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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는게 원인이다

◆의사결정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23. 6. 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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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3. 05. 31

 

 

원인이 뭘까? 놀랍게도 인류 중에 원인이 무엇인지 설명하려고 시도한 사람은 없다. 치명적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게 다 원인을 배우는 것이다. 학생이 무엇을 질문하든 그것은 원인을 질문하는 것이다. 특히 과학은 '왜?'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다. '왜?' 하고 묻는 것이 원인을 묻는 것이다. 원인이 뭐냐고?

 

    위키피디아 항목조차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나무위키도 마찬가지다. 영어문서로 검색해도 인과율만 검색된다.

 

    사건은 원인과 결과의 대칭이다. 원인이 사건의 엔진이다. 결과는 뒤에 따라붙는다. 결과는 외부에 전시될 뿐이고 원인이 내부에서 결정한다. 원인은 결과를 결정하는 것이다.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그 메커니즘을 설명해야 한다. 원인은 어떻게 결과를 결정하는가?

 

    인과율이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원인율이다. 원인이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눈에 보이는 결과로 돌려서 설명할 뿐 실제로는 원인이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의 백 퍼센트다. 결과는 원인에 포함되는 주변적 요소다. 원인이 기초자산이라면 결과는 파생상품이다.

 

    감기에 걸렸다면 원인이 되는 200가지 바이러스가 있다. 열이 나고 기침이 나는 것은 결과다.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열과 기침으로 감기를 설명할 뿐 그것은 편법이고 본질은 바이러스다.

 

    우리가 아는 원인은 결과를 일으키는 작용이다. 대개 결과를 먼저 확인한 다음 반대쪽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상하다. 원인이 먼저인데 왜 원인을 먼저 찾지 않을까?

 

    하나의 사건(원인)이 다른 사건(결과)을 일으킬 때 둘의 관계를 인과관계라 한다.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그 일으키는게 뭐냐고? 기관차가 객차를 끌고 간다면 기관차 내부에 동력이 있다. 원인이 결과를 일으키는 동력이 뭐냐고?

 

    원인 : 어떤 사물이나 상태를 변화시키거나 일으키게 하는 근본이 된 일이나 사건. [국어사전]

 

    그 근본이 된 일이 뭐냐고? 밥은 똥을 만드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밥을 설명하되 '똥을 만드는 것'이라고 해놓으면 한 대 맞아야 한다. 국어사전을 이따위로 만든다면? 패죽여야 한다. 장난하냐? 반대로 똥은? '밥이 소화되고 남은 것'이다. 이건 괜찮다. 원인으로 결과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결과로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비가역성이 작용한다.

 

    큰 것으로 작은 것을 설명할 수 있으나 그 역은 없다. 미국으로 뉴욕을 설명할 수 있으나 뉴욕으로 미국을 설명할 수 없다.

 

    높은 온도로 낮은 온도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열은 뜨거운 데서 차가운 데로 갈 뿐 그 반대가 없기 때문이다.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었다고 하면 맞는 설명이지만,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었다고 하면 틀린 설명이다.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서 만들어진다. 얼음은 녹지 않아도 성분이 물이다.

 

    인류는 여태껏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 관심도 없다. 생각하지도 않는다.

 

    원인은 닫힌계 안에서 대칭을 이루어 상호의존성을 성립시키는 둘이 하나의 축을 공유하면서 서로 간섭할 때, 내부모순에 의해 계가 깨져서 공유가 해제되는 과정에서 이기는 것이다. 이기는게 원인이다. 결과를 결정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감기에 걸린 이유는 바이러스가 이겼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은 이유는 환경이 생명을 이겼기 때문이다. 바람이 부는 이유는? 고기압이 저기압을 이겼기 때문이다. 물이 흐르는 이유는 중력이 이겼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하는 이유는 진보가 이겼기 때문이다. 우주 안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모든 원인은 그것이 이겼기 때문이다.

 

    이기는 원인은? 에너지의 성질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유체의 몰아주는 성질이다. 엄밀하게는 파동의 간섭에 따른 보강과 상쇄 때문이다. 그것은 상호의존성이고, 공유가 깨지는 것이고,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고, 엔트로피의 증대다.

 

    누가 이기는가? 질이 입자를 이기고, 입자가 힘을 이기고, 힘이 운동을 이기고, 운동이 량을 이긴다.

 

    이긴다는 것은 무엇인가? 닫힌계 안에서 에너지가 작용하여 축과 대칭의 의사결정구조가 만들어졌을 때 내부모순에 의하여 축이 옮겨가는 쪽이 이긴다. 그것이 자연에서는 힘으로 나타나고 사회에서는 권력으로 나타난다. 변화를 결정하는 자와 전달하는 자의 대칭에서 결정하는 자가 이긴 것이다. 이긴 자는 변화를 결정하고 진 자는 변화를 전달한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동사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감기 바이러스와 접촉해도 발병하지 않을 수 있다. 바이러스가 이겨야 발병한다. 원인을 명사로 지목하면 이 부분을 건너뛰게 된다. 많은 오류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막연히 이게 다 누구 때문이다 하고 남탓하는게 그렇다. 누구 때문이 아니고 그 누군가가 이겼기 때문이다. 진정한 원인을 찾아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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