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지칭하는 분이 있습니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매우 중요한 자리를 맡게 됐습니다. 그러나 영업을 잘하는 게 기본 능력임에도 성적은 그다지 좋지도 않으며 대주주쯤 되는 국민의 뜻과 정반대 행보를 보입니다. 우리나라를 점점 더 시궁창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본 김수현 부산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의 말소리가 계속 커졌다. 김 사무처장은 대통령의 지난 1년에 혹평을 던지며 이날 광장으로 나온 이유를 강조했다. 그는 "국익, 실용, 공정, 상식 이 네 가지가 국정운영의 원칙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모두 무시된 채 일방통행만 난무했다"라고 성적표를 매겼다.
교수·목사·의사·예술인 이어 여성도 시국선언 대열에
부산여연,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부산여성회 등 지역 102개 여성단체가 9일 부산시청 앞에서 사실상의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여성들의 시국선언 대열 동참은 교수·목사·의사·예술인 등에 이어 부산에서 다섯 번째다.
이날 여성들은 최근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외교·노동·성평등·돌봄 정책 등을 전방위로 규탄하며 "도저히 이대로는 살 수 없다"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참가자들의 두 손에는 '나라 말아먹은 영업사원 1호에겐 해고만이 남았다', '공정과 상식은 없었던 윤정권 1년', '구조적 성차별 윤정권 규탄' 등 여러 색상의 손팻말이 들렸다.
매달 부산 일본영사관 앞 수요시위에 참여하는 윤서영 부산 여성-엄마진보당 위원장은 "1년이 10년 같다"라는 말로 심경을 대신했다. 그는 특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내용을 꼬집으며 "잘못했다면 사죄를 할 것이지, 가슴 아프다는 말은 무슨 말장난이냐"라고 정부의 굴욕외교 논란에 핏대를 세웠다.
석영미 부산여연 대표는 여성정책 역주행을 꼬집었다. 석 대표는 "혐오의 언어가 더 힘을 얻고, 성차별 정책은 더 심각해졌다"라며 "겨우 1년이 지났지만, 여성들의 삶은 파탄에 이르고 있다"라고 현실을 진단했다. 그의 말은 바로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졌다. 석 대표는 "더는 횡포를 참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심판의 길에 모두 나서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A4 2장에 빼곡히 적힌 시국선언 전문은 김정희 부산학부모연대 대표, 장명숙 부산여성상담소 소장, 하경애 부산여성의전화 대표, 장선화 부산여성회 대표가 차례대로 낭독했다. 4명의 대표는 우선 외교 문제에서 "정부가 비굴한 자세로 한일관계 개선을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였다"라며 "그 결과가 일본의 호응은 고사한 사죄한마디 없었던 한일정상회담"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던졌다.
윤석열 정부가 성과를 강조한 한미정상회담을 놓고선 "무조건적이고 굴종적 외교 태도로 한반도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에 이어 미국 방한에서도 정부가 말한 국익외교의 원칙이 실종됐다는 비난이다.
여성 정책은 아예 낙제점을 줬다.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반여성정책', '반여성적 장시간 노동 강화', '핵심이 빠진 저출생 정책' 등을 일일이 거론한 이들은 "겨우 1년이 지났지만, 국민의 삶은 파탄지경"이라고 현장의 아우성을 전했다.
이날 시국선언의 끝에는 검찰 출신 대통령을 비꼬는 문장이 마지막을 채웠다. "권력유지에만 혈안이 돼 (대통령은) 헌법·법률을 무시하면서 국민에게는 법치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의와 민주주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싸워가겠다"라는 다짐을 담았다.
부산의 시국선언은 취임 1주년 당일일 10일에도 이어진다. 풀뿌리·시민사회·종교계 등을 두루 망라한 지역단체가 '윤석열 퇴진 부산운동본부' 출범을 위해 시국회의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의 주요 안건 중 하나가 시국선언 채택이다. 부산운동본부(준) 관계자는 "80개 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날 조직구성과 함께 선언문을 확정한 뒤 이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