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발효(3일)를 앞두고 미국 소비자들이 지난달 자동차 구입을 서둘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수입차에 부과되는 25%의 관세로 차값이 대폭 인상되기 전에 차를 사려는 일종의 ‘경쟁 매수’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3월 판매량이 지난해 3월에 비해 13.1% 증가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이 지난달 판매한 차량은 8만719대다. 이는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3월 기준 최고 월간 실적이다. 전체 월간 판매량을 기준으로 해도 역대 두 번째 수치에 해당한다.
1~3월 1분기를 기준으로 한 판매량도 20만355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8만4804대)보다 10.1% 증가했다. 이 역시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이다. 지난 1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경제 정책으로 내세우며 취임한 이후 시점과 겹친다.
기아 미국법인도 지난달 7만8540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3.1%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 역시 6개월 연속 최대 판매 기록을 달성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 업체들도 3월 들어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토요타의 1분기 판매 실적은 지난 1분기 1%대 신장에 그쳤지만, 3월만 놓고 보면 판매량이 전년보다 7.7% 증가했다.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의 경우 1분기 판매 증가 폭이 14%에 달했다.
혼다의 경우 1분기 매출이 5% 상승했고, 자사의 고급 브랜드 아큐라의 판매 증가는 13%를 기록해 토요타와 유사한 실적을 보였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3월 판매량이 동반 상승한 점도 눈길을 끈다. 주로 미국 밖에서 수입하는 차종들의 판매량이 부쩍 뛰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가 발효하면)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포드의 3월 매출은 19% 증가했다. 1분기 매출이 1%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3월 들어 구매자가 한꺼번에 몰렸을 가능성이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3월 판매량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1분기 전체 기준으로 17%의 판매 증가를 보였다고 밝혔다. GM의 매출 증가를 이끈 모델은 쉐보레의 소형 SUV 트랙스로, 판매가 5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모델은 한국 공장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즉각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블레이저와 이쿼녹스 전기차 모델 역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두배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JD 파워의 데이터 분석 부문 대표인 토마스 킹은 이날 보고서에서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인상 전망이 미국 자동차 업계에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강력했던 3월 실적은 소비자들이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 구매를 서두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앤더슨 이코노믹의 보고서에 따르면 25%의 관세 부과는 자동차 소매 가격을 1만2000달러(약 1760만원) 가량 상승시킬 수 있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3만 달러(약 4400만원) 이하의 소형차들이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준중형 SUV로 분류되는 GLA 등 보급형 차종을 아예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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