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김혜인 디지털팀 기자)

4개월간 거침없던 '서학개미'의 질주가 멈췄다. 지난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가 순매도로 돌아섰다. 고환율과 미 증시 변동성에 정부의 '국내 복귀' 압박까지 겹친 결과다. 하지만 미국을 떠난 돈이 한국 증시로 돌아오기보다는 예탁금으로 쌓이며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46억6609만 달러 매수하고, 49억4748만 달러 매도했다. 총 2억8139만 달러(약 4030억원)를 순매도한 것이다. 이는 8월 셋째 주 이후 약 4개월 만의 순매도 전환이다.
앞서 이달 들어 고환율과 '인공지능(AI) 버블론' 등으로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순매수세는 유지됐다. 그러나 해당 흐름이 이번 주에 꺾인 것이다.
정부가 해외투자 자금의 유턴을 유도하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점도 매도 전환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원·달러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로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확산을 꼽고 있어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해외투자 영업 실태를 점검했다. 일부 증권사 대표들이 직접 소집됐고 증권사들은 신규 해외투자 마케팅을 중단하며 기존 혜택까지 축소했다.
24일에는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해 해외주식에서 국내 주식시장으로 복귀하는 투자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국내로 되돌리려는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연말을 앞둔 세금 대응과 차익 실현 수요, 포트폴리오 재정비 등 복합적인 요인도 이번 순매도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는 이번 매도 전환이 뚜렷한 추세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증시 투자심리가 둔화되긴 했으나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본격 유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주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약 7조원을 순매도하며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세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약 1824억원을 매도했다.
반면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꾸준히 증가해 26일에는 85조4251억원으로 이달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로의 머니 무브가 실제로 발생했다면 개인 매수세가 코스피 시장에 뚜렷하게 유입됐어야 한다"며 "확실한 자금 이동이 이뤄질지는 장기간 관찰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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