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회인가, 악재인가.
삼성증권은 11월들어 미국 뉴욕, 보스톤 등지에서 현지 투자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투자자들은 한국 조선업을 최선호 섹터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었다고 삼성증권은 전했다.
그런데 일부 투자자들은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오히려 한국 조선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미국 조선업 재건의 파트너로 K조선이 낙점된 것과 관련해서 오히려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한미 조선 협력이 조선사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와,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동시에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조선 협력은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미국 조선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 모두에게 불확실성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조선의 이익 상승세에는 의문 부호가 없다.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3사의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4조3527억원으로 전년(2조1747억원)의 2배 수준에 달했다. 2023~2024년 수주했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이 실적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고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으로 선박 제작 효율이 개선됐다. 조선 업계의 영업이익률이 10%대를 넘어서고 있기에 향후 이익 전망도 밝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분명 이런 K조선에 날개를 달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야 한다. 미국 현지 투자자들의 우려는 바로 이 지점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HD현대는 지난 8월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수십억 달러(수 조원) 규모 투자 프로그램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미국 법인은 준비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인수한 필리조선소(지분율 한화오션 40%, 한화시스템 60%)에만 50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 조선소의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1~1.5척에서 20척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미국 MRO(유지·보수·정비) 전문 조선사인 비거 마린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다.

막대한 투자가 실적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중장기적으로 지켜볼 일이다. 일단 미국발 선박 물량의 대량 수주가 진행되기 시작한다면 불확실성은 확신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발주를 조선 3사가 본격 받아내기 시작할 때 이같은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희석될 것으로 본다. 최근 미국의 LNG 프로젝트 FID(최종투자결정) 가속화에 따라 2029년~2030년 250척 수준의 LNG 운반선 수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 발주가 이뤄질 게 유력하다.
세계 최강 미 해군의 파트너라는 위상이 글로벌 차원 특수선 수주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 해군 MRO 사업을 개시한 한화오션은 최근 영국·캐나다 해군으로부터 MRO 물량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페루와 잠수함 공동개발 계약을 앞두고 있고 포르투갈 등과도 특수선 관련 접촉을 이어가는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원팀'을 구성해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등을 노리고 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마스가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사업의 질적 업그레이드가 불가하다"며 "결국 실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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