했던(투자했던) 회사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회사 중 하나가 있다."
■ 데이터 도큐먼츠란 회사의 함의=
워런 버핏이 언급한 회사는 버크셔해서웨이 본사가 있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위치한 '데이터 도큐먼츠'다. 지금은 기업들의 각종 매뉴얼이나 초대장과 같은 판촉물을 인쇄하고, 명함 등 사무용품을 제작하지만, 한 때 이 회사는 버크셔가 투자한 회사 중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았다.
총자본에서 부채를 뺀 자기자본의 연간 회전율이 7회에 달했다. 매출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 회전율이다. 자기자본 회전율이 7회라는 건 자기자본 1원으로 매출 7원을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참고로 2024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들의 평균 자기자본회전율은 1.57이었다(국가데이터처). 1950년대에 매출이 100만 달러였고, 수익률은 36%였으며, 매년 70%씩 성장했다.
1959년 버핏은 부채를 뺀 순 개인자산의 20%인 6만 달러를 이 회사에, 정확히는 전신인 '미드-컨티넌트 탭 카드'라는 회사에 투자했다. 조건은 한 가지였다. 매출 200만 달러마다 수익률이 15%를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사는 1960년 사명을 데이터 도큐먼츠로 바꿨고, 1979년 딕토그래프라는 회사에 인수됐다. 버핏은 이 회사에 투자한 18년 동안 연평균 33% 수익률을 올렸다.
이 회사는 도대체 무엇을 파는 회사였을까.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저장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천공 카드'를 만들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와 키보드가 하는 일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지폐 크기 종이 카드에 구멍을 뚫어 데이터를 입력한다고 해서 '마크 센스 카드'라고 불렸다.
버핏이 19세기부터 존재했던 천공 카드를 유망한 사업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시장을 지배하던
IBM은 1930년대에 천공 기계 임대와 천공 카드 판매를 연계하면서 수익률 50%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은 1936년 카드가 천공 기계의 일부에 속한다는
IBM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시장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판결했다. 1956년
IBM은 미국 정부와 천공 카드 시장 점유율을 50% 미만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했다.
■ 버핏식 기술주 투자의 본질=
천공 카드 사업 투자에서 우리는 버핏식 기술주 투자의 본질을 알 수 있다. 바로 독점이다. 버핏은 여러 차례 독과점 자체에 투자했다. 예를 들어서 애플 투자가 그렇다. 애플이 특정 상품군에서 독과점이라고 할 정도의 점유율을 가져간 적은 없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고객 충성도는 가격 인상에도 수요를 상당 부분 유지해 해당 기업에 시장지배력을 부여하는 열쇠로 취급받는다.
애플 투자에서 버핏은 강력한 고객 충성도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일화가 존재한다. 버크셔해서웨이 임원이었던 샌디 고테스만은 2016년 택시에 애플 아이폰을 두고 내린 일을 워런 버핏에게 들려주면서 "마치 내 영혼의 일부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버핏은 이를 브랜드 충성도의 척도로 판단했다. 이 일화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출신인 트립 미클이 2023년 「스티브 이후: 어떻게 애플은 1조 달러 기업이 되면서 영혼을 잃었나」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장기 투자자에게 궁극적인 경제적 해자(
economic moats)는 규모가 아니라 고객 충성도다".
네덜란드 투자 전문가 패트릭 위어크스가 지난 6월 발간한 「숨겨진 독점에 투자하기」라는 책에서 내린 정의다. 워런 버핏은 이미 1980년대에 버크셔해서웨이 연례보고서에서 경쟁사가 쉽게 침범할 수 없는 기업만의 독보적인 장점이라는 의미에서 '경제적 해자'를 언급했다. 해자는 중세 시대에 적을 막기 위해서 성 둘레 땅을 파고, 물을 넣어 만든 인위적인 연못을 뜻한다.
그렇다고 버핏이 독점을 찬양하는 무리수를 둔 적은 없다. 그는 대신 독점이나 독점적 시장지배력의 지속 기간을 문제 삼는다. 또한 독점적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버핏은
CNBC와 인터뷰에서
AI 기업들의 막대한 자본 지출을 이렇게 해석했다. "그들(
AI 기업들)은 지금 원치 않는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지금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A&P 같은 회사는 1930년대 독점 금지 운동의 최대 적이었다.
A&P는 아주 좋은 상황을 타고났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A&P는 1930년대 거대 유통업체인데, 소비자 가격을 낮춰 다른 독립적 유통회사들의 경쟁을 방해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버핏은 사실상 독점에 투자해 왔지만, 이를 깰 수 있는 해결책을 가져오는 기업이 독점을 방어하는 기업보다 더 나은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사업을 하고 있다면 공격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 중요한 건 언제까지 사업이 훌륭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버핏에게 1959년의 데이터 도큐먼츠 투자와 2026년의 구글 투자는 독점을 기준으로 공격과 수비 양쪽에 투자하는 것일 수 있다. 그에게 중요한 건 구글 등 몇몇
AI 기업들이 시장을 얼마나 오래 사실상 독점하는지, 또 그 독점을 깰 수 있는 기업은 어디인지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
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