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80조원 결제액을 자랑하는 네이버페이와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업비트의 결합?’
국내 1위 포털 사업자 네이버가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주식 시장이 들썩였다. 방식은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의 ‘포괄적 주식 맞교환’. 이를 통해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 네이버로 치면 손자회사가 된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네이버 주가는 폭등했다. 이번 ‘빅딜’은 단순한 기업결합을 넘어, 간편결제와 가상자산이라는 디지털 금융의 두 축을 하나로 묶어 전례 없는 ‘금융 슈퍼앱’의 탄생을 예고한다.
시장 관심이 집중되자 네이버는 같은 날 오후 공시에서 “당사의 종속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와 스테이블코인, 비상장주식 거래 외에도 주식 교환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나, 추가적인 협력 사항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지만 M&A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인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네이버(좌)가 두나무(우)를 손자회사로 두려는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네이버, 연합뉴스 제공)
씨앗은 이미 뿌려졌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만남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양 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
대표 사례는 두나무가 소유하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분 70%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한 것. 이는 네이버가 두나무의 사업 모델과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고 단순한 제휴를 넘어선 지분 관계를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신호였다. 네이버의 막강한 플랫폼과 두나무의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를 결합하는 첫 번째 성공 사례를 만들며 양 사는 서로의 강점을 확인하고 신뢰를 구축했다.
물밑에서의 다른 협력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특히 차세대 디지털 금융 핵심으로 꼽히는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 양 사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 사업 모델을 구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결제 인프라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 가상자산 유통 노하우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에 있어 최적의 조합으로 평가받았다.
시너지 효과 있을까
‘금융 슈퍼앱’과 ‘시너지 극대화’
이번 주식 교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완성되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결제-쇼핑-가상자산을 아우르는 ‘금융 슈퍼앱’이 탄생한다. 현재 네이버페이 이용자는 네이버 쇼핑을 통해 물건을 사고 간편하게 결제한다. 여기에 업비트가 결합하면, 이용자는 쇼핑으로 적립한 포인트를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보유한 가상자산을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전환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이용자의 금융 경험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 완벽하게 가두는 ‘록인(Lock-in, 단골고객 확보)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이용자의 금융 데이터가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통합 관리되며 이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 등 새로운 사업 기회도 무궁무진하게 열릴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주도적인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하는 현 상황은 양 사에 절호의 기회다. 두나무가 자체 블록체인 기술(기와체인)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네이버가 수십만 개에 달하는 네이버페이 결제망을 통해 이를 유통시킬 수 있다. 이럴 경우 사실상 ‘준(準)디지털 화폐’로서 지위를 단숨에 획득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진출 기대감도 높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보유한 기술력과 인프라, 서비스 역량에 네이버의 AI 역량이 결합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 가능하다.
네이버 실적에도 도움이 된다. 두나무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실적 부침이 있지만, 시장이 활황일 때는 상장사를 압도하는 경이적인 수익을 낸다. 업계에서는 연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대 효과까지 거론한다.

주주총회와 IPO
‘빅딜’이 완성되기까지는 몇 가지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포괄적주식교환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다. 두나무 주주의 충분한 지지가 없이는 빅딜이 완성되기 어렵다. 각 주주는 양 사의 포괄적주식교환을 통해 사업적 시너지가 창출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는 점에 대체로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포괄적주식교환 후 네이버파이낸셜 상장이 조기에 추진되느냐다. 두나무는 줄곧 상장에 대한 의사결정은 없었지만 언제든지 필요하면 상장할 수 있는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적주식교환을 통해 두나무의 주주가 네이버파이낸셜 주식을 받게 되고 네이버파이낸셜이 상장을 추진하게 된다면 주주 입장에서는 엑시트(자본 회수)가 가능하기에 큰 이견이 없을 수 있다. 이번 빅딜이 성사된다면 대한민국 금융권 재계 지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가가 하락했던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기대해온 ‘독자적인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소멸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 또 다 른 이유로는 두나무의 빠른 성장을 주도해온 두나무 창업자 거취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 주요 주주인 우리기술투자, 한화투자증권 등은 수익 회수가 중요한 재무적 투자자다 보니, 이들 동의를 얻으려면 단독 상장 이상의 가치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이번 딜의 핵심”이라며 “그 대안이 ‘네이버파이낸셜 통합 상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국면이 전환됐다”고 말했다.
이번 빅딜로 ‘성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전례 없는 핀테크 기업이 나오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주가는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막힌 줄 알았던 엑시트 전략’이 ‘더 크고 확실한 엑시트 전략’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창업자 거취와 관련해 두나무 관계자는 “지분 관계가 어떻게 바뀌든 종전 경영진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계속 경영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9호·추석합본호 (2025.10.01~10.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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