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OMC 앞두고 고조되는 환율 불안
4월 달러 대비 원화 가치 2.7%↓
주요국 중 하락률 최고 '탈동조화'
작년 강달러 속 일제히 약세와 대조
무역 적자 지속에 경제 펀더멘털 약화
한미 금리역전폭 1.75%P로 확대 예상
대내외 악재에 원화 약세 가속화 우려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지수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서울경제]
5월 2~3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외환시장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사실상 금리 인상을 멈춘 상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걸음만 움직여도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기 때문이다. 지금껏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내외 금리 차에 경상수지마저 적자가 계속되면서 원화는 어느 때보다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대외 요인보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따라 요동치고 있는 만큼 1400원을 돌파했던 지난해 9월보다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30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3월 30일 1301.9원에서 4월 28일 1337.7원으로 한 달 새 2.7% 상승(통화가치 절하)했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가 0.9% 하락하면서 약세를 보였음에도 원화가 더 큰 약세를 나타낸 것이다. 강세인 유로화(1.1%) 등 일부 통화를 제외하더라도 대만 달러화(-0.5%), 일본 엔화(-0.8%)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와 비교했을 때 원화 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주목할 것은 원화가 달러화와의 탈동조화 흐름이 나타난다는 점과 함께 다른 통화와 비교했을 때 등락 폭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는 미 연준이 긴축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유로화와 엔화·원화 등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당시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며 패리티(1유로=1달러)가 깨졌고 엔화도 달러당 150엔까지 하락하며 3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때 원·달러 환율도 1400원을 넘어서자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을 과거 수준과 비교하지 말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환율과 같이 움직이는 정도를 봐야 한다”며 “환율 변화가 국내 요인인지 국제 요인인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지난해와 달리 올해의 환율 움직임은 국제 요인보다는 국내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실리콘밸리은행(
SVB)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달러화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유로화 등은 강세로 전환했다. 완화정책을 고수하는 일본 엔화는 약세일 수밖에 없다 해도 2021년 이후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린 원화가 그보다 더 큰 폭의 약세인 점은 이상 현상이 분명하다. 지난해 11월 931.44원까지 떨어졌던 원·엔 재정환율이 최근 1000원을 넘어선 것은 원화가 엔화보다 약세라는 방증이다.
원화를 유독 약세로 만드는 것은 경상수지 적자 등 국내 펀더멘털 악화다. 경상수지는 올 1월 역대 최대인 42억 1000만 달러 적자를 낸 뒤 2월에도 5억 2000만 달러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3개월째 적자인 무역수지는 올 들어 4월 20일까지 누적적자가 265억 840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환율이 1400원을 넘었을 땐 무역수지가 적자였어도 경상수지는 그나마 흑자였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도 환율에 또 다른 악재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이달 FOMC에서 정책금리를 5.00~5.25%로 0.25%포인트 더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기준금리(3.50%)와의 격차는 1.50%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처음 벌어진다. 지난해 환율 불안 국면에서 한미 금리 격차는 같거나 1.00%포인트 범위 안에서 움직였다. 한은은 한미 금리 차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하지만 1.75%포인트까지 벌어져도 괜찮을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환율이 1400원을 넘었을 때와 비교해보면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한미 금리 역전 폭도 확대되면서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과거 세 번의 경험에 비춰 이번에도 한미 금리 역전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다고 예단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화 입장에서는 달러의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펀더멘털과 내외 금리 차, 대외 불안 요인에 좀 더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수출 부진과 무역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원화에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