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개미 주식리포트①]개인 투자자 투자성과 분석
[편집자주] 14.65%. 2023년 상반기 국내 증시 랠리에 올라탄 개인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이다. 2차전지주 급등세에 힘입어 상당수 투자자가 수익을 냈지만 종목·자산·연령별 성과 차이가 있었다. 머니투데이가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성적표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올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간 수익률이 14%대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에 준하는 성과를 거뒀다. 2차전지 등 특정 섹터만 강세를 나타내는 쏠림 현상이 나타났는데, 테마주 랠리를 주도했던 개미들이 커진 덩치로 시장에 지지 않았던 셈이다.
29일 본지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개인투자자 261만명(1634만계좌)의 올해 상반기 투자 현황 및 성과를 분석한 결과 국내 주식 평균 수익률은 14.65%로 집계됐다. 일본 닛케이 상승률을 제친 코스닥 상승률(29.29%)엔 못 미치지만 코스피 상승률(15.21%)과 비슷한 정도다. 지난달 30일 기준 저축은행 6개월 평균 예금금리(2.84%)와 비교하면 4.9배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는 손해만 본다는 편견과 다른 결과다. 모든 연령대에서 평균 수익률은 13%를 넘겼다. 19세 이하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이 17.16%로 가장 높았고 20대(16.07%), 30대(15.09%), 40대(14.13%), 50대(14.03%), 60세 이상(13.56%) 순으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수익률이 조금씩 낮아지는 차이만 있었다.
개인 투자자가 많이 매수한 종목은 증시 랠리를 이끈 테마주였다. 상반기 개인 투자자가 순매수한 종목 과반수는 변동성이 컸던 2차전지 관련주였다. 포스코 그룹의 지주사인 POSCO홀딩스를 비롯해 코스닥 대장주가 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SK이노베이션, 포스코퓨처엠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을 차지했다.
순매도 상위 종목도 상반기 변동성이 컸던 반도체주, 자동차주, 엔터주였다. 순매도 1위와 2위에 오른 반도체 대표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임에도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이른바 '반도체 바닥론'에 상승세를 보인 종목이었다. 이외에 실적 발표로 주가가 요동친 현대차, 기아, LG전자, 하이브 등이 포함됐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주체는 개인 투자자였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2일부터 6월30일까지 전체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8.42%였다. 개인의 기록적인 순매수세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2020년 상반기(72.82%)와 유사한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순매수세가 2차전지 랠리, 나아가 증시 강세를 이끌었다고 평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며 국내 2차전지 업체가 주목받은 영향도 있지만 몇 년 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라며 "개인의 매수세가 2차전지 랠리를 이끌었다고 본다"고 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올해 초부터 2차전지 관련주가 고평가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기관들은 에코프로나 에코프로비엠 등 종목에 장기 투자하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개인들이 2차전지주에 과감하게 배팅해 주가를 부양하면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 증시에서 늘어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주식 시장의 판도를 바꿔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다른 고변동 주식의 득세는 개인투자자 참여 증가와 궤를 함께 한다"라며 "이들 종목의 가치는 더 높은 변동성이 예상되는 새로운 청사진, 패시브 수급, 지배구조 등을 끊임없이 제시하므로 지금은 위험을 추구하는 도파민 유발 주식이 주목받는 시대"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