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지형을 바꿀 거대한 변화가 관가(官街)에서 시작됐다. 그동안 부처 간 칸막이와 중복된 위원회 구조로 분산됐던 정책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거버넌스 대수술’이 단행된 것이다. 정부는 강력한 단일 컨트롤타워 구축과 실무 전담조직 신설, 대폭 늘어난 예산을 무기로 글로벌 바이오 패권경쟁의 파고를 넘겠다는 각오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복잡했던 의사결정 구조의 단순화다. 그간 바이오정책은 국무총리 산하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와 대통령 직속의 ‘국가바이오위원회’로 이원화돼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비효율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른바 ‘옥상옥(屋上屋)’ 구조였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두 위원회를 통합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를 새롭게 출범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4일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12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45명 이내의 매머드급 위원회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15개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전문가들이 총출동한다.
주목할 점은 기획재정부의 역할이다. 바이오 산업이 보건, 식량, 환경, 에너지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는 만큼, 특정 부처가 아닌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재부가 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간사 부처 역할을 맡는다.
이는 바이오 육성 정책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예산 배분과 재정 지원이라는 강력한 실행력을 갖추게 됨을 의미한다. 위원회는 현 정부 임기와 맞물려 2030년 6월까지 운영되며, 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컨트롤타워가 통합되며 큰 그림을 그린다면, 현장에서 이를 실행할 실무 조직은 더욱 정교해지고 강력해졌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30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 ‘제약바이오산업과’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보건산업진흥과’ 한곳에서 제약, 의료기기, 화장품 산업을 모두 담당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복지부는 제약·바이오 분야를 떼어내 독립된 전담 부서를 만들고, 의료기기와 화장품은 별도의 과로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조직만 쪼갠 것이 아니다. 확실한 ‘실탄’도 쥐여줬다. 제약·의료기기·화장품 산업 육성 지원 예산은 2025년 약 685억원에서 2026년 약 2338억원으로 무려 240% 이상 대폭 증액됐다.
산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변화를 쌍수 들어 환영하고 있다. 특히 전담 부서 신설은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논평을 통해 “보건복지부의 제약바이오산업과 신설을 적극 환영한다”며 “연구·개발(R&D), 글로벌 진출 등 산업 육성을 위한 복합적 과제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2026년을 기점으로 거버넌스를 대대적으로 정비한 배경에는 절박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지금부터 2030년까지의 5년이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판도를 가를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버리고 ‘선도자(First Mover)’로 태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흩어진 국력을 하나로 모으는 이번 거버넌스 개편이 K-바이오가 글로벌 빅파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퀀텀 점프’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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