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 증시는 경제 규모와 기업 경쟁력에 비해 늘 저평가돼 왔다. 개인은 투자보다 저축에 머물렀고, 증시는 투기와 불신의 대상이 됐다. 그사이 선진국은 달랐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속에서도 개인 투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고 홍콩은 글로벌 자본의 허브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증시를 혁신 기업의 성장 통로이자 국민 자산 형성의 핵심 장치로 키웠다. 새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국정 과제로 내건 지금, 한국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혁신과 부의 선순환을 위해 자본시장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뉴욕=뉴스1) 문혜원 기자 = 한국거래소가 뉴욕 한복판에 직접 뛰어들었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높은 투자 문턱에 망설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직접 설득하기 위해서다.
KRX뉴욕사무소가 올해 9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열었다. 이로써 거래소는 아시아(싱가포르), 중국(베이징), 유럽(런던), 북미(뉴욕) 등 글로벌 4대 권역에 거점을 완성했다. 신병묵 뉴욕사무소장이 초대 사무소장을 맡았다.
뉴욕사무소의 핵심 미션은 한마디로 '밸류업'이다. 신 사무소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한국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본사에 전달하고 있다. 반대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의 제도 변화와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뉴욕사무소는 한국 자본시장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24시간 거래제도'나 '토큰화 주식 거래' 등 선진화된 글로벌 자본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일도 수행한다.

코스피는 올 한 해 76.5% 오르며 '꿈의 사천피'를 달성했다. 주요국(G20·OECD) 중 일본(27%), 독일(22%), 중국(18%), 미국(17%) 등을 제치고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인 모습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에서 코스피를 총 9조 390억 원 순매도했다.
신 사무소장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시장 접근성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투자자 등록제(ID 제도)가 폐지되는 등 제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인 관점에서는 투자 허들이 높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외국인 통합계좌(옴니버스 계좌) 명의자인 해외 증권사는 매달 상세 거래 내역을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SK하이닉스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것이 이슈였다.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면 미수거래가 금지되고 위탁증거금을 100% 현금으로 내야 하며 현금 대신 담보로 활용되는 대용증권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은 불가피하게 포지션을 정리하기도 했다.
신 사무소장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선 한국은 기업 경쟁력이 있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투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어 아쉽다고 전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어느새 1년 반이 지났다.
국내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글로벌 투자자로부터는 기대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일본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본 기업들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과정에서 맥킨지앤드컴퍼니 등 외부 컨설팅사를 활용해 객관적인 진단을 받았고,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전한 피드백을 밸류업 계획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일본 자본시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사무소장은 "정부 주도의 프로그램도 의미가 있지만, 한국거래소가 주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으면 좋겠다"며 "기업들의 자본 효율성을 제고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독려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안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5.12.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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